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양특강] 고찬수 KBS 예능PD
주제 ② MCN의 실상과 가능성

“드라마는 사람들에게 익숙하잖아요. 웹 드라마를 인터넷으로 하는 드라마라고 하면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웠어요.”

친숙한 웹 드라마의 등장

고찬수 KBS MCN(Multi Channel Network) 사업팀장은 동영상 디지털 콘텐츠 중에 웹 드라마가 먼저 관심을 받은 이유를 친숙함에서 찾았다. 사람들이 매일 밤 드라마를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웹 드라마가 기존 드라마와 다른 점도 있다.

▲ MCN의 시장 현황과 전망을 말하고 있는 고찬수 팀장. © 손준수

2013년 2월에 출시된 <러브인메모리>는 웹 드라마의 시초로 꼽힌다. 이전에는 TV에서 방송하고 나서 인터넷에 콘텐츠를 올리는 식이었다. <러브인메모리>는 처음으로 TV 방송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에 공개한 작품인데 제작비 대부분을 교보문고 협찬으로 채웠다. 드라마는 단막극 제작비가 1억5천만 원이 들 정도로 예산 규모가 크다.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TV 드라마는 한 회에 3억 가까이 든다. 방송사가 제작비 중 일부를 대고, 나머지는 TV 광고로 충당한다. TV를 시청하는 사람이 많아서 가능한 수익구조다. <러브인메모리>는 이런 수익구조가 없어서 저렴한 제작비용에도 협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2억 쓰고 300만 원 벌다

웹 드라마 <후유증>은 전체 클릭 수가 약 300만이었다. 고 팀장은 “1클릭당 1원 정도 수익을 올린다고 하면, <후유증>은 300만 원을 번 셈이다”라고 말했다. <후유증> 제작비는 약 2억 원 정도인데, 300만 원을 번 상황이니까 수지타산이 안 맞는 사업이다. 그런데도 왜 웹 드라마를 제작할까?

웹 드라마 부상을 이론적으로 보면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10~20대가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시청한다.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생겼다는 의미다. 둘째, TV는 심의가 있어 신선한 소재를 다루기가 어렵다. 웹 드라마는 다르다. <후유증>은 초능력 스릴러, <출출한 여자>는 싱글녀의 ‘먹방’, <뱀파이어의 꽃>은 뱀파이어 로맨스를 다뤘다. 마지막 이유는 아이돌 스타 캐스팅이다. 신인, 조연급 배우가 캐스팅되면서 배우가 다양해지기도 했고, 10~20대들은 아이돌을 드라마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2016년 5월 기준으로 웹 드라마 누적조회 수를 보면 <도전에 반하다>가 1위다. 삼성홍보 드라마인데 왜 1등일까? 엑소(EXO)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2등도 엑소 주연의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이다.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도전에 반하다>는 2천만을 넘었다. 1클릭에 1원을 잡으면, 대략 2200만 원 수익을 올린 셈이다. 고 팀장은 “엑소를 섭외하느라 예산을 많이 썼을 텐데, 적자를 감수한 제작이 위의 3가지 이유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웹 드라마의 롤 모델, 웹툰

“이론적인 이유는 표피적인 것이고, 2억 원 들여 300만 원밖에 못 버는데 왜 웹 드라마를 만들었을까요?”

웹 드라마 제작자들이 웹툰 시장에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고 팀장의 생각이다. 웹툰 작가들도 처음에는 수익이 없었다. 지금 웹툰 시장은 1,000억이 넘는 시장으로 커졌다. 웹툰이 IP(지적재산권) 역할을 한 것이다. 웹툰이 영화, 드라마, 공연의 원작으로 쓰이면서 웹툰 작가들은 돈을 벌게 됐고, 선순환을 통해 웹툰 시장은 더 커졌다. 드라마 <미생>과 영화 <내부자들>이 그 예다.

한국 드라마 시장은 지상파가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 편성되지 않으면 드라마를 제작하기 어렵다. 제작비 때문이다. 좋은 기획안이 있는 제작사들이 웹 드라마에 뛰어든 이유다. 이들에게는 애초부터 300만 원이 아니라 IP가 목표였다. 웹 드라마 제작자들도 웹툰처럼 성공한 웹 드라마 IP를 만들고 싶었다. 웹 드라마가 시장에서 성공하면 이후에 더 큰 수익이 보장되는 미니시리즈나 영화로 만들 수 있다고 계산한 것이다. 고 팀장이 바라본 웹 드라마 부상의 이유다.

