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전주에 집결한 전직 단비 기자가 보는 단비뉴스

<단비뉴스>가 창간 13주년을 맞았다. <단비뉴스>는 2010년 6월 21일 세명대 저널리즘 대학원(이하 세저리)에서 창간한 비영리 독립 언론이다. 단비는 ‘꼭 필요한 때 알맞게 내리는 비’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단비뉴스>는 창간 이후 기성 언론이 충분히 다루지 않는 이야기를 전해왔다. 1만여 건이 넘는 글 기사와 영상 보도를 통해 노동, 환경, 지역, 농촌 등의 주제를 다뤘다.

창간 기념일을 앞두고, 최근 1년 동안 차례로 전주 지역 방송국 기자가 된 세 명의 세저리 졸업생을 영상으로 인터뷰했다. 전주를 배경 지역으로 하는 3개 방송에 나란히 입사한 이들은 지역 방송계에서 화제의 인물이 되기도 했다. 2020년 여름에 세저리에 입학한 김현주 기자(27세)는 현재 KBS 전주방송총국의 6개월 차 기자다. 2021년에 입학한 강훈 기자(28세)는 현재 전주방송(JTV)의 8개월 차 기자다. 같은 해 여름에 입학한 이주연 기자(29세)는 현재 전주 MBC의 6개월 차 기자다.

소속 방송사의 막내인 김현주, 강훈, 이주연 기자는 취재 현장 곳곳에서 서로를 만난다. 최근에는 똑같은 제보를 받아 당사자를 찾아갔다가 서로를 마주쳤다. 똑같이 취재했지만, 강훈 기자의 전주방송(JTV)만 이를 보도했다. 제보자를 만나 취재하는 강훈 기자(사진 가운데) 옆에 이주연, 김현주 기자가 앉아 있는 장면도 방송됐다. 출처 JTV 갈무리
소속 방송사의 막내인 김현주, 강훈, 이주연 기자는 취재 현장 곳곳에서 서로를 만난다. 최근에는 똑같은 제보를 받아 당사자를 찾아갔다가 서로를 마주쳤다. 똑같이 취재했지만, 강훈 기자의 전주방송(JTV)만 이를 보도했다. 제보자를 만나 취재하는 강훈 기자(사진 가운데) 옆에 이주연, 김현주 기자가 앉아 있는 장면도 방송됐다. 출처 JTV 갈무리

이른바 ‘전주 3인방’에게 <단비뉴스>에 관해 물었다. 지역 방송에 관한 생각과 현직 기자로서의 고민도 들었다. 아직 방송국에 적응 중이라는 세 기자는 바쁜 시간을 쪼개어 <단비뉴스>의 인터뷰에 응해줬다.

지역의 일을 알리는 스피커, 지역 방송기자

전주가 고향인 강훈 기자는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했다. 입사 직전까지 충북 제천에 있는 세저리에서 <단비뉴스>의 기자로 활동했다. 그가 전주방송에 합격하자 부모님은 “금의환향했다”며 기뻐하셨다고 강 기자는 말했다. 부모님만큼 그도 전주에서 일하는 것에 만족한다.

그는 <단비뉴스> 기자 시절부터 지역 문제를 고민했다. ‘2030 지역정치 리포트’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그 고민은 지역 방송 기자가 됐어도 계속된다. 요즘 지역 언론의 가장 큰 화두는 지역 소멸과 인구 소멸 문제라고 강 기자는 말했다. 지역 언론의 큰 과제 중 하나가 지역 살리기에 있다는 것이다.

강훈 기자가 얼음이 깨져 사람들이 빠졌던 호수에서 리포트하고 있다.  출처 JTV 갈무리
강훈 기자가 얼음이 깨져 사람들이 빠졌던 호수에서 리포트하고 있다. 출처 JTV 갈무리

이주연 전주 MBC 기자는 지역 방송 뉴스의 장점으로 ‘와닿는 기사’를 꼽았다. 서울의 언론은 주로 유력자나 명망가의 말을 보도한다. 그들의 발언에 뉴스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청자들은 자신의 삶과 동떨어진 일이라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반면, 지역 언론은 지역민의 삶과 밀착한 보도를 자주 내놓는다. 그런 기사가 나가면 지역민들이 반응한다. 그럴 때면 “지역 사람들이 내가 보도하는 뉴스에 정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이 기자는 말했다.

게다가 방송 뉴스는 파급력이 강하다고 이들은 생각한다. 김현주 기자는 KBS에 입사 전 인터넷 언론에서 일한 적이 있다. 기자를 준비하던 시절에도 신문기자를 지망했었다. 이제는 방송 뉴스의 매력을 알게 됐다. 김현주 기자는 “유튜브로 뉴스를 소비하는 시대에 많은 사람에게 내가 만든 뉴스를 보여주고 싶어 방송 기자로 옮겼고, 그 파급력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가 ‘산골로 영화 소풍, 무주산골영화제 개막’이라는 제목으로 지역 축제를 보도하고 있다. 출처 전주 MBC 갈무리
이주연 기자가 ‘산골로 영화 소풍, 무주산골영화제 개막’이라는 제목으로 지역 축제를 보도하고 있다. 출처 전주 MBC 갈무리

