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판 ‘나가수’, 쟁쟁한 실력파들 나와 서바이벌 경쟁
[지난주 TV를 보니: 10. 26~11. 1]

오디션과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의 ‘춘추전국시대’에 코미디 프로그램까지 도전장을 내밀었다. 개그프로그램의 <나는 가수다>로 꼽히는 티비엔(tvN)의 <코미디 빅리그>(이하 코빅)가 그 주인공. 한국방송(KBS)의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를 연출했던 김석현 피디(PD)가 tvN으로 둥지를 옮긴 뒤 지난 9월 17일부터 매주 토요일 저녁 9시에 선보이고 있는 <코빅>은 다른 지상파 코미디 프로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유일하게 각광받고 있는 <개콘>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 티비엔(tvN) <코미디 빅리그>는 개그맨 11개 팀이 1억원의 상금을 놓고 웃음 대결을 벌이는 코미디 서바이벌 프로다. ⓒ <코빅> 공식홈페이지 갈무리

티비엔 개국 5주년 야심작...상금 1억원 놓고 각축 

<코빅>은  '재미있는 TV'를 내세우고 있는 tvN의 개국 5주년 야심작이다. 가창력 뛰어난 가수들의 오페라 도전기 <오페라 스타>와 연기자 오디션 <코리아 갓 탤런트>로 단련된 서바이벌·오디션 포맷(형식)을 과감하게 코미디 프로에 적용했다. 매회 11개 출연팀의 순위를 매긴 뒤 10주 후의 누적점수 1등에게 1억 원 상금을 주는 설정이다. <코빅>제작진은 ‘시즌제’를 도입해 이 포맷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코빅>이 다른 서바이벌·오디션 프로그램과 가장 차이 나는 부분은 매주 하위권으로 선정된 4팀이 재방송에서 편집돼 사라진다는 점이다. 공개 녹화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코미디는 재방송 전파를 탈 수 없다는 것. ‘시청자의 웃음과 박수’를 원동력으로 삼는 희극들인에겐 무엇보다도 가혹한 벌이다. 씨제이(CJ)미디어가 tvN을 제외하고도 15개의 채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재방송 편집에서 빠지는 것은 출연 개그맨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 매주 하위권으로 선정된 4팀은 재방송에서 편집된다. ⓒ <코빅> 갈무리

출연진은 지상파 3사 출신 스타급 개그맨들이다. ‘프로 중의 프로’들이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만만찮다고 한다. 첫 시즌에서 경합 중인 11팀은 유상무, 유세윤, 장동민의 ‘옹달샘’, 박준형, 정종철, 오지헌, 윤석주의 ‘갈갈즈’, 김미려, 안영미, 정주리의 ‘아메리카노’, 박휘순, 윤성호, 양세형, 김기욱의 ‘포지(4G)’ 등이다. 제아무리 인기 코미디언이라도 웃기지 못하면 굴욕을 면치 못한다. ‘갈갈즈’는 명성에 비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지난주 7회 방영으로 앞으로 3번의 대결만 남겨둔 현재 ‘갈갈스’의 누적 점수는 11팀 중 8위다. 반면 ‘옹달샘’과 ‘아메리카노’는 각각 1,2위로 선전하고 있다. 

▲ <코빅>에서 지상파 3사 출신 개그맨들이 팀을 이뤄 10주간 경합한다. 사진 맨 위는 박준형, 정종철, 오지헌, 윤석주의 '갈갈스'. 아래 두 장은 '간디작살' 등의 유행어를 남기며 선전하고 있는 팀 '아메리카노'. ⓒ <코빅> 갈무리 

우승팀 뻔히 보이는 개그품질 차이, 경쟁의 긴장감 떨어뜨려 

개그프로그램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개콘>과 차별화한 <코빅>의 승부수는 흥행 장치로 도입한 ‘경쟁’과 예상을 뒤엎은 팀이 선전할 때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인지도는 떨어져도 콘텐츠가 좋아 상승세인 ‘꽃등심’이 대표적이다. 문화방송(MBC) 개그프로에서 쫓겨난 이국주, 전환규 커플의 ‘꽃등심’은 지난주 대결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 <코빅>은 명성과 상관없이 좋은 개그 소재로 경합에서 선전하는 팀틀의 드라마가 펼쳐지기도 한다. 지난 7회 대결에서는 '꽃등심'이 우승을 차지했다. ⓒ <코빅> 갈무리 

하지만 <코빅>의 인기를 끌어가는 간판은 역시 ‘옹달샘’이다. ‘기막힌 서커스’란 주제로 조련사 유상무의 진행 아래 유세윤과 장동민이 각기 동물 분장을 하고 나와 싸우는 내용인데, ‘옹달샘’은 경합 내내 1,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옹달샘’과 하위팀의 개그는 품질 간격이 꽤 커서 경쟁다운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꽃등심’에게 1위를 내 주었을 때는 유세윤이 “우리는 2위를 해야 더 많은 박수를 받는다”고 농반진반으로 말하기도 했다. 1억 원의 주인공이 빤히 예상되면서 서바이벌의 궁금증과 긴장감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 11개의 팀 가운데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의 '옹달샘'은 꾸준한 인기로 현재 누적점수 1위를 기록하는 강력한 우승후보다. ⓒ <코빅> 갈무리 

종편시대 맞아 너도나도 코미디 편성...방송계 ‘빅리그’ 예고 

결국 <코빅>의 성공여부는 참가팀들이 얼마나 골고루 높은 품질의 개그를 보여주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개콘>에서는 관객의 웃음을 터뜨리는 데 실패한 코너가 화제인 반면 <코빅>은 상위권 몇 팀을 빼면 거의 전멸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준다.  

<개콘>의 경우 매주 동일선상에서 코너 각각을 관통하는 개그철학이 존재한다면, <코빅>은 흐름을 타기보다 그때그때 순간적 웃음에 의존하다보니 수준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이는 <코빅>만의 문제가 아니라 개그 장르를 제대로 섭렵한 대본작가나 연출자가 부족한 한국 개그계의 한계이기도 하다. 서울방송(SBS), MBC라고해서 왜 제2의 <개콘>을 만들고 싶지 않겠는가. 생존을 걸고 경쟁하는 개그맨들만큼이나 치열하게 고민하는 전문 제작진이 필요하다.    

▲ <코빅>을 비롯해 새로 시작할 지상파 개그프로들은 제2의 <개콘>을 꿈꾼다 ⓒ <코빅> 공식홈페이지 갈무리 

한동안 간판 개그프로가 없었던 SBS와 MBC도 <웃찾사 2>와 <웃고 또 웃고>를 내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편성채널 제이티비시(jTBC)와 엠비엔(MBN) 역시 개그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신인 개그맨을 선발한다고 한다. 600회 특집 이후 ‘봉숭아학당’을 내리는 등 <개콘> 역시 대대적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코미디 무대 최초로 서바이벌 요소를 도입한 <코빅> 또한 이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 칼을 갈고 있다. 말 그대로 조만간 전 방송계를 아우르는 ‘코미디 빅리그’가 펼쳐질 조짐이다. ‘웃으면 복이 온다’고 하지만 ‘웃겨야 복이 오는’ 이들의 치열한 승부가 예고되고 있다.  


* 이 기사가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을 눌러주세요. (로그인 불필요)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