[기후위기시대] 97. 탄소중립을 위해 실천하는 사람들

지난달 8일 오후 3시 인천시 서구 당하동의 한 카페. 주부 서희선(39) 씨가 다섯 살과 두 살짜리 딸을 데리고 남편과 함께 매장에 들어섰다. 서 씨는 딸기 스무디 등 음료를 주문하면서 민트색 텀블러를 가방에서 꺼내 직원에게 건넸다. 그의 가방에는 홍시 등 아이들 간식이 담긴 유리 밀폐용기, 대나무 칫솔 등이 담긴 헝겊 주머니도 들어 있었다. 서 씨는 “언제 어디서 음식을 포장하게 될지 모르니, 그때마다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쓰레기들을 최소화하고 싶어서 용기를 갖고 다닌다”고 말했다.

일회용 쓰레기 줄이려 무거운 가방을 드는 사람들

서희선 씨가 외출할 때 들고 다니는 밀폐용기와 텀블러, 헝겊 주머니 모습. 유리 밀폐용기에는 집에서 갖고 나온 홍시가 담겨있다. 강민정 기자
서희선 씨가 외출할 때 들고 다니는 밀폐용기와 텀블러, 헝겊 주머니 모습. 유리 밀폐용기에는 집에서 갖고 나온 홍시가 담겨있다. 강민정 기자

서 씨는 샴푸 통, 세제 통 등 어쩔 수 없이 쌓이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하기 위해 ‘업사이어티’라는 앱(애플리케이션)도 활용한다. 업사이어티는 플라스틱 용기 등을 깨끗하게 씻어 보관소에 갖다주면 무게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자원순환 플랫폼이다.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판재를 만드는 회사인 (주)제4의공간이 운영한다.

업사이어티는 전국의 제로웨이스트샵(친환경가게), 독립서점 등이 플라스틱 교환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계약을 맺었다. 현재 앱에 등록된 교환소는 40곳이 넘는다. 소비자가 폐플라스틱을 재질별로 분류하고 세척한 뒤 지정된 교환소에 갖다주면 일정한 포인트가 쌓인다. 이 포인트는 교환소에서 돈처럼 사용해 물건을 살 수 있다. 교환소는 회사에서 플라스틱 수거량에 비례해 보상도 받고,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 수도 있기 때문에 참여할 동기가 부여되는 구조다. 업사이어티 누리집에 따르면 올해 3분기에만 이런 방법으로 615.2킬로그램(kg)의 플라스틱을 수거했다.

업사이어티 앱을 통해 교환소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다른 사용자들의 플라스틱 반환 현황도 살펴볼 수 있다. 업사이어티 누리집 갈무리
업사이어티 앱을 통해 교환소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다른 사용자들의 플라스틱 반환 현황도 살펴볼 수 있다. 업사이어티 누리집 갈무리

제4의공간 이혜원 대표는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제대로 세척, 분류되지 않은 플라스틱이 한데 모여 있는 국내 선별장의 한계를 경험한 뒤, 이런 앱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업사이어티를 통해 이전보다 훨씬 더 깨끗하고 정확하게 분류된 플라스틱을 수집할 수 있게 됐다”며 “앱 사용자들의 일상 속 실천이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가능케 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인천에는 이 앱을 통해 플라스틱을 제출할 수 있는 교환소가 4곳 있다. 서구, 동구, 미추홀구, 남동구에 각각 한 곳씩이다. 서희선 씨는 이 앱을 통해 모은 포인트로 대나무 휴지 등 필요한 물품을 틈틈이 사고도 현재 2만 3천 원가량의 포인트가 쌓여 있다고 말했다.

멀쩡한 중고 옷, 싸게 사 입는 재미 쏠쏠

서 씨는 옷과 신발도 중고제품을 구매한다고 밝혔다. 전에는 가끔 중고를 샀지만, 2021년부터는 아예 새 옷을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괜찮은 품질의 제품을 살 수 있고, 환경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게 즐겁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가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중고거래장터는 ‘코너마켓’이다. 소비자가 웹사이트나 앱을 통해 판매를 신청하면 이 업체 직원이 직접 방문해 옷을 수거해 간다. 업체는 품질 검수를 거친 뒤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다. 여기서는 새것 같은 셔츠도 1만~2만 원에 살 수 있어 소비자 반응이 좋다.

