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사전] ‘거울’

▲ 윤연정 기자

요즘 인터넷에서 '과사'라는 용어를 자주 볼 수 있다. '과거 사진'을 줄인 말로 흔히 연예인이나 이슈가 되는 인물의 과거 신상을 알고 싶을 때 등장한다. '과사'는 종종 현재와 과거를 비교하는 용도로 쓰이다 보니 개인에게 '과사'는 기피 대상이다. 현재 자신이 보는 과거 속 자신은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한 조각일 때가 많다. 과거에 실수를 한 적이 있어서, 누군가에게 미숙했기에, 상처를 주거나 받아서…… 이유는 다양할 테다.

그럼에도 실패를 거울삼아 성공하는 계기로 삼는다는 '전패위공(轉敗爲功)'이란 말처럼 지우고 싶은 과거는 대개 긍정적인 경험이 될 수 있다. 과거가 부끄럽다는 것은 지금이 더 성숙해졌다는 반증이며, 과거의 잘못을 인지한다는 것은 아직 양심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과거를 뒤돌아보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 공자는 "과오를 범하고 고치지 않는 자는 또다른 과오를 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를 뒤돌아보는 것은 변화의 시작이다. ⓒ wallup

헝클어진 과거를 바로잡는 방법은 꼬인 매듭을 풀거나 그게 어려우면 과감히 절단하는 거다. 하지만 우리 과거사는 은폐의 역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매듭을 풀 기회를 놓치고 매번 과오를 덮어온 역사의 결과물이 비참한 '헬조선'이고 만연한 인권침해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 특별하진 않지만 상식적인 방식으로 적폐를 해소해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잘못하면 우선 덮어' 식 관습은 사회 곳곳에 뿌리 박혀 있다. 세월호 유골 은폐 사건도 하나의 사례다. 문단과 연극계를 강타하고 있는 성범죄 사건도 ‘덮어 놓았다가’ 상습범을 양산했다.

관습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오백년 넘도록 이어져온 조선시대 신분제 사고방식과 문화가 아직도 남아 있고,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권위주의적 국가 운영체제가 여전히 작동해왔다. 해방 이후 미국식 민주주의가 들어왔지만, 민주주의는 형식에 불과한 때가 많았다. 중앙에 권력을 실어주는 방식으로 국가가 운영됐고, 권력이 집중된 곳의 부패를 은폐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다.

정치권력이든 문화권력이든 자신의 문제를 권력으로 덮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국가권력의 통제를 벗어난 국제·민간 차원의 감시가 가능해졌고 개인의 인권의식도 강해졌다.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덮인 채 방치된 수많은 폐습들을 걷어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과거를 드러내 반면거울로 삼으면, 미래를 비추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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