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세대투표’라는 단어가 익숙해졌다. 멀게는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킨 16대 대통령 선거부터 가깝게는 6.4 지방선거까지. 전문가들은 지역과 더불어 세대별 투표 성향을 선거의 주요 변수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2030은 진보정당을, 5060은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게 이제는 당연한 것이 됐다. 그러나 세대라는 외피를 한 꺼풀 벗기고 나면 결국 경제적 양극화가 갈등의 실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 회복의 성과만큼 비정규직의 수가 늘어나는 경제적 양극화가 심해지자 2030은 야권대표 노무현을
“독일 영화 <타인의 삶>은 자살률을 감추려는 동독정부와 그에 맞서 동독의 자살률을 폭로하려는 작가, 그리고 그를 감시하는 비밀경찰 슈타지의 관계에 관한 영화입니다. 전체주의 국가 동독정부는 국민의 행복을 국가가 관리할 수 있다고 믿으며 자살률을 은폐합니다. 독재를 견디지 못해 자살한 사람의 수를 타살로 감추죠. 자살의 통계학에 삽입된 ‘진리’를 은폐하기 위해서입니다. 입막음과 억압의 지배가 순응과 굴종이란 진리를 낳는다면, 자살률은 그러한 진리의 작용으로 인한 대체적인 추세를 가시화하고 표상화합니다.” 영화 이야기를 하며 ‘자살’
중앙의 식민지나 다름없는 지역, 그리고 지역신문 강준만은 저서 <지방은 식민지다>를 통해 ‘내부 식민지(internal colony)' 개념을 이야기한다. 식민지는 국가들 사이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한 국가 안에도 지역 간 불평등의 형식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중앙언론이 지역언론과 관계 맺는 방식도 '내부 식민지’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지역문제가 전국언론을 타는 경우는 대부분 규모가 큰 사건, 사고가 날 때나 자연재해를 겪을 때, 미담이나 훈훈한 인정을 보여주는 소식이 있을 때이다. 지방
‘낮에는 밭 갈고 밤에는 공부한다’는 고사성어 ‘주경야독’은 평화가 아니라 전쟁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의 오자서는 아버지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자 오나라로 도망가 임금인 합려와 손잡고 초나라 침공계획을 세운다. 오자서는 복수를 위해 그야말로 ‘주경야독’을 하며 전쟁을 준비한다.농경민족인 우리 조상들은 대다수가 힘든 농사일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지만 소수는 주경야독으로 생계와 자존심을 함께 유지했다. 그런 자존심을 아직도 이어가고 있는 농촌마을이 있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 갓골이 바로 그곳이다. 주민들은 귀농자들과 함
같은 영국 사람이지만 가는 길이 전혀 다른 두 요리사가 있다. 먼저 제이미 올리버. 그는 앞치마도 계량 도구도 사용하지 않는다. 혀가 짧고 말은 빨라 늘 침이 튄다. 조리기구를 드럼스틱처럼 두들기느라 재료를 흘리는 모습이 꼭 옆집 오빠 같다. 올리버 쇼의 특징은 요리 보조로 등장하는 이들이 전문 조리사가 아닌 올리버 자신의 지인들이라는 점이다. 느닷없이 할아버지가 등장하고 심지어 처제까지 나와 재료를 다듬는다. 한 명이 아닌 ‘다수’를 향하는 그의 요리철학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그는 최고급 오리 간 조리법 대신 30분 내에 여럿이
‘지방에서도 서울 문화를 접하도록 하겠다.’ 2008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말이었다. 강신익 인제대 의대 교수는 칼럼에서 그 발언을 소개하면서 넓은 의미의 ‘문화’ 개념을 끌어와 비판했다. 문화란 인간의 삶이 표현되고 있는 행위와 행위를 이루어내는 전 과정의 사고, 그리고 그에 관련된 삶의 현상을 말한다는 것이다. 만약 유 장관이 넓은 의미의 문화를 말한 것이라면 지역의 삶 전체를 폄훼하는 망언이다. 그러나 유 장관이 ‘문화’를 좁은 의미로 이해했다면 이 발언은 일면 옳다고 할 수 있다. 좁은 의미에서 ‘문화’는 ‘교양’이나
언론사 입사에 도움을 줄 책을 선정해 소개하는 팟캐스트 ‘합격의 도서관’이 10일 <단비뉴스> 홈페이지와 팟캐스트 스트리밍 서비스 아이블러그(iBlug), 유튜브(Youtube)를 통해 첫 선을 보였다.‘합격의 도서관’은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학생들이 만드는 팟캐스트 ‘언시의 법칙’의 세부 코너로, 언론사 입사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선정해서 패널들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선정된 책이 언론사 입사 시험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꼼꼼하게 살핀다.첫 회에서 다룬 책은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제정임 교수와 단비뉴스
표정 없는 사람들 때문인가? 싸늘한 봄비에 젖은 제천문화회관 일대는 계절이 무색하도록 스산해 보였다. 회관 앞 언덕길을 천천히 올라오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들. 처음 열리는 제천시 웃음치료 프로젝트 ‘선샤인 제천’에 참가하려는 사람들이었다. 여성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오기도 했으나, 남성들은 대개 혼자였다.회관은 ‘웃음’을 되찾기 위해 온 5백여 시민들로 붐볐다. 행사가 끝나고 나갈 때 사람들의 표정은 한결 밝아진 듯했다. 하지만 그들의 웃음기가 오래 갈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든 것은 왜일까? 아마도 그건 웃음 상실의 원인
만물은 바람을 본 적 없지만 그 존재를 안다. 바람의 종류와 의미도 각양각색이다. 꽃과 신록은 바람으로 하여 스스로 피고 지는 때를 안다. 봄바람이 가지를 흔들어주지 않았다면 겨우내 잠자던 꽃눈들이 어떻게 일시에 깨어날까? 봄바람이 막 태어난 잎사귀를 어루만져 조막손을 펴주지 않는다면 드넓은 산천이 언제 신록으로 뒤덮일까? 꽃샘바람이 매서운 줄 알기에 버들강아지도 털옷을 입고 태어난다.꽃 피는 계절에 눈보라가 쳐 사람들 마음까지 흔들어놓았다. 이 봄 늦은 밤, 건물의 모서리를 휘돌아나가는 세찬 바람 소리에 건물 안에 있는 내 마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