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인문산책] 경제 리더십

▲ 기민도 기자

한국과 일본 경제를 비교 분석한 <불황터널>의 박상준은 고이즈미 개혁과 아베노믹스 추진 배경으로 정치적 지지율을 꼽는다. 고이즈미 내각은 출범 당시 지지율이 81%에 이르렀다. 더 놀라운 점은 퇴임 시기까지 50% 지지율을 유지했다. 고이즈미가 전 세계 최초로 양적완화에 나서고, ‘우정 민영화’까지 완수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아베도 마찬가지다. 2013년 아베 내각 취임 후 지지율 60%는 지금까지 이어져 아베노믹스를 뒷받침한다. 우리는 어떤가. 대통령 지지율 4%다. 정부의 경제정책 리더십을 우려하는 이유다.

문제의 뿌리는 더 깊다. 경제 리더십이 처음부터 없었다는 비판이다. 정부는 경제위기 시에 오락가락하거나 방관으로 손을 놓았다. 우선 오락가락을 보자. 정부는 8.25 부동산 정책에서 부동산 공급을 줄이는 방침을 내놓았다. 부동산 가격을 잡는다면서 공급을 줄인다니 의문이 뒤따랐다. 결국,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고 11월 3일이 돼서야 전매제한을 중심으로 한 사후약방문을 선보였다. 조선업 구조조정도 비슷하다. 정부는 맥킨지에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컨설팅을 맡겼다. 그런데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컨설팅 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체제유지 결정을 내렸다. 해운업은 방관이 그르쳤다. 한진해운은 3천억 차이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정부는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그 피해는 화주에게 돌아갔다. 

▲ '대통령 vs 야권', '민주당 vs 국민의당'이 국정 주도권 줄다리기를 한다.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줄다리기를 멈추고 "여야 합의로 경제부총리부터 세우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경제부총리 한 명으로 경제 리더십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우리는 권력자의 뒤에서 함께 줄을 당기던 경제 관료들의 반성문 한 장도 못 봤다. © flickr

경제 리더십의 부재는 미래성장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경제 리더십이 기업에 신뢰를 주지 못하면, 미래성장 산업은 5년짜리 시한부 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녹색성장 지원 정책을 믿고 시장에 뛰어든 기업, 5년짜리 지원에 어떻게 됐을까? 2009년에 지은 녹색성장센터는 2015년에 빛바랜 카페로 전락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바뀌면서 녹색성장이 창조경제에 자리를 내줬기 때문이다. 현재 CJ가 추진하는 고양 K벨처 사업은 중단됐다. 정부가 문화융성을 하겠다며 밀어붙인 사업이 최순실 의혹으로 동력을 잃었다. CJ와 정부 당국자는 조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 미래성장 산업 분야에서만큼은 정권교체 여부와 상관없이 유지되는 독립적인 위원회가 필요한 이유다. 물론 정경유착의 탐욕에서 벗어나는 것은 선결 조건이다.

일본을 보자. 정부는 ‘차세대 도시교통 시스템과 자동주행기술’, ‘친환경 에너지 산업’ 등을 새로운 성장산업을 목록에 올렸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찾는 세계인에게 새로운 도시 교통 시스템을 선보이고 시스템 자체를 수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업은 즉각 보조를 맞춘다. 전자회사로 알려진 히타치가 철도 수출에 회사의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니가타 현에서 지열 발전소를 짓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정부는 기업의 혁신을 돕는다. 그 예가 ‘원샷법’으로 알려진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이다. 우리의 강요에 의한 5년짜리 미래성장계획과 비교된다. 더구나 한국 ‘원샷법’의 첫 수혜자는 대통령 친인척이 운영하는 회사였다. 경제 리더십이 무너진 자리에는 정경유착이 독버섯처럼 자라난다. 독버섯을 먹은 기업은 쓰러지고 권력은 무너진다. 그 짐은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는다.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은 1학기에 [서양문명과 미디어 리터러시], 2학기에 [문명교류와 한국문화]의 인문교양 수업을 개설합니다. 매시간 하나의 역사주제에 대해 김문환 교수가 문명사 강의를 펼칩니다. 수강생은 수업을 듣고 한편의 에세이를 써냅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다 다양한 생각을 곁들여 풀어내는 글입니다. 이 가운데 한편을 골라 지도교수 첨삭 과정을 거쳐 단비뉴스에 <역사인문산책>이란 기획으로 싣습니다. 이 코너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 진행되는 [김문환 교수 튜토리얼] 튜티 학생들의 인문 소재 글 한 편도 첨삭 과정을 포함해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민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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