“중고 옷을 사 입는 것에 대해 편견을 가진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 중고제품을 써 보면 정말 깔끔한 제품들이 많아요. 우리는 좋은 품질의 옷을 싸게 살 수 있으니까 이득이죠. 중간에서 검수를 거쳐 판매되는 거니까, 직거래보다 안전하고 자원 낭비를 막을 수 있고요. 또 이 과정에서 중간 수익을 얻는 사람들도 생기잖아요. 결국 선순환되는 구조라고 생각해요.”

서 씨는 입고 나온 빨간색 체크무늬 셔츠와 캐릭터가 그려진 운동화 모두 중고 시장에서 산 것이라고 소개했다. 수입 브랜드인 셔츠는 2만 5000원, 운동화는 1만 8000원에 샀다고 한다. 옷과 신발은 구매할 당시 거의 새 제품에 가까웠다고 그는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4월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 중고 거래 플랫폼 4곳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디지털·가전제품, 생활용품·가공식품에 이어 의류가 세 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품목이었다.

서희선 씨가 입고 나온 체크무늬 셔츠와 운동화는 모두 중고로 구매한 제품들이었다. 강민정 기자
서희선 씨가 입고 나온 체크무늬 셔츠와 운동화는 모두 중고로 구매한 제품들이었다. 강민정 기자

‘지속 가능한 패션을 위한 유엔(UN)동맹’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생산되는 옷이 약 1000억 벌, 버려지는 옷이 약 330억 벌이다. 이렇게 버려지는 옷은 소각되거나 매립되면서 대기와 토지환경을 오염시킨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따르면 패션 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최대 10%를 차지한다.

환경을 지키는 것이 내 아이를 지키는 일이라는 자각

서 씨는 “아이를 키우면서 불필요한 소비를 더 많이 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부모 마음에 아이에게 새 장난감, 새 옷을 사주고 싶지만 남 시선을 의식해서 그런 것만 고집하기보다는 ‘진짜 좋은 게 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형, 실내 미끄럼틀과 같이 아이들이 잠깐 쓰다 싫증 내기 쉬운 장난감은 당근마켓과 온라인 육아카페 등에서 중고로 산다고 말했다.

서 씨는 한 달에 한 번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한살림)에서 ‘기후위기대응’이라는 모임도 하고 있다. 인천지역 주부 5명이 모여서 채식 밥상 인증하기, 텃밭에 쓸 퇴비 만들기 등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한다. 플로깅(달리면서 쓰레기 줍기)을 하면서 버려진 멸균팩을 수거한 뒤 씻어서 분리 배출하는 일도 한다. 그는 출산 후 고기, 생선에 거부감이 느껴져 채식을 시작했는데, 이를 계기로 환경과 기후위기 문제 등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플로깅을 하며 주운 멸균팩과 종이팩을 씻어서 말리고 있는 서희선 씨 모습. 서희선 제공
플로깅을 하며 주운 멸균팩과 종이팩을 씻어서 말리고 있는 서희선 씨 모습. 서희선 제공

“아이들이 크는 모습을 보면서 환경을 지키는 일이 단지 나만을 위한 게 아니라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를 위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덕분에 이렇게 매일같이 다회용기를 들고 다니는 일이, 몸은 무거워도 마음만은 가벼워지는 일이 됐네요.”

소고기와 아보카도를 먹지 않는 ‘지발놈들’

지난달 14일 서울시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생명과학관에서 만난 강동렬(32) 씨는 친환경 소비를 실천하는 연구자다. 탄소중립 방안을 찾는 오정리질리언스연구원 소속인 그는 11년째 소고기, 참치, 커피, 카카오, 아보카도를 먹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비건(완전 채식)보다는 실천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해서 탄소배출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식생활을 하자는 생각이라고 한다.

“연구원장님(이우균 교수)께 말씀드려서, 대학원 내에서 점심시간에 사람들이 전등을 켜놓고 나가거나 컴퓨터를 켜놓고 나가지 못하게끔 했어요. (쓰레기) 분리배출 통을 두자고 건의하기도 했고요. 회식을 하면 소고기 대신 삼겹살, 삼겹살 대신 치킨, 이런 식으로 한 단계씩 낮춰가면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도록 계속 건의를 하는 상황이에요.”

