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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고영태 게이트 왜곡 보도
[미디어비평] MBC와 JTBC의 ‘김수현 녹음파일’ 보도 프레임 비교
2017년 06월 07일 (수) 18:56:33 안형기 기자 indiepublic@naver.com

지난 2월 8일,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4차 공판에서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의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김수현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 함께 사업을 해 온 동업자였다. 그의 휴대전화에 통화 자동 녹음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되어 있어 고영태와의 모든 통화가 녹음됐던 것이다. 문제가 됐던 것은 김수현의 통화 녹음 파일 2000여 개 가운데 고영태,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 등과 관련 있는 29개의 녹음 파일이었다.

최순실과 박 전 대통령 측은 국정 농단 사건의 프레임을 뒤집을 반전 카드로 이 파일을 이용하려 했다. ‘김수현 녹음파일’을 ‘고영태 녹음파일’로 둔갑시키려 한 것이다. 고영태가 문체부 차관 인사에 개입하려 하는 등 사익 추구 정황이 담겨있으니 녹음파일 2000여 개를 모두 조사해야 한다며 재판 지연을 시도하기도 했다.

검찰과 특검은 최순실과 박 전 대통령 측이 주장하는 '고영태 기획설'을 반박했다. 녹음 내용은 김수현과 고영태, 고영태 주변인들의 잡담일 뿐이고, 녹음 내용이 구체적으로 추진된 정황이 없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파일은 탄핵 사건 판단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일축했다. 녹음파일 2000여개를 전부 공개 검증해야 한다는 변호인단의 요구도 거부했다.

MBC ‘고영태 게이트’ 프레임 VS JTBC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프레임

최순실과 박 전 대통령 측의 ‘고영태 기획설’에 힘을 실어준 것은 TV조선과 채널A 등의 종편과 KBS, MBC의 방송 보도였다. 그 중 MBC는 녹음파일을 공개 청취하자는 박 대통령 측 요청을 헌법재판관들이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관련 내용을 ‘고영태 게이트’ 프레임으로 보도했다.

   
▲ MBC가 2월 한 달간 내보낸 ‘고영태 기획설’관련 보도 목록. ⓒ 안형기

MBC는 녹음파일이 처음 공개된 2월 8일 저녁부터 <고영태의 영향력?… 녹음 파일 공개> 꼭지를 첫 보도했다. ‘고영태 게이트’ 프레임을 짜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 11일까지 4일 연속으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고영태가 최순실과의 관계를 이용해 정부 예산을 나눠가지려 했던 정황을 강조하거나, 문체부 차관 인사에 개입하려던 정황이 포착됐다는 내용이었다. 나아가 헌재가 변론 일정과 증거 신청을 미룰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도 확정된 것처럼 보도했다.

반면 JTBC는 MBC보다 많은 23건을 다루며 녹음파일이 오히려 최순실과 박 전 대통령의 관계를 입증한다는 프레임으로 보도했다. 박 전 대통령 측과 MBC의 프레임 반박에 나선 것이다.

   
▲ JTBC가 2월 한 달간 내보낸 ‘김수현 녹음파일’ 관련 보도 목록. ⓒ 안형기

JTBC는 검찰이 김수현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11일과 12일, 6건의 보도를 냈다. 6건 모두 박 전 대통령 측이 들고 나온 녹음파일이 ‘고영태 기획설’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보도였다. 녹음파일 대부분은 최순실 국정 농단을 더욱 분명하게 확인해주는 증거물인데도 박 전 대통령 측은 국정 농단 주범이 최순실이 아닌 고영태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녹음파일을 쟁점으로 삼은 것은 탄핵 심판 기각을 위한 여론전이며 녹음파일 검증을 이유로 탄핵 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MBC의 프레임화 1 : 사운트바이트(Sound-bite)

2월 13일,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친박 의원들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는 고영태 개인의 비리로 비롯된 사태라는 것이다. 김수현 녹음파일은 더욱 주목받게 됐다.

당일 MBC 보도 역시 김수현 녹음파일 중 고영태 사익추구와 관련된 대화 내용만 집중적으로 편집했다. 첫 보도 <"최순실이 믿는 건 VIP와 나"... '왕의 남자'>는 고영태를 아예 ‘왕의 남자’라고 명시하며 녹음파일 속 대화 내용을 들려줬다. 고영태가 재단 장악 음모를 치밀히 준비했다는 프레임이었다.

