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컨퍼런스] 모바일 시대, 저널리즘의 미래 ②

어떻게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 독자의 시선을 붙잡아 둘 수 있을까. 미디어 종사자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모바일 시대에 효과적인 전략을 통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매체가 있다. 전 세계 온라인 매체 방문자 수 1위. 오늘날 가장 성공한 온라인 저널리즘으로 평가받는 <허핑턴포스트>다. 이 매체는 창간 6년 만에 160년 전통의 언론사 뉴욕타임스의 트래픽을 추월했다. 2012년엔 온라인 매체 중 처음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허핑턴포스트>의 전략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매체들 사이에서 더 돋보이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특유의 1면 제작방법 ‘스플래시(splash)’도 시선을 끄는 전략에서 출발했다. 스플래시는 영어로 ‘팡 터진다’는 뜻으로 한국의 ‘호외(특별한 일이 있을 때 발간하는 신문이나 잡지)’와 같은 전략을 쓴다.

“아이가 죽었다. / 아이의 나이는 3살이었다. / 아이의 이름은 아일란 쿠르디였다.”

스플래시는 시각적인 사진과 인상적인 기사 제목의 결합으로 탄생한다. 지난해 9월, 전 세계적으로 난민 문제의 심각성을 불러일으킨 아일란 쿠르디 사건 때 <허핑턴 포스트>는 3단계 기사 제목을 달았다. 김도훈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편집장은 “죽은 아이에게도 이름이 있었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좀 더 감정적으로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 살배기 소년이 터키 해안에서 죽은 채 발견돼 난민 문제에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식의 단순한 제목을 달았던 다른 언론사와 차별성이 돋보인다.

▲ 9월 2일 <허핑턴포스트코리아>의 1면 스플래시.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허핑턴포스트>의 독자 90%는 모바일로 기사를 본다. 신문이나 잡지에서는 사진의 구도가 중요했지만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사진의 구도는 부각되지 않는다. 스크롤을 올릴 때 멈출 수 있는 사진, 독자와 눈을 맞추는 사진, 사람의 얼굴을 부담스러울 정도로 클로즈업한 사진. 모바일 시대에 독자의 관심을 끌고 시선을 붙잡는 사진들이다. <허핑턴포스트>는 박근혜 대통령 사진을 쓸 때 눈동자까지 보일 정도로 큰 사진을 사용한다. 눈앞에 사람이 있는 것 같으니 제발 이렇게 사진을 쓰지 말라는 항의가 들어올 정도다. 김 편집장은 “이러한 독자의 반응이 중요하다”며 “사진은 기사와 독자가 상호작용을 하게 만든다”라고 덧붙였다.

모바일 콘텐츠로 적합한 카드뉴스, 이렇게 만든다

모바일을 통한 뉴스 소비가 일반화되면서 기존 미디어의 콘텐츠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드뉴스다. 이미지와 텍스트를 결합해 직관적 스토리텔링을 추구하는 카드뉴스는 이제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의 <티타임즈>는 국내 최초 카드뉴스로만 뉴스를 내보내는 모바일 뉴스서비스 매체다. 너도나도 만들어내는 탓에 식상하다는 지적 마저 나오는 카드뉴스 시장에서 차별화로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한 번 더 곱씹어 보게 하는 뉴스’, ‘짧은 시간에 통찰을 제공하는 콘텐츠’, ‘<EBS 지식채널e>를 활자로 보는 느낌’ 등이 <티타임즈>를 접한 독자들의 평가다. 유병률 <티타임즈> 부장은 “카드는 뉴스를 전달하는 형식일 뿐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고 강조한다.

<티타임즈>는 카드뉴스를 만들 때 ‘불필요한 것 버리기’과 ‘한 뎁스(depth·깊이) 더 들어가기’를 추구한다. 꼭 필요한 것만 전달하되 다른 뉴스보다 ‘한 가지’를 보태는 것이 <티타임즈>의 목표다. 여기서 ‘한 가지’란 ‘어떤 상황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 정보, 감동’ 등 다양하다. 많은 내용을 동시에 담으면 독자가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중 하나를 선정해 뉴스에 녹여 전달한다.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방법은 세 가지다. 첫째, 포털에 널린 내용은 쓰지 않는다. 둘째, 독자가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뉴스는 쓰지 않는다. 셋째, 쓰고 싶은 메시지의 핵심을 파악, 선택한 뒤 나머지는 버린다. 한층 더 깊이 들어가기에도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파악한다. 둘째, 기존 미디어와 다른 접근방식을 고민한다. 셋째, 이미 알고 있는 내용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굴한다.

