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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왜 ‘스몸비’ 기획기사를 연재했나
[미디어비평] 아젠다 세팅 관점에서
2017년 06월 08일 (목) 22:35:58 이민호 기자 wordianlee@naver.com

스몸비(Smombie)는 스마트폰 좀비의 줄임말이다. 2015년 11월 독일 사전 출판사 랑엔샤이트가 주최하는 공식 올해의 청년 신조어(Youth Word of 2015)로 선정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마트폰 화면을 응시하는 모습이 마치 좀비를 연상시킨다는 뜻이다. 스몸비는 공중 화장실에서 셀카 찍기, 화면을 주시하다가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기, 영화나 공연을 보다가 스마트폰을 사용해 빛공해 일으키기, 병원 진료 중에 스마트폰 사용으로 진료 방해하기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예절을 어겨 주변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는 정도를 넘어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처럼 치명적인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조선일보는 “공공의 적 ‘스몸비’ 1300만 명”이라는 기획기사를 지난 3월 20일에서 31일까지 연재했다. 9일에 걸쳐 19꼭지가 보도됐다. 특히 3월 20일 첫 보도의 경우 1면 사이드 전체를 이용해 대대적으로 다뤘다. 같은 시기에 세월호 인양과 박근혜 전 대통령 검찰 소환 등 중요한 사회 이슈가 있었다. ‘스몸비’라는 이슈가 1면 보도가 필요할 정도로 중요한 사회적 문제인가? 조선일보의 스몸비 기획 특집을 아젠다 세팅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을까?

아젠다 세팅,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

미디어는 국가·사회적으로 중요한 아젠다를 제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진행 상황에 따라 혹은 여러 가지 시각으로 특정 이슈를 반복 보도하여 내용의 중요성을 반영한다. 신문의 경우 그날 가장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지 지면 크기, 구성, 글자 크기 등 편집으로 독자에게 인식시킨다. TV 뉴스는 앵커의 오프닝 맨트, 꼭지 순서, 개수, 보도 시간 등을 활용한다.

이런 방식을 활용하면 사회적으로 부각되지 않던 ‘소수’의 이슈도 공적인 주요 이슈로 떠오르게 할 수 있다. 대중은 공적 이슈를 인식할 때 신문과 TV보도를 읽고, 보면서 그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미디어가 중요하게 보도하는 것을 대중도 중요하게 여기며, 공적 영역에서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는 것이다.

미디어가 제시하는 아젠다 속에는 그 사안을 다루는 프레임이 자리한다. 프레이밍(framing)은 사안을 다루는 기본적인 규칙, 시각을 규정하는 것이다. 아젠다 세팅은 독자가 무엇을 생각할지를 (What to think about), 프레이밍은 이슈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How to think about that issue)를 제시한다.

‘스몸비’는 짝사랑인가, 돌림 노래인가?

조선일보가 제시한 ‘스몸비’ 보도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를 적극적으로 아젠다 세팅한 것인지 두 가지 방법으로 조사했다. 첫 번째는 ‘스몸비’ 주제 보도 건수의 비교이다. 다른 신문이 스몸비를 보도한 꼭지 수와 조선일보의 꼭지 수를 비교했다. 조선일보가 스몸비를 다룬 꼭지 수만큼 다른 매체들도 비중 있게 다루었다면, 모든 신문이 공감하는 중요한 주제일 것이다. 또한, 독자에게도 중요한 이슈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스몸비 기획 보도를 취재한 기자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매체 바깥에서는 내부자들이 주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기 어렵다. 조선일보 내부에서 ‘스몸비’ 주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지면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만약 내부자들이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미디어의 정당한 아젠다 세팅으로써, 텍스트 내용을 대중에게 전달한다는 의도 외에 다른 목적이 있다는 의구심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 기간 2016년 1월 1일~2017년 4월 20일, 스몸비 주제 기사. ⓒ 이민호.

