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서울 이웃 분쟁 조정 센터 개소 10달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다세대 주택에 사는 김정환(가명·60)씨는 2년 전부터 아랫집 개 짖는 소리에 밤낮으로 시달렸다. 집주인에게 수차례 찾아갔지만, 말도 꺼내기 전 문전박대당하기 일쑤였다. 이웃사촌은 남의 일이고, 갈수록 감정이 나빠졌다. 이웃 간 법에 호소하기도 그렇고, 고민하던 김 씨는 서울 이웃 분쟁 조정 센터를 찾았다. 직접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을 하소연했고, 며칠 뒤, 조정센터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랫집 개 주인이 조정에 응한다는 연락이었다. 2년 만에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나눈 끝에 개한테 성대 수술을 시키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서울시에 다세대 및 아파트 등의 공동주택이 급속히 증가해 주거 건물의 80%나 차지하면서 김 씨처럼 이웃 갈등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층간소음이나 분진, 쓰레기 투기, 애완동물 문제가 불거지면서 단순한 ‘이웃 갈등’을 넘어 사회 문제로 비화한다.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이웃 간에 합리적인 대화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송으로 가자니 비용문제도 만만치 않다.

서울 이웃 분쟁 조정센터 10개월 간 58건 조정 성공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설립된 기관이 서울시 이웃 분쟁 조정 센터다. 지난해 6월 서울시와 시민단체 2곳(YMCA, 평화 여성)이 협약해 서소문청사 1층에 문을 열었다. 소송으로 가기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이웃 갈등의 해결을 맡는다.

명희 서울시 이웃 분쟁 조정 센터 코디네이터는 “이웃 갈등은 기존에는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소송으로 간다고 해결이 되지 않는다. 비용도 상당하다.”며 서울시가 이웃갈등 조정에 팔 걷어붙이게 된 배경을 들려준다. 지난 10개월간 성적표는 그리 나쁘지 않다. ‘서울 이웃 분쟁 조정 센터’ 자료에 의하면 1,365건이 접수돼 이 중 157건이 조정에 들어갔으며 58건이 해결됐다. 조정 성공률은 36%, 3건 중 1건은 성공한다는 의미다.

조정 비용은 무료, 전화 방문 접수 가능

서울 이웃 분쟁 조정 센터에서 이뤄지는 조정 비용은 전액 무료다. 접수는 전화나 방문 모두 가능하다. 전문 코디네이터가 상담하며 신청을 받는다. 이어 갈등 당사자가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조정 일정이 잡히면 법률 전문가, 조정 전문가가 참여해 조정상담이 진행된다. 그 자리에서 구체적인 합의안을 작성해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명희 코디네이터는 “평균 하루 7건 정도 신청이 들어오며 조정은 2건 정도가 진행된다”고 소개한다.

신청 사안에 따라서는 서울시 환경 분쟁 조정 위원회, 층간 소음 상담실, 집합 건물 분쟁 조정 위원회 등 세부 조정 기구 8곳으로 넘겨진다. 지금까지 1차 상담 접수된 1,365건 중 218건이 8개 세부 조정 기구로 이관됐다.

선진국, 지역 조정센터 보편화, 국내는 아직 2곳 불과

갈등 당사자들이 제 3자의 도움으로 합의점을 찾는 조정 제도는 미국,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 지역 조정(Community mediation) 센터로 보편화해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아직 익숙하지 않다. 조정 제도가 이제 걸음마 단계로 첫발을 뗀 상태다. 국내에 이웃갈등 조정센터를 둔 곳은 서울과 광주 두 군데뿐이다.

▲ 서울 이웃 분쟁 조정 센터 조정실. ⓒ 내 손안에 서울

“지난 10개월간 서울 이웃 분쟁 조정 센터가 조정 행정 서비스를 모범적으로 제공함에 따라 공동체 생활에서 주민 행복도를 높이는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앞으로 서울 북부와 남부로 센터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는 명희 코디네이터의 설명처럼 조정 제도가 이웃사촌의 개념을 되살려주는 합리적인 틀로 자리 잡아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 이웃 분쟁 조정 센터 연락처는 02-2133-138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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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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