72초 드라마와 가입자 모델

“72초 드라마 아시죠? 이게 성공했는데도 아직 돈을 못 벌어요.”

72초 드라마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웹 드라마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72초 드라마 스타일의 웹 드라마가 하나의 유행이 됐다. ‘72초 TV’라는 회사도 생겼다. 스마트폰으로 보는 콘텐츠는 짧은 형태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72초 드라마가 이 점을 만족하게 했다. 내레이션의 독특함은 이용자들에게 새로움을 줬다. 문제는 엄청나게 성공했는데도 돈을 못 벌었다는 점이다. 72초 드라마를 만드는 데 제작비는 보통 3천만 원쯤 든다. 10개를 만들면 3억이다. 기존 웹 드라마보다 돈을 더 쓴다고 볼 수 있다. 고 팀장은 “회사가 유명해져서 기업 광고를 만드는 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지만, 72초 드라마 자체가 아직 흑자가 아니다”며 “다른 회사보다 조금 더 나을 뿐”이라고 걱정했다.

▲ 72초 TV는 흥행엔 성공했지만 아직 흑자가 아니다. © 오구실 시즌2 갈무리

“SK텔레콤이 ‘옥수수’(oksusu, 모바일 동영상 앱)를 가지고 <통 메모리즈>(인기 웹툰 ‘통’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무비)를 제작한 움직임은 콘텐츠 사업에서 중요해 보입니다.”

고 팀장은 앞으로 콘텐츠 비즈니스가 가입자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을 살 때 통신사가 할인해주는 이유는 휴대폰 구매자에게 매달 이용료를 받기 때문이다. 가입자가 돈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이기에 통신사는 콘텐츠를 계속 발굴할 필요가 있다. 통신사가 가입자 모델이라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는 “MCN, 방송사, 콘텐츠 제작사들이 모두 수익 모델을 찾으려고 고민 중”이라면서 “콘텐츠로 어떻게 돈을 벌 것인지 개념이 없다면 쉽지 않은 세상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10대가 주도하는 미국 MCN, 이와 다른 한국 MCN

최근 들어 MCN은 한 번쯤은 접해볼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인기의 주역은 10대 청소년이다. MCN이 가장 먼저 등장한 미국은 10대들의 유튜브 이용으로 성장했다. 미국 청소년들은 아침마다 유튜브로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는 방송을 찾아 듣는다. 덕분에 MCN 스타들이 탄생했다. 기존 미디어들은 10대를 잡기 위해 MCN에 투자하거나 인수한다.

반면 한국의 MCN은 미국과 상황이 다르다. 고 팀장은 “한국의 MCN 시장은 단순히 10대가 좋아해서 커지는 것이 아니다”며 “통신사들의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과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현재의 시장 상황을 분석했다. 기존 이동통신사들은 음성통화나 문자메시지 서비스가 무료로 변환되면서 데이터를 활용해 수익을 올린다. 데이터 사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영상을 봐야 한다. 통신사들이 콘텐츠 확보와 새로운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려는 이유다.

▲ 고찬수 MCN사업팀장이 웹드라마와 콘텐츠의 향후 방향을 얘기하고 있다. © 손준수

나아가 세계 최고의 OTT(Over The Top)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가 한국에 상륙하면서 변화가 찾아왔다. 경쟁업체가 늘면서 이동통신사들도 콘텐츠 확보에 나섰고, 콘텐츠 공급자들과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중이다. 그래서 이들 플랫폼은 콘텐츠를 직접 만들거나 권리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MCN 기업은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판매하면서 수익구조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MCN의 현재와 미래

우리나라에 MCN이 처음 도입될 때는 <아프리카TV>가 유일하게 개인 방송을 하고 있었다. <아프리카TV>는 초반만 하더라도 선정적이거나 게임방송 위주였기에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개인방송 BJ들은 ‘별풍선’으로 수익을 올리고 이용자도 많아지면서 인기를 끌었다. 국내 최초 MCN 사업을 시작한 CJ E&M은 <아프리카TV>의 인기 BJ들과 계약을 했다. 그들의 영상을 유튜브 클립으로 제작하고 관리해주면서 본격적인 MCN 사업을 시작했다.

