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업이슈] 경북 의성군 인구정책

2016년 신생아 수 265명. 소멸위험지수 전국 1위. 경북 의성군 이야기다. 소멸위험지수란 20~39세 가임여성 인구수를 65세 이상 노인 인구수로 나눈 지표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인구 감소에 따른 소멸 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된다. 30년 안에 없어질지도 모르는 의성군은 ‘농촌 인구 급감’이라는 도도한 흐름을 어떻게 막고 되돌리려 하고 있을까? <단비뉴스> 지역농촌취재팀이 의성군에 찾아간 이유다.

▲ 가장 큰 도인 경북에서도 한가운데 자리잡은 의성군은 전형적인 농촌지역이다. © 의성군

소멸지수에 대해 김주수 의성군수는 “인구수보다 노인과 가임여성의 인구비례로 결정되기 때문에 의성군의 실제 소멸위기는 인구가 의성 절반 수준인 인접군에 견주면 높지 않다”면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청년 정책들을 집중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성군 인구는 2016년 기준 54,014명으로 인접한 군위군(22,079)·청송(24,593)군에 견주면 두 배가 넘는다.

아이디어 얻고 인맥 형성하는 ‘청년리더 아카데미’ 성황

의성군은 청년 숫자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또 청년정책의 수혜 대상을 늘리기 위해 20~39세를 청년으로 보는 통념을 깨고 45세까지 청년에 포함했다. 7일 점곡면 민산정에서 열린 ‘청년리더 양성 아카데미’ 수료식도 청년정책의 성과 중 하나다. 아카데미를 통해 청년 32명이 석 달 간 매주 저녁 7시에 모여 지역·경제·문화를 주제로 강연을 듣고 토론한다. '처녀 이장의 농업경영 이야기' '로버트 오언과 사회적경제' 등 지역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유익한 강연을 듣고 또래 청년들끼리 인맥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다.

▲ 청년리더 아카데미 3기 수료생들과 김주수 군수(앞줄 가운데) 등 내빈들. © 의성군

"참가자들은 관계 속에서 동반성장해 가는 학습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모든 과정에서 섬김의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고 지역의 자원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게 되는 등 성장의 즐거움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수료식 사회를 맡은 3기회장 정태기(37) 씨가 밝힌 소회다. 김주수 군수는 "다양한 청년사업들이 이제 막 시작됐다”며 “주인인 여러분이 적극 참여해야만 의성이 발전할 수 있다"고 청년들을 격려했다. 김 군수 말대로 의성군은 청년 인구를 늘리기 위해 2017년에 20여 개 청년정책을 시행했다.

높은 고용률의 함정

2013년 12월 기준 전국 경제활동인구는 약 2,570만, 경상북도 130만, 의성군 3만5천명이다. 의성군의 경제활동참가율은 73.1%, 고용률은 73%로 전국이나 경상북도와 비교하면 각각 11.5%, 13.7% 포인트 높은 수치다. 높아서 좋아 보이지만 농업 관련 일자리가 많아 청년층을 수용하기 어렵고 소득이 낮다.

▲ 의성군 청년 경제활동인구. © 통계청 (의성군 민선 6기 일자리 대책 종합계획)

2015년 의성군 사회조사에 따르면 의성군민의 소득만족 비율은 40~49세가 22.6%로 가장 높고 29세 이하가 10.8%로 가장 낮아 청년층이 자신의 소득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청년층의 일자리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이에 의성군은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중소기업 인턴사원제' '대학생 공공기관 직무체험' '대학생 아르바이트 사업' 등 다양한 청년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 의성군 소득만족 비율. © 의성군

의성군은 청년창업 지원사업으로 매년 3명을 선발해 창업을 지원한다. 청년CEO 워크샵을 개최하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원방안을 협의한다. 또한 전문가 멘토링을 통해 제조업 등록, 제품양산 방법, 기초적인 세무회계를 교육한다. 2016년부터 선발된 창업자에게 매달 70~180만원씩 지원해왔다. 지금까지 지역 농가 쇼핑몰을 광고하는 누리집, 노인 복지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5명의 청년 창업자가 선정돼 활동하고 있다.

