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전체관람가>에서 본 영화계의 불편한 진실

“불편하다” JTBC <전체관람가>를 보며 든 생각이었다. <전체관람가>는 상업 영화감독들이 제작비 3000만원을 가지고 단편영화를 만드는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각기 다른 영화감독의 색깔이 들어간 단편영화도 보고, 베일에 싸여있던 영화 제작 현장도 볼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는 예능이다. 현장에서 신처럼 군림할 것 같던 감독이 비굴하게 배우들에게 사정하는 모습이나, 예산 때문에 걱정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체관람가>는 영화판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전체관람가> 첫 회에서 제작비에 우려를 표하는 감독들에게 심사위원 문소리가 3000만원에 맞게 아이템을 조정해서 시나리오를 쓰라고 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래서 정말 3000만원 이외의 지원은 해주지 않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에피소드에는 억대 장비와 3000만원으로는 캐스팅할 수 없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단돈 500만원으로 단편 영화를 제작하는 현실에서 이 프로그램은 이들에게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만든다.

▲ 상업영화를 찍는 감독에겐 3000만원이 적은 돈일지 모르지만, 단편 영화를 찍는 이들에겐 3000만원은 꿈의 돈이다. © JTBC 전체관람가 갈무리

단편 영화를 제작하는 인원은 영화마다 천차만별이다. 보통 학생 영화 기준 20명가량이다. 하지만 <전체관람가>에선 50명, 배우 포함 100명이 넘는 작품도 있다. 이들은 모두 합당한 임금을 받았을까? 프로그램에서 감독들은 자신의 지인으로 헤드 스텝을 꾸리거나 처음 보는 사람에게 부탁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제작비가 얼마 없어 돈을 못 주거나 별로 못 챙겨 준다는 이야기를 한다. 스텝들은 프로그램의 취지가 좋아서, 감독의 부탁으로 참여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감독의 지인인 헤드 스텝까지는 상부상조의 의미로 적은 임금 혹은 무임금으로 할 수 있다 치자. 그 밑에 있는 스텝들은 과연 합당한 임금을 받았을까?

영화인을 꿈꾸는 학생들이 단편영화를 많이 제작한다. 학생들은 영화를 제작할 돈이 정말  없다. 촬영 장비, 교통비, 식비, 미술비에 쓸 돈도 없어서 줄이고 줄이는 판국이다. 그래서 보통 지인들에게 사정하거나 함께 영화인을 꿈꾸는 이들이 모여 영화를 만든다. 그들에겐 인건비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 학생영화를 제작할 땐 인건비를 받지 못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들이 외부나 상업 영화 현장에 나가면서 문제가 생긴다. 학생영화를 제작하면서 출연료나 스태프 비를 받지 않은 것이 습관이 되어 얼마를 받아야 할지 아예 모른다. 받더라도 최저시급보다 못한 금액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나 또한 광고 촬영을 하면서 이틀 촬영에 20만원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학생 신분이라 이틀 촬영에 20만원이면 많은 돈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촬영 준비단계에서 일한 시간과 이틀 꼬박 촬영한 것을 생각하면 20만원은 터무니없는 금액이었다.

현장에서 출연료나 스태프 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영화인들을 위해 ‘영화 스태프 표준근로계약서’가 2011년 개발되었으나 근로계약서라는 말이 무색하게 현장에서는 제대로 적용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2014년에 개봉한 <국제시장>은 표준근로계약서를 막내 스태프까지 적용해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 표준근로계약서를 쓴 영화들이 몇 있을까? 독립영화 연출부에서 일했던 한 지인은 계약서는커녕, 시간 외 근로를 하고도 근로 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전체관람가>는 단편 영화시장 개척과 독립영화 지원을 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가진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렇다면 단편 독립영화 현장을 더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현실을 영화에 대한 열정과 사랑으로 얼렁뚱땅 포장하면 안 된다. 지금도 어떤 영화의 스텝들은 자신이 받아야 할 정당한 보수를 받지 못하고 영화를 만들고 있을 것이다. 예술 하는데 돈이 무슨 상관이야? 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예술도 밥을 먹어야 하지.


편집 :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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