전국 발행 종합 신문(10대 일간지)과 경제 신문(매일경제, 한국경제, 아시아경제, 서울경제, 헤럴드경제, 파이낸셜뉴스, 머니투데이, 브릿지경제, 이데일리, 아시아투데이, 아주경제) 중 2016년 1월 1일에서 2017년 4월 20일 사이 스몸비에 대해 직접적으로 다룬 피처 기사 숫자를 집계한 결과이다(칼럼 제외). 스몸비의 등장과 문제점을 분석한 기사와 스몸비와 직접 연관된 것만 추렸다. 조선일보가 총 19꼭지로 압도적으로 많은 보도를 내놓았다. 그 다음은 아시아경제로 ”2016년 7월 7일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 ‘스몸비’” 기사 2꼭지를 포함해 5꼭지를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인터넷 기사로 2017년 3월 12일 “[김기자와 만납시다] 당신도 지하철역 계단의 '스몸비' 입니까?”와 2016년 8월 9일 “[김현주의 일상 톡톡] 길거리 점령한 '스몸비족'…위험천만” 등을 게시했다. 지면 기사는 2016년 9월 23일 “비틀거리는 ‘보행안전’”, “당신도 ‘스몸비’인가요”, “스몸비 때문? … 교통사고 사망, 보행자 > 탑승자” 등 3꼭지가 있다. 이들 신문 외에 2꼭지 혹은 1꼭지로 다루는 횟수가 저조했다. 문화일보와 서울신문처럼 ‘스몸비’ 관련 기사를 단 한 꼭지도 다루지 않는 경우도 있다. 조선일보의 대대적인 기획 보도는 드문 사례였다. 모든 언론이 예외 없이 특집으로 다룰 만큼 중요한 주제가 아니라고 평가할 수 있다.

   
▲ 조선일보 스몸비 기획기사(2017년 3월 20일~31일). ⓒ 이민호.

편집은 의도와 의미를 담고 있다

조선일보는 2주일에 걸쳐 스몸비 기획 보도를 내놓았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 미흡한 스마트폰 사용 예절, 사용법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다뤄 문제 제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한 면 전체를 활용하는 지면 구성과 강한 어조의 제목 선택은 조선일보 독자에게 상당한 각인 효과를 불러왔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영향력 있는 매체의 강한 어조는 열독자에게 자신이 믿는 것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자기충족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효과를 불러온다. 1980년대부터 1993년까지 미국의 월간 소비자태도지수 등 실물 경제 통계는 같은 기간 뉴욕타임즈 경제면 헤드라인의 어조에 따라 흐름이 변화했다.

기획기사 취재에 참여한 조선일보 A 기자는 “일선기자들이 취재해서 기획 기사로 만들어 보고 싶은 걸 발제한다. 회의에서 기획 기사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팀을 꾸려 취재를 한다”고 전했다. 자발적인 발제와 취재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즉, 발제와 취재 단계에서 아젠다 세팅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편집 권한은 편집자(데스크) 단계에서는 다르다. A 기자에 따르면 “지면 크기는 편집회의에서 편집자들이 결정한다. 각 부서의 발제문을 보고 1면에 쓸 만큼 중요한 기사를 선택해 지면배치 및 조판을 한다”고 했다. 편집에서 편집자에 의해 독자가 기사의 중요성을 판단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지면 구성, 크기 등이 결정된다는 설명이었다.

이슈의 중요도에 따른 균형 있는 편집으로 신뢰감 확보해야 

조선일보에서 스몸비 기획 보도가 나온 3월 20일에서 31일 사이 한국 사회를 흔든 중요한 일들이 많았다. 3월 21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는 날이었다. 31일은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23일 세월호가 1073일 만에 바다 위로 올라왔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의자로 조사받은 21일 조선일보와 한겨레 신문 지면을 비교. ⓒ 조선일보 갈무리.
   
