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구립 노인정 편백경로당은 얼핏 평범한 단독주택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에너지를 100% 스스로 만들어 쓰는’ 제로에너지 건축물이다. 지난해 1월 ‘그린 리모델링’을 마친 이 건물은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제로에너지 건축 1등급 인증을 받았다. 또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선정한 그린 리모델링 우수 사례로 상을 받기도 했다. 이 건물은 어떤 과정을 거쳐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 쓰는 집’이 될 수 있었을까. ‘단열’ 개념 거의 없었던 마흔 살 건물 편백경로당은 원래 대지 187제곱미터(㎡), 건
유럽의 남서쪽, 북대서양과 지중해 사이에 자리한 스페인은 1년에 300일 이상 쨍쨍한 햇볕이 내리쬐는 곳입니다. 연평균 기온은 20도(℃), 여름에는 40도를 훌쩍 넘기는 지역도 있습니다. 건조해서 목초가 잘 자라지 않는 고원지대가 드넓게 펼쳐져 있고 바람도 많이 불어 ‘태양과 바람의 나라’로 불립니다. 하지만 그 이름이 단순히 이런 기후조건 때문에 생긴 것만은 아닙니다.낮에 남아도는 햇볕에너지를 용융염에 저장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는 ‘집시들의 춤과 노래’에 뿌리를 둔 플라멩코의 발상지입니다. 이곳에는 일찌감치 태양에너지 투자에 나
“인류의 역사에서 수많은 고난이 있었을 때, 그 문제를 넘는 흐름에는 항상 연구자가 있었습니다. 빈곤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책임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 지금의 복지 시스템을 만든 것처럼,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집요하게 분석하고 고민할 때 우리는 그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지난달 30일 오후 7시 30분, 제2회 연구산악대 디브리핑(임무보고) 컨퍼런스가 줌(Zoom) 화상회의로 열렸다. 운영진 가운데 한 명인 심보은(31·공공정책학 석사) 씨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연구자의 역할을 강조하며
지난 26일 오후 2시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두산중공업 사옥(두산타워) 앞. 바람이 거세게 부는 거리에서 남녀 청년 50여 명이 서로 인사를 나눴다. 몇 분 뒤 ‘두산 경비원’ 역할을 맡은 한 남성 활동가가 “여기 사유지인 거 몰라, 사유지! 뭔데 이러고 있는 거야!”라고 소리를 지르자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로켓단’ 노래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동시에 청년기후긴급행동의 이나경, 오지혁 활동가가 마이크를 들었다. “우리가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대답해드리는 게 인지상정!” “지구의 파괴를 막기 위해, 이 세계의 평화를 지키
공장식 축산과 육류 소비가 기후위기를 가속화한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각급 학교에서 채식 급식을 늘리고 있지만 환경교육이 병행되지 않거나 식단의 다양성이 부족해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전국 17개 교육청과 일선 영양(교)사들에 따르면 2020년 7월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기후위기 시대, 환경교육을 위한 비상선언문’을 발표한 후 전국 초·중·고교에서 ‘월 1회’ ‘주 1회’ 등 정기적으로 채식 급식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 인천, 충북, 충남, 전남, 울산, 경북, 제주 등 15개 교육청은 월 1회 이상 ‘
북유럽의 대표적 복지국가이자 1인당 국민소득(GDP) 세계 9위(2017년)의 부자나라인 덴마크는 ‘자전거 천국’으로도 유명합니다. 국민 10명 중 9명이 자전거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수도 코펜하겐은 국제사이클연맹(UCI)이 2007년부터 매년 선정하는 ‘자전거의 도시’에 첫 번째로 뽑혔을 만큼 ‘두 바퀴의 탈것’이 물결을 이루는 곳입니다. 코펜하겐시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코펜하겐과 프레데릭스베르시, 보른홀름섬 등 덴마크 수도권에서 주민들이 통근·통학 운송수단으로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이 자전거(41%)였습니다. 버스·기
유럽 대륙에서 북부 독일과 국경을 맞대고 북해 쪽으로 툭 튀어나온 반도와 몇 개의 큰 섬으로 이뤄진 해양국가 덴마크. 이 나라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약 120킬로미터(km), 차로 약 1시간 30분을 달려 칼룬버그항에 도착한 뒤 다시 카페리로 1시간 30분을 가면 삼쇠(Samsø)섬이 나옵니다. 덴마크 사람들은 이 섬을 ‘기적’이라고 부릅니다.땅 면적이 114제곱킬로미터(㎢), 한국 강화도의 3분의 1 정도 되는 삼쇠섬엔 약 4000명이 삽니다. 이 작은 섬이 기적으로 불리는 이유는 이곳에서 쓰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원에서 얻
여름으로 막 접어든 2018년 5월 21일 오후, 독일 전역의 태양광 패널들이 쨍쨍 내리쬐는 햇볕 아래 일제히 반짝이며 기록적인 양의 전기를 만들었습니다. 전력망 관리기관인 연방통신청(BNetzA)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쯤 독일에서는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로만 50.3기가와트시(GWh)의 전기가 생산됐습니다. 이는 같은 시간대 전력수요량 49.7GWh를 초과하는 양입니다. 전체 전기 수요량의 100퍼센트(%) 이상을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충당한 것입니다.재생에너지로 일시적 전력 수요 100% 충당도이날 독일에서는
