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흔든 책] 나오미 클라인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트럼프는 기후변화 부정론자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발간한 <불구가 된 미국>에서 이렇게 밝힌다. "재생 에너지를 향한 모든 노력은 잘못된 동기, 기후 변화가 탄소 배출 때문이라는 잘못된 믿음에 이끌렸다."

캐나다 저널리스트인 나오미 클라인도 문제는 탄소가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트럼프가 질색할 만한 말을 덧붙인다. "탄소가 아닌 자본주의가 문제다." 자연스레 탄소배출권 대신 자본주의 시스템을 바꾸자는 해결책으로 나아간다. 그녀의 책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부제가 '자본주의 vs 기후'인 이유다. 그녀는 취재대상을 추적하고, 저항운동 현장을 묘사하는 글쓰기로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최신 과학연구를 쉽게 풀어 설명해주는 지성미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798쪽에 달하는 분량이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 점을 인정받아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는 2014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 기록 영화 가스랜드에서 천연가스 개발 사업의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수도꼭지에서 새어 나오는 가스에 불을 붙이는 장면은 프래킹의 위험성과 관련해서 그 어떤 보고서나 강연보다 훨씬 강력한 충격을 전달했다. Ⓒ 다큐멘터리 'Gasland' 유튜브 갈무리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은 미국에서 권력을 쥐고 있다. 찰스 코크와 데이비드 코크(다국적 에너지 대기업 코크 인더스트리즈의 소유자)나 다국적 석유화학기업 엑손 모빌 등은 기후 변화를 인정하는 과학에 의혹을 제기하는 집단을 재정적으로 후원한다. 가디언은 그 규모가 2002년부터 2010년 사이에 연간 1억 2천만 달러였다고 밝혔다. 지원을 받은 단체는 이를 기반으로 오바마의 환경 정책을 공격한다. 돈을 지키기 위해서다. 기후 변화를 인정하면 기득권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정치와 경제가 바뀐다. 그러니 세계의 기후 과학자 97%가 기후 변화를 인정한다는 의견을 내도 소용이 없다.

"왜 기후 변화를 인정하는 사람들은 강력한 대책을 요구하며 나서지 못하는가?" 그녀는 기후 부정론자들이 이데올로기 전쟁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기후 운동에 결집하려면 세계적인 부와 권력을 거머쥔 산업의 붕괴를 주도해야 한다. 사람들은 석유 및 가스 없이 살아갈 각오가 되어있는가? 아니, 이들 거대 기업과 싸울 배짱은 있을까? 세계화가 급속히 진전되던 1990년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평균 1%씩 상승했다. 중국 등 신흥시장이 세계 경제에 통합된 2000년대에는 배출량이 연간 3, 4%까지 치솟았다. 그렇다고 우리가 자유무역을 거부할 수 있는가?

물론 기후 변화를 인정하면서 기술 발전 같은 온건한 방식을 대안으로 내세우는 사람들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항공 사업으로 유명한 버진 그룹의 브랜슨이다. 하지만 그는 10년간 약 30억 달러(한화 3조 5205억 원)를 투자해 석유와 가스를 대체할 기술 개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탄소를 대기 중에서 회수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발명가에게 2,500만 달러를 주겠다는 ‘버진 어스 챌린지’라는 캠페인도 실패한다. 그녀는 환경 해법을 떠벌리는 억만장자들은 구세주가 아니라고 비판한다. 물론 기술은 시간이 지난 후 개발될 수도 있다. 하지만 20~30년 후에 기술이 개발되면 그때는 이미 늦을지도 모른다.

자본주의에 도전하지 못하는 것은 주류 환경 운동 단체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낮은 곳에 있는 열매만 땄다. 강력한 기업들과 힘겹게 싸우느니 쉬운 일부터 하자는 논리다. 소비자들에게 유해성이 덜한 세제를 사서 쓰라고 권하고, 자동차 회사에는 연료 효율이 높은 자동차를 만들라고 요구하는 식이다. 환경단체는 에너지기업으로부터 막대한 기부금을 받으며 순치된다. 심지어 수익을 위해 화석연료 기업에 투자한다. 저자는 국제 자연 보호 협회 같은 환경단체와 화석연료·금융 기업들의 뒷거래를 파헤치고 폭로한다.

그렇다면 희망은 없을까? 그녀는 채취 산업에 저항하는 블로카디아(blockadia)에 주목한다. 블로카디아는 프래킹(물, 화학제품, 모래 등을 혼합한 물질을 고압으로 분사해서 바위를 파쇄해 석유와 가스를 분리해 내는 공법) 가스 채취 등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기업과 주민이 충돌하는 빈도와 강도가 갈수록 심해지는 지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곳에서 저항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환경운동가들과 다르게 행동한다. 이들은 공동체 생존에 필수적인 자원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지킬 수 있는 민주주의를 갈망한다.

▲ 2014년 1월, 록 음악계의 전설 닐 영은 '조약을 존중하라'라는 이름을 걸고 캐나다 전국 순회공연을 시작한다. 그는 자신이 타르 샌드(흙 속에 포함된 석유. 즉, 지하에서 생성된 원유가 지표면 근처까지 이동하면서 수분이 사라지고 돌이나 모래와 함께 굳은 원유) 반대 투쟁에 참여할 최선의 방법은 아바타스카 치페와이언 원주민 공동체가 법원을 통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의 순회공연은 두 달 만에 법정 투쟁 자금 60만 달러를 확보했을 뿐 아니라, 폭주하는 타르 샌드 개발 사업이 각 지역과 지구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뜨거운 관심을 집중시켰다. 사진은 원주민 대표와 닐 영이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 Ⓒ '조약을 존중하라' 기자회견 유튜브 갈무리

덴마크와 독일은 공동체가 통제권을 지니는 분산형 재생 에너지 발전 사업을 추진했다. 단순히 반대를 외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 차원에서 깨끗한 에너지를 이용해 전력을 자급하며 수익까지 올릴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한 것이다. 화석 연료 투자비 회수 운동도 대안 중 하나다. 회수한 돈은 친환경 기술에 재투자한다. 이 돈으로 지역 경제를 강화하고 대중교통 수단을 개선한다면 더 나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책 결론의 소제목은 '도약의 순간들: 위기는 곧 기회다'이다. 낮은 곳에 있는 열매만 따서는 기후변화를 막지 못한다는 의미다. 2015년 캐나다 총선에서 Leap Manifesto(도약 매니페스토) 운동이 일어난다. 이 운동은 점진적인 개혁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도약'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녹색경제 전환과 화석연료 사용 중지가 핵심이다.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가 2014년도에 발간된 것을 보면, 이 책이 도약운동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크다.

나오미 클라인은 그리스 총리 알렉시스 치프라스에게 어떤 질문을 할지 그리스 친구에게 물어보며 책을 마무리한다. 친구는 이렇게 대답한다.

"역사가 문을 두드릴 때 대답을 했느냐고 물어보세요."
"좋은 질문이다. 우리 모두에게."


편집 :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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