▲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의자로 조사받은 21일 조선일보와 한겨레 신문 지면 비교. ⓒ 한겨레신문 갈무리.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의자로 조사받은 21일 조선일보 와 한겨레 신문 지면을 비교해보자. 조선일보는 1면 우측 하단에 박 전 대통령 검찰 출두 기사(빨간색 박스)를 배치해 상대적으로 중요도를 낮췄다. 반면 한겨레는 1면 상단에 기사(빨간색 박스)를 배치해 가장 중요한 소식으로 다뤘다. 조선일보는 스몸비 기획 보도 2편을 박 전 대통령 검찰 출두 기사보다 상단(파란 박스)에 배치했으며, 자세한 내용을 사회 A10면에 담았다. 바로 옆 A11면에는 스몸비 기획 보도 2편의 자세한 내용도 실렸다.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 내용과 스몸비 기획 보도를 대등하게 배치한 것이다.

   
▲ 조선일보는 박 전 대통령 검찰 출두 기사의 자세한 내용을 사회 A10면에 담았다. 바로 옆 A11면에 스몸비 기획 보도 2편의 자세한 내용이 실렸다.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 내용과 스몸비 기획 보도를 대등하게 배치한 것이다. ⓒ 조선일보 갈무리.

박 전 대통령 구속 영장이 발부된 3월 31일 조선일보 사회 A12면(다음장, 빨간색 박스)에는 세월호 관련 기사가 A13면에는 스몸비 기획 보도 마지막 회(파란색 박스) 기사가 실렸다. 세월호 사건 관련 뉴스와 스몸비 기사를 대등하게 배치했다. 조선일보는 한국 사회에 유례없는 사건들과 스몸비 기사를 대등하게 배치하여 스몸비 뉴스의 가치를 높였다.

   
▲ 박 전 대통령 구속 영장이 발부된 3월 31일 조선일보. 사회 A12면에 세월호 관련 기사(빨간색 박스)가 A13면에 스몸비 기획 보도 마지막 회(파란색 박스) 기사가 실렸다. 세월호 사건 관련 뉴스와 스몸비 기사를 대등하게 배치했다. ⓒ 조선일보 갈무리.

박 전 대통령 검찰 소환과 세월호 인양 등 이슈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 2주와 스몸비 기획 보도의 연재 기간(3월 20일~31일)이 공교롭게도 일치한다. 다른 신문들과 비교했을 때 조선일보의 스몸비 보도 꼭지 수는 현저하게 많다(11일간 19꼭지·일요일 제외). A 기자는 지면 편집을 설명하면서 “스몸비 기획 기사도 원래 8회를 목표로 하지는 않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편집자는 다양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올 시기에 스몸비 기획을 2주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비중 있게 편집한 것이다.

이는 독자에게 ‘스몸비’의 폐해를 알리는 적극적인 편집이 아니다. 아젠다 세팅과 함께 프라이밍 효과(Priming)를 의도한 것이다. 프라이밍 효과는 독자가 다양한 정보 중에서 더 현저하게 드러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즉, 조선일보의 기획 ‘스몸비’는 현재 진행되는 현안에서 독자의 눈길을 돌리게 만드는 편집이었다. 근대 건축의 개척자로 꼽히는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는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는 말을 남겼다. 이 말에서 파생한 문구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이다. 큰 틀에서 합의해도 작은 부분 때문에 합의가 안 된다는 말이다. 조선일보는 다양한 관점의 취재로 11일간 19꼭지에 달하는 기사를 내놓고도, ‘칭찬’보다 현안에서 관심을 돌리려 한다는 ‘의심’을 산다. 언론의 아젠다 세팅이 여론을 왜곡한다는 의심을 사지 않으려면, 현안을 적절한 시기에 누락되는 소식 없이 다뤄야 한다. 신문의 지면 편집의 신뢰성과 뉴스 큐레이션 기능이 모바일과 동영상 등 뉴미디어로 떠나는 독자를 잡을 수단이기 때문이다.


편집 : 이민호 기자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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