김 기자는 ‘지역에 갇히지 않는’ 지역 보도를 고민하고 있다. 약 한 달 전, 그는 전북 진안의 불법 개 농장에 관해 보도했다. 그 보도에 착안해 전국에 있는 모든 개 농장이 불법인지, 몇 개의 농장이 있는지 점검하는 기사를 디지털 기사로 발제했다. 디지털 기사는 전국에서 볼 수 있어서 다가갈 수 있는 독자의 범위가 넓어진다. 지역에서 발생한 문제는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압축적 성장의 경험을 제공한 <단비뉴스>

방송 뉴스는 호흡이 짧다. 1분 30초 되는 리포트를 하루에도 몇 개씩 만든다. 30초 분량의 방송용 스트레이트는 하루에 7개도 쓴다. 이주연 기자는 “<단비뉴스>에서 긴 호흡의 기획성 기사를 써 본 경험이 요즘엔 크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기획성 기사는 몇 개월 동안 한 주제를 깊게 취재해 보도한 기사라고 할 수 있다. 이주연 기자는 <단비뉴스>의 ‘나는 왜 난민이 아닌가요’ 심층 기사를 1년 동안 취재했다. 긴 취재를 하면서 다양한 취재원을 만나고, 꼭 필요한 질문을 하는 감각이 생겼다. 짧고 빠르게 취재해야 하는 방송 뉴스 현장에서 그 감각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도 <단비뉴스>에서 심층 기사인 ‘우린 모두 소수자다’를 보도한 경험을 소개했다. 특히 이 보도는 인터랙티브 형식이었다. 인터랙티브 기사는 글 기사에 그래픽, 영상 등 디자인 요소를 가미하여 독자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기사다. 그는 “인터랙티브 기사를 준비하며 디자인 업체와 직접 연락해 보고, 사이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경험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직접 해 봤기 때문에 현직에서도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는 비가 내린 뒤 진흙탕이 된 야영장을 찾아가 장화를 신고 리포트를 만들었다. 출처 KBS 갈무리
김현주 기자는 비가 내린 뒤 진흙탕이 된 야영장을 찾아가 장화를 신고 리포트를 만들었다. 출처 KBS 갈무리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듯이 기삿거리를 잘 찾는 감각도 <단비뉴스>에서 익혔다고 강훈 기자는 말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언론고시반에 있다 현직에 오면 어떤 것이 기사가 되는지 알 수 없어 힘들어하다가 퇴사하는 기자가 종종 있다고 그는 전했다. 반면 자신은 “<단비뉴스>에서 여러 데스크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면서 기사를 판별하는 시야가 생겼다”고 말했다.

세저리 생활이 편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군대 같았다”라던 강훈 기자의 말에 나머지 기자도 공감하며 웃었다. 2년 동안 수업과 취재 보도에 집중하는 훈련이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강훈 기자는 “그때 고통스러웠지만 그래도 돌아보면 추억이고, 그때를 버틴 내가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는 “아직 경험이 적어 딜레마에 빠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단비뉴스>의 교수님들과 동기, 선후배들이 그리워진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도 어려운 취재 상황에 부닥칠 때마다 세저리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현직 기자도 참고하는 좋은 원석 같은 매체, <단비뉴스>

현직 기자가 되어 읽는 <단비뉴스>는 무엇이 다를까. 이들은 “좋은 기사가 많다”고 단번에 말했다. 강훈 기자는 “좋은 원석이 콕콕 박혀있는 매체다. 매일 <단비뉴스>에 접속해 (내가 쓸) 좋은 기삿거리가 없는지 읽어본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는 “충분한 취재 기간과 꼼꼼한 데스크를 거쳤기 때문에 <단비뉴스> 기사의 질이 매우 높고 신선하다”고 평했다.

김현주, 강훈, 이주연 기자가 줌 인터뷰에 참여한 모습이다. 이선재 기자
김현주, 강훈, 이주연 기자가 줌 인터뷰에 참여한 모습이다. 이선재 기자

좋은 기사들이 더 많이 읽히기 위해 <단비뉴스>가 나아갈 방향을 물었다. 세 기자 모두 “시의성 있는 기사가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단비뉴스>의 편집국장을 지냈던 이주연 기자는 “모든 언론사가 고민하는 주제기도 하다”며 “포털에서 읽히는 기사가 있고, 아닌 기사가 있는데, 두 가지 다 같이 보도할 방법을 고민해 보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훈 기자가 <단비뉴스>에서 보도해 화제가 되었던 ‘‘남성성 살린’ 농기계 모터쇼?’가 시의성과 의미를 잘 갖춘 보도 사례라고 덧붙였다.

<단비뉴스>의 편집기획팀장이었던 강훈 기자는 “조회 수가 잘 나왔던 기사는 지역의 소소한 이야기를 다뤘던 기사였다”라며 “이마트 쇠고기에서 벌레가 나왔다는 보도, 제천국제영화제의 업무 추진비 문제를 다뤘던 보도가 좋은 예시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다만, 김현주 기자는 “시의성 있는 보도를 하려면 지역을 오랫동안 지켜본 기자가 필요한데, 2년마다 학생들이 졸업하는 지금 상황에선 <단비뉴스>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비뉴스> 또한 같은 고민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중이다. 지난 3월에 보도된 ‘10선 조합장 부부 갑질 논란… 노조 가입 방해도’ 기사와 지난 4월에 보도된 ‘글로컬대학 30, 지역 국립대만 특혜 우려’ 보도는 시의성 있는 보도로 독자의 큰 반응을 얻었다. 지난 13년 동안 발전해 온 <단비뉴스>는 앞으로도 세상에 필요한 기사로 독자에게 다가갈 예정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