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김소영 기자

▲ 김소영 기자

2013년 고등학생 A군은 스마트폰 기반의 배달대행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음식점으로부터 주문이 들어오면 배달 여부를 스스로 선택해 일했다. 그가 휠체어를 타게 된 건 배달 중 무단횡단을 하는 보행자와 부딪혀 척추를 크게 다친 이후부터다. 당시 그는 산업재해 보상을 받을 수 없었다. 법원이 그를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용주의 지시도 받지 않고 정해진 근무시간도 없이 원할 때만 배달을 했다는 것이다.

유연한 근무시간은 긱 이코노미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싶은 경력단절 여성이 매력을 느낄만한 일자리다.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긴 노동시간을 견디고 있는 사무실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다. 긱 이코노미는 한국인에게 절실한 노동과 삶의 균형을 맞춰줄 것만 같은 경제 시스템이다. 더군다나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명의 노동자들이 한 일자리를 나눠 가질 수도 있다. 한국의 근무 환경을 볼 때 이상적인 일자리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 긱 이코노미 시장에서 배달원들은 '개인영업자' 허울을 쓰게 된다. ⓒ flickr

문제는 긱 이코노미가 저임금, 저숙련 직종에만 한정돼 발생한다는 점이다. 배달의 민족과 같은 배달대행업이나 우버 같은 운전대행업이 대표적이다. 배달원들과 운전기사들은 과거부터 잦은 사고에 노출되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준 높은 기술을 요구하는 일자리가 아니기에 당장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임금을 필요로 하는 노동자들이 꾸준히 유입됐다. 긱 이코노미는 그러한 현실을 파고들었다. 대행업체가 질 낮은 일자리를 여러 시간대로 쪼개 급전이 필요한 노동자들에게 분배하는 시스템이 긱 이코노미의 핵심이다.

긱 이코노미는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함으로써 고용률 70% 달성과 같은 목표에 양적인 접근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나 고용 시장에 질적인 기여를 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긱 이코노미에서 노동자들은 법적으로 고용주에게 고용된 종업원이 아니라 개인사업자다. 고용주들은 자연스레 노동자들을 책임질 의무 없이 소비자와 사업자들을 중계해주는 대행업체로 변모한다. 이로 인해 ‘개인사업자’들은 현실적으로 노동자임에도 헌법으로 보장받는 노동삼권과 유급휴가, 병가 등을 쓸 권리를 박탈당한 채 법의 테두리 밖에 떨어지게 됐다.

노동삼권, 근로기준법 등 노동자의 권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투쟁하고 목숨을 희생해 얻게 된 결과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이 실질적으로 법적 효력을 발생한 지 불과 사십여 년이 흐른 지금, 노동권은 경제 악화, 기술 발전 등의 시장환경 변화를 이유로 다시 과거로 후퇴하고 있다. 긱 이코노미 같은 돌연변이 경제 형태가 노동권을 훼손함으로써 손해를 보는 건 노동자만이 아니다. 국가 경제도 마찬가지다. 개인사업자를 빙자한 일용직 노동자를 양산하는 노동 시장에서 이중 구조는 더욱 견고해진다. 이는 사회적 갈등이라는 비용으로 이어진다. 긱 이코노미에서 노동자들이 정말 ‘개인사업자’인지를 법이 아닌 정책 차원에서 접근할 때 경제성장을 위한 해법을 찾을지 모른다.


갈수록 경제가 어려워진다. 고용난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위기를 어떻게 해결 해야하나. 돌파구로 긱 이코노미가 떠오른다. 긱 이코노미란 필요에 따라 사람을 구해 임시로 일을 맡기는 고용형태를 뜻하는 경제 현상이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긱 이코노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긱 이코노미 현상에 대해 각기 다른 세 가지 생각을 들어본다. (편집자)

① 박진영 <긱 연주자는 IT시대의 비정규직이다>

② 신혜연 <사장님 맞아?>

③ 김소영 <노동자 없는 긱 이코노미 시장?>

편집 :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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