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9일 오후 6시쯤 경북 경주시 양남면의 나아해변. 동글동글한 자갈이 깔린 몽돌해변에서 50대 후반의 남자가 여러 군데 설치해 놓은 낚싯대들을 오가며 ‘입질’이 오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해변 북쪽 끝, 파란 바다를 가로지른 방파제 너머에는 잿빛 무덤 모양의 원자로 몇 개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983년 월성 1호기가 들어선 후 올해 완공된 신월성 2호기까지 모두 6기의 원자로가 이곳에서 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울산에 살면서 가끔 이 해변으로 낚시하러 온다는 남자는 “
‘진 아틀리에’는 이모의 작업실이자 직장이었다. 그림도 그리고 학생들도 가르치는 공간이었다. 난 그때 아틀리에가 뭔지도 몰랐지만 이모가 이름을 참 잘 짓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모는 그곳을 ‘진 아뜨리에’라 불렀는데 그 발음이 듣기 좋았다.이모는 얼굴이 예뻤다. 키가 크고 몸매도 늘씬해 모델 같았다. 타고난 외모를 가꾸는 데도 능숙해 늘 세련돼 보였다. 분명 주변의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여인이었다. 이모가 결혼하겠다며 남자를 데려왔을 때 둘은 비슷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 남자는 풍채가 듬직하고 성격도 막힘이 없이 당찼다.둘은
“헌법은 의복과 같습니다. 우리가 성장함에 따라 몸에 맞는 옷을 입듯이, 국가도 변화에 따라 헌법을 개정해야 합니다.”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사회교양특강’에서 박인수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은 옷’이라 말하며 ‘현재 헌법이 정한 정부 형태는 과연 우리에게 맞는 옷인가’라는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현재 우리 정부 형태는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돼 대통령이 헌법을 초월한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자문자답했다.“(대통령의) ‘권력 집중’으로 어떤 문제가 있고 이를 어떻게 분산시킬 수 있는가
“사실 신학교라고 하면 천사들만 사는 줄 아는데, 정작 가서 만나보면 그렇지 않아요.”신학교 생활이 어떠냐는 질문에, 천주교 수원교구 신학생회 대표인 이승원 베드로(28)씨는 “보통 사람들이 사는 곳과 같다”며 손등으로 입을 가리고 고개를 살짝 틀어 웃었다. 그는 ‘이런 사람들이 신부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한 적도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여기서 가장 문제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고백했다. 자신의 잣대로 남을 함부로 재단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과연 나 같은 사람이 신부가 돼도 괜찮은가’
지난해 8월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시복식이 열렸다. 시복식은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교자나 생전에 덕행이 뛰어났던 교인들을 성인(聖人)의 전 단계인 복자(福者)로 추대하는 의식이다. 최초의 한글교리서인 <주요교지>를 집필한 정약종(1760~1801) 등 124명이 이날 복자의 반열에 올랐다. 실학자 정약용의 셋째 형인 정약종은 신유박해(1801)의 광풍 속에서도 신과 이웃에 대한 사랑, 만민평등을 당당히 외치다 참수됐다. 한국 천주교는 순교자의 전통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세상은 온갖 방식으로 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인문교양특강에서 시비에스(CBS) 정혜윤 라디오 PD가 내뱉은 첫 마디는 ‘책’이었다. 그는 자신의 꿈도 ‘책’에서 시작됐다고 한다.“고등학생 때 오빠가 <전태일 평전>을 가져왔어요. ‘뭐 이렇게 슬픈 소설이 다 있어?’ 이 말을 들은 오빠가 ‘소설이 아닌 실화’라고 하더군요. 어떻게 사람이 분신을 하고, 또 그걸 전 모르고 있었을까요? 언론이 보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때부터 기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죠.”대학 4학년 때 본격적으로 언론고시를 공부할 때는 서점에서 살았다. 하나를 알려면 인터넷 검색으로 단
김해경은 자주 갑갑함을 느꼈다. 자신의 재능을 가로막는 식민지 백성이란 굴레가 갑갑했고, 돈벌이에 서툰 자신의 비루한 형편이 갑갑했으며, 각혈하는 나약한 육체가 갑갑했다. 갑갑했던 그는 13인의 아해((兒孩, 아이)들을 막다른 골목길로 몰아 질주하게 한다. 아해들은 무섭다고 소리치며 달려가지만 그들 앞에는 막다른 골목길뿐이다. 그는 시 ‘오감도 시제1호’에서 탈출구가 없는 방향으로 정신없이 뛰어가는 아해들을 창조한다. 아해들은 열심히 뛰어가지만 자신만의 목표가 있어 달리는 건 아니다. 원인 모를 두려움이 그들을 몰아대기에 그저 무서
“햇빛온풍기가 있으면 기름이나 전기가 없어도 난방이 된대요. 따뜻한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찬 공기는 아래로 내려가는 자연 원리를 그대로 이용하는 거예요.”충북 제천시 강제동의 다솜학교에서 지난 5월 9일 만난 최강주(17·전기과)군은 방과후 교실에서 친구들과 함께 만들고 있던 햇빛온풍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학교법인 한국폴리텍에서 운영하는 기숙형 대안학교인 다솜학교는 청소년 교육 지원 사업의 일환인 ‘삼성꿈배움터 교육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지난 4월부터 방과후 기술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3년간 한 사람이 한 가지 기술을 익
"영화 '겨울왕국'은 기후변화 이야기로 볼 수도 있습니다. 왕국이 갑자기 얼어붙으니 식량문제가 발생하고 얼음장사는 일자리를 잃어버렸죠. 기후변화가 우리 삶을 어떤 식으로 흔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겁니다."'겨울왕국'에서 주인공 엘사는 자신이 가진 얼음마법을 통제하지 못해 나라 전체를 겨울로 몰아넣는다. 영화에서 묘사하진 않았지만 갑작스런 기후변화로 왕국은 기본적인 농산물조차 확보하지 못해 식량난을 겪었을 수도 있다. 식량난이 물가폭등과 실업, 치안악화 등으로 이어지면 왕국은 혼란에 빠졌을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 우리 가계부 적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