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인문산책] 독립운동

▲ 윤연정 기자

“국가는 사멸하지 않는다. 고로 국가는 생성되지 않는다.” 사회학자 테다 스코치폴의 말이다. 국가조직의 붕괴는 다른 국가 조직으로 대체될 뿐 국가의 소멸로 이어지지 않는다.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는 국가를 잃었다. 주권을 뺏긴 나라엔 자주권을 외칠 수 있는 목소리가 없었고, B.C. 2333년 이후 그 계통을 유지해오던 뿌리는 한순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유구한 역사를 보면 국가를 통치하는 기구와 정부가 몰락하고 다른 형태로 탄생한 것뿐, 국가 자체가 소멸한 것은 아니다. 고조선, 발해, 고구려·백제·신라, 고려, 조선 등 다양한 체제로 이어져 온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일본 강제통치에 저항한 1919년 3.1 운동 직후 1919년 4월 13일,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 정부가 들어섰다. 9월 11일에 각 임시정부가 상해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통합되었기 때문에 궁극적인 정통성은 상해정부가 갖는다. 국제법적 관점에서 주권 주장, 망명부 소재지 국가승인 그리고 실질적인 통치 행위를 갖추었기 때문에 합법적인 정부다. 임시정부는 중화민국의 승인을 받았고, 교육·문화·군사·외교 활동 등을 꾸준히 펼쳤다. 올해 중국 항저우 G20 정상회의 당시 시진핑 국가 주석이 김구 선생과 중국의 긴 인연을 강조했듯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두루 인정됐다.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再建)..." 1948년 제헌헌법은 물론 1987년 제정된 현행헌법 역시 대한민국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뿌리를 찾는다. 항일 독립운동의 구심체였던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총체적으로 계승한 것이 현재의 대한민국이다.

▲ 임시정부는 3.1운동을 시작으로 건립되었다. ⓒ flickr

8월 15일을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로 제정한다는 주장이 현재 지속해서 회자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역사에서 6.25의 이념적 잔재, 친일파 등 잘못된 과거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국 역사학자 R.G. 콜링우드의 말을 보자. “역사는 죽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 속에 살아 있는 과거다.” 우리가 과거를 통해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듯, 역사 속 사건들은 현재에도 계속 다른 형태로 남는다. 우리가 역사의 흐름을 이해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뉴라이트 계열의 일부 학자들은 민족주의를 반대하면서 김구 선생의 독립운동 가치를 훼손하려 애쓴다. 역사적 사실을 은폐하고 독립 운동가의 업적을 축소해 친일파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서다. 근대 독립운동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반민족적 행태들을 종식하기 어렵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지금 건국절을 세우는 건, 잘못된 역사를 청산하기는커녕 또 하나의 잘못된 역사를 만들 뿐이다.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은 1학기에 [서양문명과 미디어 리터러시], 2학기에 [문명교류와 한국문화]의 인문교양 수업을 개설합니다. 매시간 하나의 역사주제에 대해 김문환 교수가 문명사 강의를 펼칩니다. 수강생은 수업을 듣고 한편의 에세이를 써냅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다 다양한 생각을 곁들여 풀어내는 글입니다. 이 가운데 한편을 골라 지도교수 첨삭 과정을 거쳐 단비뉴스에 <역사인문산책>이란 기획으로 싣습니다. 이 코너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 진행되는 [김문환 교수 튜토리얼] 튜티 학생들의 인문 소재 글 한 편도 첨삭 과정을 포함해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민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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