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실험실] ‘배리어프리 전시’ 촉각 명화 기획전

“작품에 손대지 마시오”, “눈으로만 보시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경고 문구입니다. 그런데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 장애인들은 어떻게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까요?

‘촉각 명화 기획전’은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한 전시입니다. 서울 봉천동에 있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은 평소 미술 전시를 관람하기 어려운 시각 장애인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촉각 명화 기획전을 열어오고 있습니다. ‘촉각 명화’는 이름에서 바로 알 수 있듯, 시각 장애인이 작품을 직접 만지며 감상할 수 있도록 제작한 입체 그림입니다.

9회 째를 맞은 이번 전시는 파리 오르세 미술관, 뉴욕 현대 미술관, 런던 내셔널 갤러리 등 세계 유명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명화 12점을 선보였습니다. 그림을 제작한 자원봉사자들은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고흐의 휘몰아치는 듯한 붓 터치가 인상적인 ‘별이 빛나는 밤에’의 밤하늘은 거칠거칠한 털실로, 피카소의 ‘아비뇽의 여인들’은 울퉁불퉁 튀어나온 점토로 표현했습니다.

지난달 25일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은 시각장애인 관람객을 위한 특별 도슨트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관람객들은 전문 해설자인 도슨트의 설명과 함께 마음껏 그림을 만져볼 수 있었습니다. 관람객들은 작품 구석구석 한 부분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시계에 적힌 숫자 하나, 배경에 그려진 개미 한 마리까지 꼼꼼히 쓰다듬고 잡아보며 그림을 감상했습니다.

이날 프로그램에 참여한 최경천 씨(61)는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미술 감상은 엄두도 못 냈다”며 “시력을 잃기 전에 보아왔던 명화를 직접 감상한다는 것이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관람 소감을 전했습니다. 비장애인에게 전시를 관람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시각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는 평생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를 위한 ‘배리어프리 전시’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림은 눈으로 보는 것이라는 편견을 깨뜨리는 전시, 촉각명화 기획전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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