환경부장관 주최로 열린 제1회 미래세대 청년 환경포럼에서 폐박스로 만든 정책제언 피켓을 들고 있는 강동렬 씨 모습. 강동렬 제공
환경부장관 주최로 열린 제1회 미래세대 청년 환경포럼에서 폐박스로 만든 정책제언 피켓을 들고 있는 강동렬 씨 모습. 강동렬 제공

육류 중 소고기는 탄소발자국이 가장 크다. 영국의 온실가스 데이터분석 단체 카본브리프에 따르면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 데 60kg의 탄소가 발생한다. 같은 양을 생산하는데 돼지고기는 7kg, 닭은 6kg을 발생시킨다.

그는 새 옷도 잘 사지 않고, ‘아름다운 가게’ 등을 통해 중고 의류를 구매하거나 ‘파타고니아’ ‘올버즈’처럼 환경보호 활동에 앞장서는 기업 제품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입고 있던 반바지도 중학생 때부터 입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원 내에서 탄소중립 목표 이행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그는 각 대학이 에너지 소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북구에서 탄소배출을 가장 많이 하는 기관이 고려대고 서울시 전체에서는 서울대”라며 “대학 교육기관이 탄소배출,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안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교육부와 각 대학에서 받은 국립대학 에너지 사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11개 국립대의 전기 사용량은 2017년 4억 622만 7162킬로와트시(kWh)에서 지난해 6억 1441만 9117kWh로 증가했다.

강 연구원은 한국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Korea)라는 조직에서 총괄간사로도 활동 중이다. 유엔 자문기관인 UN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UN-SDSN)는 지속가능발전 문제와 해법을 연구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다. 이 조직의 한국지부인 SDSN-Korea는 한국의 과학 기술적 역량을 동원해 UN이 제시한 지속가능발전목표와 파리기후변화협정의 이행을 도우려는 국내 전문가들의 네트워크다. 이곳에서 강 연구원은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전국의 청년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연결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직업 활동과 병행을 위해서는 퇴근 후 시간과 주말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며 “주말에 쉬어본 지가 오래지만 뿌듯함을 느낄 때도 많다”고 말했다.

강동렬 연구원이 한국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활동의 하나로 청년, 학생들과 함께 제작하고 있는 유튜브 콘텐츠. 채널명인 ‘지발놈들’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줄임말이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강동렬 연구원이 한국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활동의 하나로 청년, 학생들과 함께 제작하고 있는 유튜브 콘텐츠. 채널명인 ‘지발놈들’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줄임말이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유기농과 채식으로 내 몸 살리고 자연도 살리고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최보윤(45·회사원) 씨는 유기농 식품 등 친환경 제품을 골라 소비하는 것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그는 또 육류를 덜 먹기 위해 노력하는데, “한 사람이 육류 소비를 평소의 절반 정도만 줄이는 노력을 해도 전체 소비량 감축에 크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씨는 생활용품을 살 때도 ‘좀 더 정의로운 제품’을 찾는다. 발달장애인이 만든 상품이나 환경·사회·투명경영(ESG)에 앞장선 기업의 제품을 골라 사는 것이 그 예다. 그는 대형마트도 거의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형마트에서는 가공식품 등을 주로 팔고, 할인 행사를 빌미로 필요 이상의 소비를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는 대신 한살림, 새농마켓 같은 유기농산물 매장에서 건강에 좋은 제품을 소량씩 구매한다. 최 씨는 블로그에 자신이 실천하는 기후활동이나 친환경 제품에 관한 정보를 올려 공유하기도 한다.

최보윤 씨가 단골 가게인 한살림에서 구매하는 채식 카레와 친환경 깻잎. 최보윤 제공
최보윤 씨가 단골 가게인 한살림에서 구매하는 채식 카레와 친환경 깻잎. 최보윤 제공

그는 2001년부터 올해 초까지 한 의류회사의 기획팀에서 일했는데, 과도하게 생산되고 버려지는 옷들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러다 2021년 한국방송(KBS) 다큐멘터리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를 보고 ‘내가 환경을 오염시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회의감을 갖게 됐다고 한다. 최 씨는 현재 이직해서 홈데코·인테리어 용품을 제작하는 회사에서 일한다. 제품을 기획할 때도 플라스틱 용기를 유리로 바꾸거나 콩기름 인쇄를 도입하는 등 친환경적인 요소를 도입하려 노력한다고 한다. 시민단체인 서울환경연합에 매달 일정액을 기부한다는 그는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며 “언론이나 네이버 같은 미디어 플랫폼들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장 저부터도 다큐 콘텐츠에 영향을 많이 받았잖아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과시 소비, 낭비적인 소비를 부각해서 보여주고, 자극적인 콘텐츠들도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환경 이슈는 저절로 지루하고 세련되지 못하다는 느낌을 주는 거죠. 막상 쓰레기를 어떻게 분리배출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을 느낄 때가 많아요. 콘텐츠 제작자, 언론, 매체 운영자들이 환경문제에 책임감을 갖고 변화를 시도했으면 좋겠어요.”

