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11월 29일, 침팬지 에노스가 우주선을 타고 지구궤도를 두 바퀴 도는 데 성공했다. 미국이 우주선에 사람을 태워 보내기 전, 지구궤도를 3시간 21분간 돌고 귀환하는 실험에 침팬지를 먼저 태웠던 것이다. 다음날 미국의 한 신문은 에노스가 마중 나온 침팬지에게 말을 걸면서 우주선을 떠나는 가상의 장면을 만화로 실었다.“우리가 러시아 사람들보다는 조금 뒤졌지만 미국인들보다는 앞섰군!” 냉전시기였던 1960년대,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개발 경쟁은 치열했다. 러시아는 1957년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미용실에 가면 대개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부탁하게 된다. “예쁘게 잘라주세요.” “깔끔하게 해주세요.” 그렇게 미용사에게 머리의 운명을 맡긴 후 결과를 확인할 때의 반응은 대략 두 가지다. “뭐 그럭저럭 괜찮네.” “망했다~!” 하지만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을 활용한다면 ‘망할’ 가능성을 확 줄일 수 있다. 컴퓨터 웹 카메라에 얼굴을 인식시킨 뒤 원하는 헤어스타일을 고르면 그 스타일을 한 내 모습이 모니터에 나타난다. 옆모습을 보고 싶다면 머리를 살짝 돌려주면 된다. 실제 얼굴을 카메라로 잡은 뒤, 머리스타일이
모두가 ‘내 탓’인 서글픈 사람들 “일한 지 10년 넘었어. 다 자기 하기 나름이야. 나는 버는 거 술 먹느라 다 써서 남는 것도 없어.”거여동에 산다는 50세 김씨는 독신이다. 자기는 그냥 ‘쫄’이라며 귀찮게 이 것 저 것 묻지 말라고 했다. 그는 가정이 없다. 가정을 꾸릴 틈이 없었다. 10년 넘게 낮과 밤이 바뀐 작업장에서 일하다보니 사람 만날 시간을 내기 힘들었다. 돈은 술 마시느라 금세 바닥났다. 철야로 12시간씩 일하고 한달 150만원을 받지만 방세, 식비를 해결하고 나면 남는 건 하루 소주 한 두병 값이 전부다. 새벽
어둠이 짙어지면, 시장은 잠에서 깨어난다. 일꾼도 일어나야 한다. 얄팍한 매트리스 두개를 포갠 침대와 사각 티슈함 모양의 딱딱한 합성가죽 베개를 한쪽으로 밀고, 어제 탕 안에서 몰래 빨아 두었던 속옷과 양말을 챙겨 든다. 짐 가방이 들어 있는 94번 옷장을 열어 작업복으로 갈아입는다. 여벌의 옷을 검은 비닐봉투에 넣어 둘둘 만 뒤 옆구리에 낀다. 카운터 아저씨에게 열쇠를 맡기고, 내 숙소인 ‘거북 찜질방’을 나선다. 사장의 눈치를 받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선지해장국, 볶음밥, 라면 등 분식집 메뉴 중에 제일 빨리 되는 것을 골
“아... 내일가면 안 될까?” 첫 출근하는 날,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마냥 눈을 끔벅이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준비가 부족하단 생각에 더해, 거친 일상을 살아왔을 그들과의 부대낌이 두려웠다. 나 같은 풋내기 일꾼이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까? 그렇게 시작한 2주간의 노동이 끝났다. 엄살 부리고 싶지 않았다. 철저하게 그들 속에서 먹고 자고 숨 쉬며 솔직한 이야기들을 담고 싶었다. 쉽진 않았다.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배달명령 속에서 스마트폰 메모장에 하루 일과와 순간순간의 생각들을 기록했다. 1일차, 2일차, 3일차...12일차. 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