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부산국제영화제 논란 갑론을박 토론회

21회를 맞아 성년을 넘긴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 우뚝 서기 위한 성장통에 시달린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다이빙 벨>의 상영중단을 요청하면서 문제가 불거진다. 영화 조직위가 예술의 독립성을 내세우며 상영 강행으로 맞선다. 이용관 조직위 집행위원장은 강제 퇴임당하고, 부산시의 횡령 혐의 고발로 검찰에서 징역 1년을 구형받는다. 많은 영화인들이 정치적 개입이라고 불참하면서 이번 영화제는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런 배경 아래 열린 지난 9일 부산 BIFF 힐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토론회에는 많은 시민들이 몰려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부산국제영화제 김상화 집행위원과 영화감독 김조광수, 다큐멘터리 감독 강석필, 영화평론가 장 미셀 프로동과 토니 레인즈가 참석해 지난 2년간의 BIFF 사태를 평가하고, 바람직한 방향성을 찾았다. 현장을 지상중계 한다.

▲ 왼쪽부터 영화제 사회를 맡은 오동진 평론가, 부산국제영화제 김상화 집행위원, 영화감독 김조광수, 다큐멘터리 감독 강석필, 영화평론가 장 미셀 프로동, 토니레인즈. ⓒ 박기완

”부산영화제 투쟁은 표현의 자유 억누르는 정치적 압박에 대한 저항”

먼저 강석필 감독은 “20년간 이용관 위원장이 대부분의 총대를 메고 있었다”며 “횡령은 말도 안되는 것이며 이용관 위원장은 수치스러울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어 “이용관 위원장의 복귀는 영화제와 분리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재판 과정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부산국제영화제 초창기부터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온 영국의 영화 평론가 토니 레인즈는 “부산국제 영화제 일을 하기 전부터 이용관 위원장을 알고 있다”며 “이용관 위원장은 지난 20년 동안 정직하고 올바르게 일한 분으로 부산시가 억지주장을 펴고 있다”고 꼬집었다.

<카예 뒤 시네마>와 <르몽드> 편집장을 역임한 프랑스 영화 평론가 장 미셀 프루동이 말을 받았다. “이용관 위원장이 부산영화제를 세계에서 인정받는 메이저 행사로 키워 온 것에 감사드린다”며 “부산시는 현재 부산국제영화제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또 “현재 부산국제영화제 투쟁은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정치적 압박에 대항하는 상징이 되었으며 부산국제영화제 투쟁이 좋은 선례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국내 영화인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많은 영화인들이 한 목소리로 부산국제영화제 외압에 대한 보이콧을 하고 있다. ⓒ 박기완

“영화제는 좌익 성향, 우익 성향 작품 모두 상영하는 것”

“현재 부산시장은 대화를 할 의향이 전혀 없다. 본인의 생각만 주장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은 듣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영화 평론가 토니 레인즈의 주장이다. 이 말에 많은 참석자들이 환호성을 올렸다. 전문가들이 공식석상에서 함부로 입에 담지 못했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제에서는 좌익 성향, 우익 성향 가리지 않고 모든 작품을 상영한다”며 “영화 중에 한 영화만 지목해서 틀지 말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행위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이라면 중립을 지킬 줄 알고 협상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우편향에 치우친 현 부산시 집행부에 훈수를 던졌다.

20년 동안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켜본 레인즈는 외국인 영화 전문가답지 않게 현 사태의 원인을 한국 정치상황에서 찾는 예리함도 보였다. 우익 성향 정부가 들어서자 부산시가 우익 편에 서서 예술을 마음대로 재단해도 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갖게 된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이어 “시장 임기 4년이 지난 뒤 다음 선거 때 제대로 된 시 집행부를 선출해야 한다”며 마이크를 놓았다.

부산국제영화제 사태는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당한 사건이라는 게 이날 토론회의 주된 논조였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최고의 영화제가 되기 위해서는 영화예술의 독립성을 지켜내기 위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줬다.


<단비뉴스>는 6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2016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집중 취재 조명한다. 초청작 <다이빙 벨> 불허 방침을 놓고 '예술과 정치성' 논란 속에 무산 위기까지 몰렸던 부산국제영화제. 극한 갈등을 겪으며 축소 개최된 부산국제영화제가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국제영화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따끔한 질책과 애정 어린 시선의 기획기사, TV 뉴스 리포트를 선보인다. (편집자)

편집 : 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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