수소에너지 만들던 회사원, 환경 운동가로 변신

경남 김해시에 사는 김영식(61) 씨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개별 스위치가 있는 콘센트를 사용해, 쓰지 않는 전원은 항상 꺼둔다. 전기밥솥에 밥을 하면 그 밥을 모두 작은 용기에 나눠 담아 냉동고에 넣어둔다. 전기밥솥은 보온 기능을 쓸 때 전력 소비가 크기 때문이다. 가전제품은 꼭 에너지효율 1등급으로 사고, 텀블러 쓰기와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 작은 실천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김 씨는 집의 형광등을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로 교체했다. 형광등은 빛을 내기 위해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전기에너지가 낭비되는 저효율 조명기기다. 반면 LED 조명은 전기가 직접 반도체를 통해 빛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전력 소모가 적고 유지 관리비를 아낄 수 있다. LED는 형광등의 50%, 백열등의 20%에 해당하는 전력만 소비하고 수명도 길다. 실제로 김 씨는 4인 가족인데도 한 달 평균 전기 사용량이 200kWh를 넘지 않는다. 2023년 기준 국내 4인 가족의 한 달 평균 전력 사용량은 약 307kWh다.

김영식 씨가 지난달 납부한 전기료 고지서. 동일 면적 평균의 절반가량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식 제공
김영식 씨가 지난달 납부한 전기료 고지서. 동일 면적 평균의 절반가량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식 제공

“사회적으로 텀블러 사용하기를 많이 권장하고 있지만 저는 이게 마냥 쉬운 일은 아니라고 봐요. 가방도 무겁고 괜히 남들 눈치도 봐야 하잖아요. 습관이 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그런데 집 안에서 안 쓰는 전기코드를 뽑거나 전구, 형광등을 LED로 교체하는 일은 텀블러 사용하기에 비해 훨씬 더 간단하죠. 에너지 자원을 아껴서 환경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저한테도 금전적인 이득이니까 더 좋죠.”

김 씨는 수소스테이션(수소연료전지 충전소) 등 수소에너지 관련 인프라 기업인 이엠(EM)솔루션에서 일하다 2020년 퇴직한 뒤 잠깐 ’탄소중립과 수소경제‘ 등을 주제로 한 강사로 일했다. 그러다 빌 게이츠가 쓴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이란 책을 읽은 뒤 삶의 기조가 바뀌었다고 한다.

“그때는 내가 왜 탄소중립을 해야 하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도 깨닫지 못하면서 돈을 버는 데만 눈이 멀었더라고요. 결국 환경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때부터 ‘기후정의행진’같은 대규모 집회나 시위도 나가고 환경과 관련된 유튜브 영상을 만드는 일도 돕고,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죠. 그게 입소문이 났는지 이후로는 강연이 잘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강연 수익이 끊기고 난 뒤 아쉽거나 경제적으로 어렵지는 않은지 묻자, 그는 “전혀 아쉽지 않고 오히려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집안일을 아내와 반씩 나눠서 하는데, 설거지할 때도 꼭 천연수세미만 쓴다고 말했다. 자가용 승용차도 특별한 일이 없을 땐 타지 않고, 주로 경전철을 이용한다.

어린이를 위한 환경 만화책도 직접 제작

“‘유난이다’라고 핀잔을 주는 사람들도 있는데, 제가 계속 그런 모습을 보여주니까 그들도 은연중에는 그걸 따라 하고 있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점점 더 확산할 수 있다고 믿어요. 개인 한 명의 꾸준한 실천이 사소해 보여도, 사회 전체에는 큰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아요”

기후위기와 관련된 책을 읽고 본격적으로 환경운동을 시작하면서, 그는 만화책도 출판했다.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직접 이야기를 쓰고 그림도 그렸다. 그는 “환경문제와 관련된 교육이 더 필요한데 초등학교든 유치원이든 전문 지식이 있는 선생님들조차 많지가 않다”며 “관련 전문가를 육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기후운동하는 사람들이 강연을 하려고 해도, 요건이 까다롭고 이걸 정파적으로만 해석하려는 사람들이 있어서, 교육의 장 자체가 마련되지 않는 상황인 게 가장 아쉽다”고 덧붙였다.

