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대학생 당사자들 ‘분발’ 촉구하는 이정우 교수

 

▲ 지난 6 월 서울 청계천에서 열린 등록금집회현장.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높이는 학생들도 있지만 전체 대학생 숫자에 비하면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다. ⓒ 이준석

“요즘 반값등록금 문제를 보면 투쟁에 나서는 학생들보다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더 많습니다. 김여진, 김제동을 보세요. 연예인이 앞장섭니다. 등록금은 대학생 자신의 문제 아닌가요? 대학생들이 힘을 모아 적극적으로 앞장서야죠.”

기말고사가 한창이던 지난달 13일 대구 경북대 캠퍼스에서 이정우 경제통상학부 교수(61)를 만났다. 참여정부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던 이 교수는 최근 논란이 뜨거운 ‘반값등록금’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는 “누구는 촛불 들고 밖에 나가고, 누구는 남이 싸우고 투쟁한 결과물에 공짜로 편승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비싼 등록금 학부모에게 다 떠맡기는 한국
 

▲ 경북대 이정우 교수. ⓒ 이지현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등록금 자체가 너무 비싸고, 대학들의 등록금 의존율도 너무 높은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유럽은 상당부분 세금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미국 대학도 등록금 이외의 재원을 적극 조달한다. 미국의 경우 2007년 기준으로 대학 재정을 등록금에 의존하는 비율이 하버드대의 경우 5.3%, 조지아공대는 12.1%, 미시건주립대는 22.3% 정도다. 영국 대학들의 평균 등록금 의존율은 27% 정도. 반면 2010년 기준 국내 주요 20개 사립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은 66%나 된다.

“등록금이 비싸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정부가 교육에 돈을 안 쓴다는 소리입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정부가 돈을 제대로 투자하지 않으면서 학부모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죠. 한국은 공공 영역의 기반이 너무 약한 반면, 시장 영역은 매우 넓습니다. 교육조차도 공공이 아닌 시장에 너무 많이 맡긴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공직자로서 참여했던 노무현 정부 역시 이 문제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2002년 국공립대 등록금 자율화 조치 이후 전국 국공립대 등록금이 사립대를 능가할 만큼 빠른 속도로 올랐다는 것이다.

“일종의 시장만능주의였죠. 규제를 없애고 완화해야 한다는 유행이었습니다.”

그는 등록금 문제가 역대 정부의 직무유기가 쌓인 결과물이라고 평가하면서 이제는 시장에 떠맡겼던 교육에 대해 공공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등록금을 적극적으로 규제하고 정부의 교육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 이정우 교수는 "2002년 국공립대 등록금 자율화 조치 이후 국공립대의 등록금 인상율이 사립대를 능가할만큼 빠르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 이준석

“참여정부시절 내가 가장 개혁하고 싶었던 것은 교육, 노사관계, 부동산문제였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중 부동산 쪽에는 개혁의지가 강했지만 노사문제나 교육에는 의외로 관심이나 의지가 약했습니다. 그래서 교육이나 노사문제에 더 정책적으로 힘을 싣고 추진하지 못했던 게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는 당시 대통령 직속의 교육혁신위원회를 통해서 ‘수능5등급제’를 도입하는 등 입시제도를 개혁하고 노동분야에서는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하려 했으나 행정부의 반대 등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교육과 노동문제는 이명박 정부에서 더욱 골칫거리가 됐다. 특히 지나친 친기업적 성장주의로 양극화가 가속화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 등 민생의 불안정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제는 성장보다 형평 추구할 때

“우리나라는 ‘선성장 후분배’의 옛날식 성장지상주의가 너무 만연해 있어요. 과거 정부부터 거의 50년 가까이 성장만 추구했습니다. 도대체 분배는 언제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네요. 사람들 다 죽고 나면 분배할 건지…(웃음)”

이 교수는 성장과 안정, 그리고 형평이 경제정책의 목표이며 지금은 형평을 강조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경제팀이 이 부분에 특히 신경을 써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물가 안정에 주력하겠다는 것은 아주 좋습니다. 하지만 형평도 함께 신경 써야 해요. 형평을 위한 복지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해서는 안 됩니다.”
 
안정과 형평을 위해서는 그에 걸 맞는 복지정책이 필요하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다양한 제안이 나오고 있다. 그는 늦은 감이 있지만 복지를 추구하겠다는 방향은 아주 바람직하다고 평가하면서, 복지의 핵심인 재원 마련을 위해 ‘감세 철회’와 함께 ‘증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솔직히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경북대 이정우 교수. ⓒ 경북대학교 홈페이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줄이기도 시급

이 교수는 안정과 형평의 측면에서 봤을 때 노동 상황을 개선하는 것 또한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진중공업과 쌍용차, 유성기업 사태 등을 보면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현실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비정규직이 문제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너무 많고, 처우나 근무환경도 개선할 점이 많아요. 손쉬운 해결책은 떠오르지 않지만 적어도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격차를 줄여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해 정부기관이나 공기업, 대기업 등에서 먼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데 앞장 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시장에서 노동을 쓰는 기업쪽, 즉 수요 측이 우위이고 노동자쪽, 즉 공급 측은 열세입니다. 그 결과로 청년들은 취업난을 겪고, 일을 구한다 해도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죠.”

그는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이 날카로운 현실 인식과 실천 의지를 갖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젊은 사람들, 특히 대학생이 사회에 대해 정의감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문을 꼭 봐야죠. 신문을 통해 현실을 알아야 사회를 올바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으니까요.”

▶ 이정우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1977~현재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1997~2002 경상북도 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2003~ 2004 한국경제발전학회 회장
2003~2004 대통령 정책실장
2004~ 2005 대통령 정책특보 겸 정책기획위원장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