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사전] ‘아이러니’

▲ 조승진 기자

‘역설’ 또는 ‘반어’를 뜻하는 ‘아이러니’(Irony)의 어원은 그리스 희곡 인물인 에이론과 그 상대역 알라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고 약한 에이론은 재치와 기지를 써서 자기보다 크고 강한 알라존을 늘 이긴다. 관객의 예상과 다른 전개가 이뤄지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상황은 법인세 인상에서도 일어난다. 

문재인 정부는 보편적 복지 재원 확충의 일환으로 법인세 인상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물로, 12월 초 여야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데 합의했다. 그간 한국사회 경제성장의 과실은 기업에 집중되어 있었다. 2005년과 2016년의 국민소득 대비 기업소득과 가계소득 비중을 비교한 결과 기업소득은 상승했으나 가계소득은 하락했다. 소비시장은 움츠러들었고 경제성장은 둔화했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법인세 인상은 부족한 예산 확충의 일환이다.

하지만 미국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내린 것을 기화로 재계와 보수언론이 세계적 추세에 우리만 역행한다는 여론전을 펴고 있다. 실은 미국 내에서도 대규모 감세로 10년간 1조 달러 이상 정부 부채가 늘고, 재정 적자로 공공의료 지출이 삭감돼 노인과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오히려 국민소득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정부가 낙수효과를 기대하며 친기업 정책을 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국민소득 증대 방안을 마련하고 소비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 미국은 법인세 인하정책을 펴고 있다. ⓒ flickr

법인세 인상은 결국 기업 이익으로 되돌아간다. 법인세 증가액은 복지지출을 늘리고 그렇게 창출된 구매력은 기업의 판매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른바 ‘반기업 정서’라는 것도 상속세와 법인세를 제대로 내지 않은 재벌 총수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성실한 납세는 반기업 정서를 누그러뜨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 같은 미국 기업가들이 상속세 완화에 반대하는 것도 튼튼한 자본주의를 원하기 때문이다. 진짜 아이러니는 서로에게 ‘윈윈’이 될 세금납부를 거부한다는 점이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나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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