김영식 씨가 지난해 어린이를 위해 출판한 만화책 ‘지구가 힘들다고 말해요’의 표지. 알라딘 누리집 갈무리
김영식 씨가 지난해 어린이를 위해 출판한 만화책 ‘지구가 힘들다고 말해요’의 표지. 알라딘 누리집 갈무리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세계 지성들과 함께 쓴 ‘기후책’에서 환경사회과학자 스튜어트 캡스틱과 로레인 휘트마시는 “개인적 행동이 모여 사회 변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떤 가구가 태양광 전지를 설치하면 이웃집이 태양광 전지를 설치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긍정적 행동이 이웃이나 대인 관계망을 통해 사회적 전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두 학자는 다만 “개인의 행동은 결코 ‘개인적인’ 것이 아니며, 사회 변혁을 이루기 위한 필수 요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은 석유기업 등이 자신들의 잘못에 관심이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남용해 온 전략이므로, 시민은 이들의 의도적인 전략을 까발리고 정부가 저탄소 경제정책을 시행하도록 압박하는 데도 힘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위기시대] 기사 더보기

① 온실가스 주범 석탄발전소 ‘더 짓는 중’

② '기후우울' 떨치고 '어벤져스'로 나서다

③ 탄소세 부과로 ‘신호’ 줘야 기업 바뀐다

④ 노동·지역경제 배려 ‘정의로운 전환’을

⑤ "석탄발전소 짓는 한국, 리더 아닌 꼰대"

⑥ ‘그린워싱 대신 행동을’ 거센 녹색 함성

⑦ "SMR 등 원전은 기후위기 대안 못 돼"

⑧ “상용화 먼 핵융합, 탄소중립 도움 안 돼”

⑨ “기후위기 극복 의무를 헌법에 넣자”

⑩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 가망 없다

⑪ “파이로프로세싱은 과학 아닌 소설”

⑫ 기후재난으로 원전 위험성 더 커진다

⑬ ‘기후 일자리’ ‘탄소국민배당’ 추진을

⑭ 고기 즐기는 너, 기후변화 공범 아니니

⑮ 청소년은 ‘미래’ 아닌 기후재난 ‘당사자’

⑯ 기후 미술관, ‘제로 웨이스트’로 가다

⑰ 쓰레기 줍다 보니 삶이 바뀌더라

⑱ “한국 공적금융이 에너지 전환 걸림돌”

⑲ ‘ESG 경영’ 뒤로 ‘기후행동 봉쇄 소송’

⑳ ‘국민이 처한 위험’ 알리려 당근 쏟았다

㉑ 나는 오늘 옷을 샀다, 기후위기를 샀다

㉒ 시민이 일어나 정부·기업을 움직이자

㉓ 탄소 줄이는 갯벌 메워 공항을 짓다니

㉔ 공장식 축산 줄이고 채식 늘려야 생존

㉕ 경작과 에너지 생산을 ‘하이브리드’로

㉖ 이재명 ‘재생에너지’, 윤석열 ‘원전’ 강조

㉗ 이재명·윤석열도 ‘기후대선’ 동참해야

㉘ ‘할머니가 지킬게, 초록지구’ 119 출동

㉙ 기후변화만큼 핵발전도 위험하다

㉚ ‘주차장 태양광’ 시급한데 조례로 막아

㉛ 채식 급식 확대, 환경교육과 병행 필요

㉜ 지구는 우리가 지킨다, 연구의 힘으로

㉝ 낡은 단독주택이 제로에너지 건물로 깜짝 변신

㉞ 개발에 밀린 무허가 정착민의 ‘생존 연료’