독일 서남쪽에는 ‘검은 숲’이라는 뜻의 ‘슈바르츠발트’ 삼림지대가 있습니다. 이 삼림지대 근처에 인구 22만 명의 유서 깊은 도시, 프라이부르크가 있습니다. 마르틴 하이데거, 막스 베버 등 저명한 학자들을 배출한 프라이부르크대학교가 있는 곳입니다. 여러 대학이 둥지를 틀고 있어 7명 중 1명이 대학생인 교육도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유럽의 환경수도’ ‘태양의 도시’로 더 유명합니다. 환경보호를 최우선 가치 중 하나로 여기는 시민의식과 일관성 있는 자치행정이 오늘날 프라이부르크를 독일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연간 3
스포츠 자동차들이 치열한 경주를 벌이는 전라남도 영암군의 포뮬러 원(Formula 1·F1) 경기장. 전체 면적 130만제곱미터(㎡·약 40만 평) 중 약 20%인 23만㎡가 주차장이다. 지난해 11월 8일 <단비뉴스> 취재팀이 찾아간 이 주차장은 1구역에서 7구역까지, 축구장 30개 크기의 면적에 태양광 패널들이 웅장하게 도열하고 있었다. 3~4미터(m) 높이로 우뚝 솟은 패널들은 빛을 많이 반사하지 않아 검은빛을 띠었다. 비나 눈이 흘러내리도록 기울어지게 설치된 패널 밑에 주차된 자동차에는 시원한 그늘이 드리워졌다.영암에프원 태
독일 동부 브란덴부르크주 트로이엔브리첸시에 있는 펠트하임(Feldheim)은 주민 수가 130명 남짓인 농촌입니다. 통일 전 동독 지역이었던 이 마을은 수도 베를린에서 자동차로 약 두 시간이 걸리는 시골인데도 세계 각지에서 방문객이 꽤 찾아옵니다. 펠트하임은 ‘에너지전환 모범마을’로, 주민들이 쓰는 모든 전기와 난방을 태양광과 풍력, 바이오연료와 같은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기 때문입니다.돼지와 양, 옥수수와 밀을 키워 생계를 꾸려온 이 마을에는 현재 55개의 풍력발전기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연간 250기가와트시(GWh)만
스웨덴의 서남단, 외레순 해협을 사이에 두고 덴마크의 코펜하겐과 마주 보고 있는 항구도시 말뫼(Malmö)는 지난 2007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한 곳입니다. 쾌적한 주거환경,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활비가 매력적이어서 코펜하겐에서 일하는 덴마크 청년들도 이곳에서 출퇴근하려고 몰려옵니다. 그래서 약 40만 인구의 절반가량이 35세 이하의 젊은이들입니다. 재생에너지·정보통신·생명공학 등 첨단 산업단지의 벤처기업인들과 말뫼대학의 연구진, 학생 등이 만들어내는 이 도시의 활기는 절망적 쇠락의 아픔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는 2017년 6월 2일 독일 에센에서 열린 녹색도시 시상식에서 스웨덴 벡셰를 벨기에 루벤과 함께 ‘2018 유럽 그린리프(Green Leaf)’로 선정했습니다. EU집행위원회는 매년 자연보호와 녹색성장을 선도해 온 도시를 뽑는데, 인구 10만 이상 도시에는 ‘유럽 그린캐피탈’, 인구 2만~10만 사이 소도시에는 유럽 그린리프상을 줍니다.위원회는 "벡셰의 꾸준한 화석연료 퇴출 정책과 바이오매스 활용 등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벡셰는 2007년 EU집행위원회가 주최한 ‘지속가능에너지 유럽’의 커뮤니티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할 때 채택한 배출전망치(BAU) 방식을 선진국들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 방식은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비해 겉으로만 효과가 커 보이는 착시효과를 가져오니까요.”2018년 5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정보완, 쟁점을 논하다’ 토론회에서 박용신 환경정의포럼 운영위원장은 우리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의지 부족을 비판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한국이 2009년부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기준으로 설정한 BAU(business as usu
“기후변화는 경제, 일자리, 범죄, 전쟁이 들어차 있는 걱정의 웅덩이 가장자리에 놓아둘 수 있는 사치스러운 걱정거리가 됐습니다.”지구온난화가 심각한데도 대중의 경각심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국의 비영리단체 ‘기후지원정보네트워크’의 공동창립자인 조지 마셜은 저서 <기후변화의 심리학>에서 그 이유로 ‘지나친 환경담론화’를 꼽았습니다. 기후변화 논의가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인간 행위를 저지해야 하는’ 환경 논란으로 비치다 보니, 경제·일자리·범죄·전쟁 등 좀 더 긴급해 보이는 사안에 밀려나 버린다는 겁니다.기후변화 재난으로 매년
“핵발전은 갈수록 전기 생산비용이 높아지고 전력 계통 불안정을 초래할 것입니다. 경제성 논리가 반박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지난 21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과 탈핵대선연대 공동 주최로 ‘20대 대선, 기후정의의 눈으로 탈핵을 말하라’ 포럼이 열렸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포럼에서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재생에너지와 핵발전, 공존할 수 있을까’ 주제의 발표를 통해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해결하려면 원자력 발전이 필수’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
“행동에 나서기에 앞서 우리 노년은 반성합니다. 생산력 제일주의에 제동을 걸지 못한 것에 대해, 풀뿌리 민주주의의 성숙에 기여하지 못한 것에 대해, 그리하여 청년의 미래를 빼앗은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합니다. 이제 달라지겠습니다. 뒤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지난 19일 오후 2시 서울 종로 탑골공원 삼일문 앞. 눈발이 날리는 거리에서 60~70대 남녀 40여 명이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모여들었다. 석일웅 작은형제회 수사 등이 ‘육십플러스(60+)기후행동 사발통문: 노년이 미래다’를 낭독하는 동안 이들은 비장한 표정으로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