초반에 적자가 컸지만, 작년부터 MCN 열풍이 불고 새로운 업체도 생기기 시작했다. 일부 회사는 150억 원 이상 투자를 받았다. 시장은 계속 성장했으나 MCN 업체들은 유명 크리에이터들과 수익 배분에 있어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지 못했다. 고 팀장은 “일부 회사는 인기 크리에이터에게 더 많은 수익이 돌아가 큰 이익이 없다”며 “새로운 크리에이터를 키우거나 수익구조 창출이 어려워 시장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MCN 업체들이 아직 건재한 건 중국의 MCN 시장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광고수익에서도 MCN은 현재 위기를 겪고 있다. MCN을 주로 10대가 많이 시청해 광고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광고주들은 구매력이 높은 이삼십대 여성을 표적으로 삼는다. 10대는 구매력을 낮아 광고효과가 약하다. 전반적으로 MCN은 미래 발전 가능성은 농후하나, 현실적인 어려움은 산적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회사들도 새로운 시도를 하는 중이다. 그중 하나가 ‘디지털콘텐츠 제작사’다. MCN 기업들은 1인 크리에이터 관리와 함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보유하여 비즈니스를 할 계획이다.

▲ KBS의 첫 MCN 프로그램인 <예띠TV>. © KBS 갈무리

중국 MCN의 폭풍 성장

“국내 MCN 시장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어요. 하나는 인터넷보다 TV에 몰려있는 광고 시장이고, 다른 하나는 10대 남성이 주요 타깃이라는 점입니다. 탈출구는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MCN 시장이에요.”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 이념 아래 TV 프로그램 제재가 심하다. 그래서 제재가 덜한 인터넷 콘텐츠 시장이 방송사와 맞먹는 규모다. 웹 드라마 제작비가 평균 100억 원 이상이지만 충분한 수익을 남긴다. 인터넷 콘텐츠 시장은 자유로운 소재의 선택으로 모바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젊은 시청자들을 끌어모은다.

젊은 시청자를 뺏긴 방송사들의 몰락 속에서 중국에도 <아프리카TV> 같은 방송이 200~300개나 생겨났다. 게임 진행 방송과 여성들이 나오는 ‘여캠’ 같은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시사, 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등장했다.

해외로 눈 돌리는 국내 MCN

“이제는 콘텐츠를 만들 때 해외시장은 기본으로 하고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2015년까지 중국 콘텐츠 시장은 약 1680억 달러(203조 원) 규모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은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대 콘텐츠 시장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중국은 아시아 전체 콘텐츠 시장의 24%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10~12% 성장률을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MCN도 중국에 진출했다. 고 팀장은 “중국의 MCN 흥행을 예상하고 중국 MCN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KBS 별관에서 중국 BJ가 방송하면 <넝주TV>(한국의 <아프리카TV> 같은 인터넷 방송국)를 통해 중국 현지로 방송이 나갔다. 그는 “중국 쪽으로 국내 MCN의 돌파구를 찾으려 했지만 사드 배치에 따른 외교 문제로 지속하지는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최근에는 중국의 대안으로 동남아시아가 떠오른다. <딩고 스튜디오>가 이미 동남아시아에 진출해 활약하고 있다. <트래져 헌터>는 동남아시아 진출을 준비 중이다. 고 팀장은 “동남아시아가 여러 가지 점에서 의미 있는 부분이 될 것 같다”고 주장했다.

드론, VR, 라이브방송…

“드론에 관심 있으세요? 제가 지난 8월에 평창 리우 올림픽을 홍보하는 드론 영상을 찍어봤어요. 현재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드론 레이싱(Drone racing)’과 ‘드론 파이팅(Drone fighting)’입니다. 1~2년 안에 드론 레이싱은 스포츠 중계처럼 될 겁니다.”

고 팀장은 2015년 11월 말쯤, 회사에 VR(가상현실) 콘텐츠 제작을 건의했다. VR은 가상 현실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 체험시켜주는 것이다. VR 붐이 본격적으로 일어난 것은 360도 VR이 등장하면서다. 360도 VR은 시청자가 현장에 있는 느낌을 준다. 초반에는 이동통신사들이 관심을 가지고 시장을 넓혔다. 하지만 고 팀장은 “VR 기기는 사용할 때 불편하고 멋있지도 않아 VR 기기 확장을 막았다”며 실패 요인을 분석했다.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열리고 있는 고찬수 팀장의 특강. © 손준수

대안으로 360도 라이브방송이 있다. 현재 일어나는 일을 현장에서 보는 것처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 팀장은 “시위 현장, 스포츠 중계 등에서 라이브 VR 방송을 한다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전송 기술이 부족해 화질이 1/6로 줄어들지만, 제작기술이나 노하우만 있다면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며 VR 라이브 방송의 미래를 내다봤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16년 2학기 [인문교양특강II]는 한홍구 이창곤 심보선 홍세화 고찬수 이주헌 윤성호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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