㉟ 난청·진폐 앓아도 떠날 곳 없는 노동자들

㊱ 실종된 ‘기후정치’를 찾습니다

㊲ ‘막장’에서 땀 흘린 이들의 희망은 어디에

㊳ 물 부족은 아프리카에서 끝나지 않는다

㊴ 돌고 돌아 사람 몸속에 쌓이는 플라스틱

㊵ 바이오연료, 전기차로 가는 징검다리 될까

㊶ 왕우렁이가 돕는 쌀농사, 도시농부도 보람

㊷ 취약층 ‘쪄 죽는 사회’ 막으려면

㊸ 속 썩은 배추에 농부 마음도 썩어들어가고

㊹ 탄소흡수 ‘바다숲’ 228곳 조성 후 관리 미흡

㊺ 중·고교 5600여 곳에 환경담당 교사는 41명

㊻ ‘탈석탄법’으로 신규발전소 건설 중단 길 터야

㊼ 강력한 탈탄소 정책과 기후정의 함께 가야

㊽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역대 최대 인파

㊾ BTS RM의 그 가방, 폐시트와 빗물로 제작a

㊿ 채취량 반으로 줄고 낙석에 생명의 위협도

51. ‘그린워싱’ 고발하다 법정에 선 활동가들

52. 보틀클럽과 리필스테이션이 있는 마을 실험실

53. ‘블루카본’ 갯벌을 신공항으로 덮으려는 정치

54. 애타는 기후 시민, 정부를 법정에 세웠다

55. 기후행동 ‘목적의 정당성’ 인정한 판결에 환호

56. ‘단 한 명이라도…’ 매주 간절하게 올리는 기도

57. 과학자들, '엉터리 근거로 오염수 투기 강행' 비판

58. 농지에서는 농사를, 유휴부지에는 태양광을

59. 호수 위에 뜬 그 꽃잎이 태양광발전소라니

60. 우리 땅 농산물과 천연재료를 고집하는 가게

61. 과학을 부인한 그들, 세계를 위험에 빠트리다

62.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봄’을 만드는 마음

63. 환경을 살리는 선택이 일자리도 만드는 시대

64. 소비 중독 벗고 ‘순환 경제’로 가야 살아남는다

65. 기업 ‘친환경 경영’ 속도 높일 단일법 추진

66. 오염수 방류 임박, 후쿠시마 참사는 ‘진행 중’

67. 쓰레기 안 만드는 생산·유통·소비에 도전하다

68. ‘소·돼지·닭의 복지’도 인간에게 중요하다

69. 늘어나는 대형 산불 '불막이 숲' 등 대책 시급

70.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미래세대에 전가 말라"

71. 한국 온난화 속도는 지구 평균의 2~3배

72. ‘자본 아닌 인간 편에서 탄소중립을’ 거센 함성

73. 커피 찌꺼기도 ‘기후테크’로 저탄소 자원 변신

74. "원전 진흥 기구 IAEA, 결론 정해놓고 조사"

75. 소비자는 ‘불편’ 점주는 ‘고객 이탈’ 불만

76. 공장식 축산 줄이고 동물권도 지키는 대안 

77. '생키호테'와 '계르반테스'는 무엇을 보았나

78. 폐스티로폼으로 지구의 위기를 말하다

79. '녹아내리는 빙하' 춤으로 알리는 사람들

80. ‘그린수소’ ‘멀티콥터 드론’ 아직은 기술개발 중

81. 수산물 타격에 주민 떠나 ‘유령마을’ 될까 걱정

82. 세계녹색당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결의

83. 지구 지키는 농사꾼, 친환경 소비자를 만나다

84. “핵 오염수 해양 투기 말고 육상 저장” 한목소리

85. '입을 옷이 없다'는 그대여

86. ‘보기도 좋은 태양광 건물’ 한국은 아직 걸음마

87. ‘탄소중립’ 질문하는 소비자, 도전하는 농업

88. ‘‘이런 대안 있어요’ 알리려 백 통 넘는 편지를 쓰다

89. 재생에너지 시대 열어가는 기후금융

90. 위성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기후재난 대응 

91. 음반 쓰레기 줄이고 그린워싱 잡는 '덕질'

92. 생분해·재생 플라스틱으로 순환경제 열어요

93. 재난 불러온 강자가 약자의 고통 책임져야

94. "알프스 처리 안 한 방사능 오염수가 새고 있다"

95. "지방소멸 대응 정책이 거의 지구소멸 담론"

96. 대규모 난민 몰려들 한반도, 감당할 수 있을까

관련기사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