의성군은 지난 11월 23일 경북도가 주관한 ‘청년 창조오디션 공모전’에서 ‘박서생과 청년통신사 사업’으로 대상을 받아 사업비 10억원을 지원받았다. 이는 의성 출신이면서 1429년 최초 조선통신사로 일본에 다녀온 박서생을 기리는 사업이다. 박서생은 통신사로 다녀온 뒤 인력 없이 물의 힘으로 수차를 돌려 전답에 물을 대는 기술을 세종에게 건의해 시행하게 했다. ‘청년통신사 사업’은 청년들이 낙동강에 통신사 배를 띄우고 수변공원에 수차를 만들어 재현하는가 하면 청년예술가촌을 조성하여 청년창작공간과 청년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것 등을 뼈대로 한다.

18년 만에 다시 유치한 의성 유일의 산부인과

지역의 인구 문제를 해결하려면 청년정책과 출산정책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 청년의 지역 유입이 출산으로 이어지고, 청년의 경제적 안정이 보장돼야 출산 또한 가능하기 때문이다. 의성군은 지역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의성군청 총무과 황연희 주무관은 첫째·둘째 아이를 가졌을 때 대구까지 가서 아이를 낳았다. 황 주무관이 임신했을 때 의성에 산부인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의성에도 산부인과가 하나 있다. 의사 1명, 간호사 2명 있는 영남제일병원 산부인과는 2015년 3월부터 의성 안계면에서 외래진료를 시작했다. 유일한 산부인과였던 경북산부인과가 1997년 폐업한 뒤 18년 만에 산부인과가 다시 생긴 것이다.

▲ 의성군은 없어진 지 18년 만에 다시 산부인과를 유치했다. ©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의성군은 영남제일병원에 국비로 지원금을 보조하고 있다. 의성군은 분만취약지 지원과 함께 임산부·영유아 영양보충 식품 제공, 엄마·아이 건강멘토 서비스 사업까지 갖가지 노력을 기울인 결과 2015년 경북 지역 저출산 극복사업 평가에서 최우수 지역으로 꼽혔다.

의성군은 그 밖에도 출산장려금·출산용품 지원, 무료 놀이시설 운영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인구 감소에 대응한다. 출산장려금은 아이가 태어났을 때와 첫돌에 지급된다. 첫 아이는 출생 장려금 50만원과 첫돌 50만원을 지원하고, 둘째 아이는 출생 장려금 100만원과 첫돌 50만원을 지원한다.

▲ 장난감을 구매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영유아 가정의 실정을 고려해 의성군 보건소와 군청 사회복지과가 협력해 장난감대여소를 마련했다. © 의성군 보건소

“임산부 유치정책으로 끝나선 안 돼”

의성군청 유경래 지역인구정책계장은 “출산장려금을 받은 뒤 의성을 떠나버리면 아무 소용 없는 일이 되어버린다”며 “매달 10만원씩 24개월간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그마저도 2년 뒤 인구 확보를 보장할 수 없다.

그는 “출산 지원 정책이 지방자치단체끼리 ‘제 살 깎아 먹는’ 형국으로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출산장려 정책 중 출산장려금에 가장 많은 예산이 집행되고, 대부분 지자체에서 비슷한 지원을 하기 때문이다. 지역 인구가 늘어야 지방교부세가 더 많이 지원되므로, 지자체는 인접 지역과 인구 유입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출산장려 정책의 취지는 사라지고 임산부 유치 정책으로 전락한다는 게 유 계장의 설명이다.

“근본적인 인구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동수당 같은 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해요. 우리끼리 인구를 빼앗아 오는 제로섬 게임이 되지 않으려면 전국적인 파이를 늘릴 수 있는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 의성군은 품질이 뛰어난 마늘과 자두로 유명하다. © 의성군 농특산물쇼핑몰
▲ 의성군은 고운사(사진)나 빙계계곡 같은 고즈넉한 비경도 많이 간직하고 있다. © 고운사 누리집

[지역농업이슈]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대산농촌재단과 함께 기자PD 지망생들에게 지역∙농업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개설한 [농업농촌문제세미나]와 [지역농업이슈보도실습] 강좌의 산물입니다. 이는 농업경제학농촌사회학 분야 학자, 농사꾼, 지역사회활동가 등이 참여해서 강의와 농촌현장실습 또는 탐사여행을 하고 이를 취재보도로 연결하는 신개념의 저널리즘스쿨 강좌입니다. 동행하는 지도교수는 기사의 틀을 함께 짜고 취재기법을 가르치고 데스크 구실을 합니다. <단비뉴스>는 이 기사들을 실어 지역∙농업문제에 대한 인식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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