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사전] ‘몸’

▲ 임형준

몸의 시대다. 구글에서 ‘몸’을 검색해보면 벗은 남녀의 몸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사진 공유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에는 ‘#몸스타그램’ 이란 게 있다. ‘#몸스타그램’을 검색하면 성인화보가 따로 없다. 남녀 할 것 없이 벗은 몸매를 과시하는 사진 일색이다. 가요계는 어떤가? 가수들은 입이 아니라 몸으로 노래한다. 특히 ‘몸’이라는 노래에는 ‘몸’이라는 단어가 12번 등장한다. 그야말로 ‘몸 타령’이다. ‘몸 타령’하는 노래는 수없이 많다. ‘몸 좀 녹이자’ ‘내 몸은 너를 지웠다’ ‘내 몸이 불타오르고 있어’ 등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모두 남자가 여자 몸을 갈구하는 내용이다.

그들은 자신의 몸을 보여주지 못해 안달이고, 남의 몸을 갖지 못해 마음 졸인다. 인터넷에 올라온 벗은 몸 사진의 태반은 이른바 ‘몸짱’이라 부르는 사람들이다. 남자는 잔뜩 힘이 들어간 근육을 자랑하고 여자는 굴곡진 몸매를 뽐낸다. 사진 한 장을 올리기 위해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땀을 흘리고 성형외과에서 몸에 칼을 댔을 것이다. 가수들은 선정적인 제목의 노래를 부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무대에 오른 그들은 옷을 입은 건지 걸친 건지 헷갈릴 정도다. 가창력이 아니라 누가 알몸을 더 많이 드러내는지 경쟁하는 듯하다. 대중의 말초신경을 끊임없이 자극해 유명세를 얻는다.

▲ 마른 몸매를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365일 다이어트에 시달린다. ⓒ pixabay

이는 무엇을 위한 행위들인가? 자기 몸을 전시용으로 만든 것이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마음이 깃든다’는 말이 있지만, 보이기 위한 운동으로 심신이 건강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 몸에 그치지 않고 다른 이의 몸을 탐하기도 한다. 간혹 “자기만족을 위해 탄력 있는 몸을 만들었다”거나 “난 가수고 예술에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초콜릿 복근을 만들고 콜라병 몸매를 가진 뒤 잃은 건 없는지? 이성의 몸을 탐하는 노래를 부르고 실력이 아닌 몸매로 대중을 유혹해서 얻은 건 또 무엇인지?

‘몸값’이란 말이 있다. 스포츠 기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어다. ‘누구 몸값이 얼만데 어느 팀에서 영입을 추진중이다’라는 식이다. 몸값이라니! 몸은 사람 그 자체인데 왜 값을 매겨 사고파는 물건으로 취급하나?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몸값을 ‘사람의 가치를 돈에 빗대어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한다. 몸값의 첫 번째 뜻은 ‘팔려 온 몸의 값’이다. 노예제 사회에서나 쓸 법한 말이 계급이 없다는 오늘날에도 통용되고 있다.

몸은 ‘나’ 그 자체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존재다. 벗은 몸을 드러내면 몸값이 올라가나? 왜 스스로 귀한 몸을 사고파는 물건으로 낮춰 다루는 건지, 그 속내를 듣고 싶다. 마치 장사꾼처럼 “내 몸을 팝니다”라고 외치는 듯하다. 몸은 본디 귀하다. 그러니 몸을 팔지 마라, 사지도 마라. 오늘부터 몸은 ‘매매불가’(賣買不可)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 제9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에서 우수작으로 뽑힌 이 글을 쓴 이는 저널리즘스쿨 입학예정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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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강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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