   
▲ 필요한 일부분의 대화만 내보낸 MBC의 보도화면. ⓒ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최순실이 믿는 사람이 VIP하고 나밖에 없어." "이번에 정윤회 문건이 터졌잖아. 그래서 최순실이 약간 거기에서 손을 놓은 거 같더라고."(고영태) "그럼 안 되고 끝까지 영향력을 행사해야지."(최철 문체부 장관 보좌관)

MBC는 이 대화를 들려주며 고영태가 최순실을 감정적으로 컨트롤한 왕의 남자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여기에 더해 앵커는 “녹음파일에서 고영태 씨는 측근들에게 최순실이 믿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고 장담했다는 겁니다”라는 멘트로 고영태가 최순실을 조종했다는 식의 프레임을 담았다.

JTBC는 전날인 12일, <"VIP, 최씨 없인 아무것도 못해">에서 같은 녹음파일의 대화 부분을 정반대의 프레임으로 다뤘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대화가 녹음된 시점은 2015년 4월 7일이다. 2015년 1월 검찰의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수사 결과가 발표된 뒤,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때였다. 이때 고영태는 김수현과 최철을 만나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때문에 최순실이 조심스러워졌다는 말을 했다. JTBC는 MBC가 보도한 최철 보좌관의 "그럼 안 된다. 끝까지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대답 뒤에 MBC가 보도하지 않은 "두 사람(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는 변함이 없다"는 고영태 대답까지 전했다.

MBC는 전체 맥락을 무시하고 특정 사운드 바이트만 편집해 고영태가 ‘왕의 남자'임을 의도적으로 부각시켰다.

MBC의 프레임화 2 : 보도화면

   
▲ 국정농단 주범인 박 전 대통령을 단 한 차례도 보여주지 않은 MBC. ⓒ MBC 뉴스데스크·JTBC 뉴스룸 갈무리

MBC와 JTBC의 김수현 녹음파일 보도 프레임 차이는 보도화면에서도 드러난다. MBC는 2월 한 달 간 내보낸 녹음파일 관련 15건의 보도 중 국정 농단의 본체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화면에 단 한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이번 사건과 박 전 대통령은 연관이 없다는 프레임을 짰다. 반면 JTBC는 녹음파일 관련 보도 화면에 고영태, 최순실, 박 전 대통령, 대통령 측 변호인단 등 녹음파일에 관련된 인물들을 다양하게 등장시켜 관련 인물들의 연계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MBC의 ‘고영태 게이트’ 보도는 ‘가짜 뉴스’이자 ‘나쁜 뉴스’

MBC와 공영방송, 종편이 쏟아낸 ‘고영태 게이트’ 왜곡 보도를 비롯한 오보들은 최순실 국정 농단, 19대 대선을 거치며 사회적 논란으로 떠오른 ‘가짜 뉴스’라고 봐도 무방하다. ‘가짜 뉴스’임과 동시에 여론을 왜곡하고 호도하는 ‘나쁜 뉴스’다. ‘가짜 뉴스’의 경우 ‘진짜 뉴스’가 제 역할을 할 때 가짜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자연스럽게 소멸된다. ‘나쁜 뉴스’ 역시 ‘좋은 뉴스’가 제 역할을 할 경우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이 점에서 JTBC가 '가짜 뉴스'와 ‘나쁜 뉴스’에 맞서 반박 보도를 내보내고 그 출처인 ‘친박 단체’를 고발 보도한 점은 돋보인다. 그러나 MBC와 종편의 '가짜 뉴스'에 관한 담론을 보다 깊이 있게 다루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나쁜 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올바른 저널리즘의 가치를 구현하는 ‘진짜 좋은 뉴스’가 제 역할을 해내기를 기대해본다. 새 정부의 언론 개혁 역시 보도에 대한 평판 시장을 정상적으로 작동시켜 뉴스가 제대로 평가받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편집 : 유선희 기자

[안형기 기자]
단비뉴스 전략부장, 편집부, 청년부, 시사현안부 안형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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