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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날아오르게...
[역사인문산책] 검찰
2017년 04월 19일 (수) 15:05:18 이창우 기자 irondum@icloud.com
   
▲ 이창우 기자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되어서야 날개를 편다’ 헤겔이 그의 저서 <법철학의 원리> 서문에 남긴 말이다. 로마 신화 지혜의 여신인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지혜를, 황혼은 지나간 과정을 상징한다. 어떤 현상이 일어나고 나서야 모든 것이 분명해져 비로소 철학이 성립한다는 뜻으로, 철학의 한계를 지적하는 말이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현상의 인과관계에 대한 이성적 분석을 통해야만 학문과 정의가 성립한다는 의미도 된다. 인류는 그렇게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문명을 이어왔다. 하지만 몇 번이나 황혼이 거듭되고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와도, 날지 못하는 부엉이가 있다. 대한민국 검찰이다.

   
▲ 지혜와 이성을 상징하는 미네르바의 부엉이. 미네르바는 그리스 신화의 아테네 여신에 대응한다. ⓒ 위키피디아

“수고 많으셨습니다” 자신에 대한 두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되던 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취재진에게 남긴 말이다. 판사는 기각 사유로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영장 청구 사유를 허술하게 작성했다고 꼬집는다. 특히, 우 전 수석과 김수남 검찰총장이 민감한 시기에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의혹은 영장 청구 사유에서 빠졌다. 검사들이 그에 대한 수사를 껄끄러워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박영수 특검 수사기간에도 제기된 문제다.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사들의 태도는 죄수의 딜레마에 빗댈 수 있다. 우 전 수석과 관련된 직간접적 관계에서 파생될 개개인의 불이익을 두려워하다 검찰개혁의 불가피성을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각인시킨 모양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검찰을 개혁하자는 목소리는 강산이 몇 번이나 변하는 동안 끊임없이 메아리쳤다. 이번 우 전 수석의 사례에서 확인된 시급한 과제는 두 가지로, 기소독점권 견제와 검사 동일체 원칙의 진정한 해체다. 먼저 기소독점권 문제는 가장 곪아 터진 종양이다. 검사에게 검사의 죄를 묻는 오래된 아이러니를 이번 기회에 끊어내자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야권에서는 그 해결책으로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도입을 주요 입법과제로 내세운다. 공수처 도입은 이미 1998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이래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기간에도 추진되었으나 검찰의 극렬한 반발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공수처에 대한 반대 논리가 흥미롭다. 거대 권력기관으로의 변질, 사찰이나 인권유린의 위험성, 정치적 중립성 보장의 어려움 등 모두 현재 검찰에 정확히 해당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입법, 사법, 행정의 3권에서 독립된 국가인권위원회를 헌법 기관화하여 공수처를 그 산하에 둔다면, 예상되는 문제점 극복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검사 개개인의 공익 추구 의지를 가로막고 수뇌부의 표정만 살피게 만드는 또 하나의 적폐는 검사 동일체 원칙이다. 이 원칙은 2003년의 검찰청 법 개정으로 조문 상으로는 사라졌고, 이견이 있을 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조항도 추가됐다. 하지만 민청학련 사건 박형규 목사의 재심공판 당시, 상부의 지시를 거부하고 무죄를 구형했던 임은정 검사가 받았던 징계는 아직도 검사 동일체 원칙이 암암리에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이 시대착오적 조직 논리의 실질적 해체 방안으로는 미국식 지방검찰청장 직선제가 대안으로 논의된다.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하는 검사들에게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국민주권 원칙에도 어울린다. 직선제를 도입하면 검사들의 수사와 기소 이력이 지역 언론에 낱낱이 드러나 검찰권 남용 견제가 가능하다. 나아가, 징계나 인사 불이익에서 검사들의 양심을 지켜준다. 적폐 청산이 국민적 화두로 떠오른 지금이 날지 못하는 부엉이의 두 날개를 고쳐줄 때다.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은 1학기에 [서양문명과 미디어 리터러시], 2학기에 [문명교류와 한국문화]의 인문교양 수업을 개설합니다. 매시간 하나의 역사주제에 대해 김문환 교수가 문명사 강의를 펼칩니다. 수강생은 수업을 듣고 한편의 에세이를 써냅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다 다양한 생각을 곁들여 풀어내는 글입니다. 이 가운데 한편을 골라 지도교수 첨삭 과정을 거쳐 단비뉴스에 <역사인문산책>이란 기획으로 싣습니다. 이 코너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 진행되는 [김문환 교수 튜토리얼] 튜티 학생들의 인문 소재 글 한 편도 첨삭 과정을 포함해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고륜형 기자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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