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임의 문답쇼, 힘] 이종찬 초대 국정원장

“대통령이 정보사용자입니다. 사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가져오라고 요구하면 국정원은 가져옵니다. 대통령이 ‘북핵 정보를 가져와 봐’하면 열심히 챙겨오죠. ‘좌파들이 날뛰어, 그것 좀 없애’하니까 블랙리스트 만들고 하는 겁니다. 국정원이 왜 국민을 감시합니까?”

독립운동가 우당(友堂) 이회영 선생의 손자이자 4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종찬(81) 초대 국가정보원장이 1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 정보기관 개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사용자인 대통령의 태도라고 강조했다.

‘정권안보’ 대신 ‘국가안보’ 위해 뛰어야 

이 전 원장은 ‘해외‧대북정보는 강화하고 국내 부문은 줄이거나 없애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개혁구상에 대해 “방향을 잘 잡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을 너무 많이 버려 놨다”며 “정권안보 대신 국가안보로 나가는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종찬 전 국정원장은 정보사용자인 대통령의 태도가 국정원 개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 SBSCNBC 화면 갈무리

김대중 정부와 함께 출범한 국가정보원에서 초대 원장을 지낸 그는 국정원의 2012년 대선 댓글개입 사건, 간첩조작 사건 등을 보며 “정말 참담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이 이를 악물고 모든 정보력을 북한에 집중했어야지, 댓글과 조작에 정신 팔려 김정일 사망도, 북핵 정보도 제대로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또 박근혜 정부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국정원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 “사실이라면 국정원이 무장해제 된 것과 마찬가지다. 어떻게 민정수석이 국정원 인사까지 개입하느냐”며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근혜 정부는 검찰공화국이라서 망했다” 

이 전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검사 출신 아닌 조국 전 서울대 교수를 민정수석으로 기용하면서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통해 견제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아주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경우 검찰 출신을 법무부장관으로 기용하거나 검찰 개혁을 조직 내부에 맡김으로써 실패했다며 “검찰과 유착관계가 없는 사람이어야 소신껏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박근혜 정부는 총리,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모두 검사출신인 ‘검찰공화국’이어서 망했다”고 꼬집었다. 검찰이 견제 받지 않는 ‘절대권력’으로 부상하다보니 게임업자나 스폰서 등에게 몇 백억 씩 뇌물을 받는 부패 사건까지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 이 전 원장은 검찰과 유착관계가 없는 인물이 검찰개혁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SBSCNBC 화면 갈무리

독립운동가 후손이 본 위안부 합의는 ‘매우 잘못’ 

이날 방송에서 이 전 원장은 중국인들에게 ‘왕꼬누(망국노-나라 잃은 노예)’라 놀림 받던 상하이에서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만주에서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하고 항일무장독립군을 양성했던 조부 이회영 선생, 1960년대 환산액으로 600억 원이 넘는 재산을 독립운동을 위해 내놓고 정작 본인은 노년에 굶어 죽었던 둘째 조부 이석영 선생 등 할아버지들의 삶을 소개했다.

현재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 건립추진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그는 “상해 임정 100주년인 2019년까지 현 서대문구 의회 자리에 임시정부기념관을 세워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시작을 보여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보훈처는 이 사업을 위한 10억 원의 착수 예산을 받았는데,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폄하하고 건국절(1948. 8. 15) 기념을 주장하는 극우인사들의 영향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않아 지연돼 왔다고 이 전 원장은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 독립운동가 가문에서 자란 그는 박근혜 정부의 ‘10억 엔’ 한일 위안부 합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 SBSCNBC 화면 갈무리

박근혜 정부의 한일위안부 합의에 대해 이 전 원장은 “왜 돈으로 다 해결하려고 하나. 우리가 돈이 없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제국주의에 대한 반성은 없고 오히려 우익이 부활하는 현재의 일본을 경계한다는 그는 “일본으로부터 받아야 할 것은 위로금 10억 엔이 아니라 다시는 인권을 유린하는 짓을 하지 않겠다는 진정한 사과”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반성과 사과를 목표로 재협상에 나서야 하며, 중국‧동남아 등 위안부 피해를 입은 국가들과 공조해 한 목소리로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전체 영상은 아래 링크에서도 다시 볼 수 있습니다.

http://sbscnbc.sbs.co.kr/read.jsp?pmArticleId=10000861304


경제방송 SBSCNBC는 지난 3월 16일부터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가 진행하는 명사 토크 프로그램 ‘제정임의 문답쇼, 힘’ 세 번째 시즌을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9시부터 50분간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사회 각계의 비중 있는 인사를 초청해 정치 경제 등의 현안과 삶의 지혜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비뉴스>는 매주 금요일자에 방송 영상을 싣는다. (편집자)

편집 : 강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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