▲ 독자가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카드뉴스에 보다 깊은 내용을 담을 수 있다. ⓒ 유병률 <티타임즈> 부장

카드뉴스는 페이스북에 적합한 뉴스 전달형식이다. 카드뉴스 디자인 웹서비스 <타일>의 우혁준 대표는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독자들은 긴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도비(Adobe‧미국의 컴퓨터 그래픽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에서 글로벌 패널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기기에서의 콘텐츠 소비패턴 설문조사에서, 글로만 구성된 콘텐츠의 완독률은 33%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공유되는 콘텐츠는 동영상, 이미지, 링크, 텍스트 순서로 도달률이 높다. 동영상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이미지를 활용한 카드뉴스가 훨씬 효율적이다”고 설명했다.

우 대표가 공개한 카드뉴스 제작 팁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독자가 카드뉴스를 봤을 때 어떤 이득을 얻게 될 것인지 첫 장에 명시해야 한다. 카드뉴스는 페이스북에서 공유된다. 전체이미지가 아닌 대표이미지만 보이기 때문에 첫 장이 가장 중요하다. 둘째,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독자가 카드뉴스를 넘겨볼 때 처음부터 끝까지 매끄럽게 연결돼야 완독률이 높아진다. 셋째, 독자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예를 들면 마지막 장에 질문을 던지는 방법이 있다. 질문은 ‘공유’나 ‘댓글’과 같은 독자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모바일 시대 주요콘텐츠는 독자제보

“모바일 시대에 발맞춰 혁신해야 한다는 주제가 주어졌을 때, 저희는 먼저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모든 사람들 손에 스마트폰 카메라가 들려 있었어요. 이는 곧 <YTN>에 제보하는 사람 수가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하게 했죠.”

하루 약 70건. 1년에 약 2만 건. <YTN>에 쏟아지는 제보동영상의 양이다. 최근 페이스북에서 화제가 되었던 ‘임신한 고양이 걷어차는 아저씨’ CCTV도 그중 하나였다. 제보자는 고양이의 주인이었던 슈퍼마켓 주인. 동물학대로 대중의 공분을 산 CCTV 속 아저씨는 경찰에 입건되었다.

▲ 서영호 <YTN> 모바일프로젝트팀 팀장은 모바일 시대 콘텐츠는 소비자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 박기완

<YTN>은 지난해 모바일 제보 영상 플랫폼을 구현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강자로 떠올랐다. 독자가 간편하게 제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24시간 보도전문 채널이라는 브랜드를 결합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기존 뉴스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제보 영상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1년 반 만에 페이스북 구독자 수가 100배 이상 늘어났다. 서영호 <YTN> 모바일프로젝트팀 팀장은 “얼마 전 울산에서 지진일 발생했을 때는 200건이 넘는 제보가 실시간으로 쏟아졌다”고 자랑했다.

서 팀장은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콘텐츠는 우리의 모든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콘텐츠의 생산주체가 언론사에서 독자로 바뀌며 일상 속의 재미와 삶 자체가 주요한 뉴스 콘텐츠가 되고 있는 것이다.

<YTN>은 독자가 생산한 1차 저작물인 제보 영상에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2차 저작물로 가공한다. 가공된 콘텐츠는 페이스북이나 방송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된다. 홍대 앞에서 만취 커플이 택시기사를 폭행하는 블랙박스 영상은 페이스북에서 600만 명이 넘는 도달률과 1만여 개의 댓글 수를 기록했다. 서 팀장은 “우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방송을 하는 것이 아니다. 독자 한 명 한 명에게 말 걸기를 하는 것”이라며 모바일 시대에 언론사가 독자와 가져야 할 소통의 자세를 강조했다.

모바일 시대 소비자는 ‘비목적형’, 독자부터 분석하라

지금까지 콘텐츠는 미디어가 일방적으로 공급하는 형태였다. 모바일 시대의 콘텐츠는 소비자의 요구와 소비패턴에 따라 제작되고 공급된다. 유도현 <닐슨코리아> 미디어리서치부문 대표는 “혁신의 시작은 독자분석”이라고 강조한다. 독자를 철저히 ‘고객’으로 설정하고 행동패턴을 분석에서 시작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고객을 충성스러운 유형, 혜택만 찾아다니는 유형 등으로 분류한다.

“지난 10년간 한국 언론계에서 퇴출당한 사례가 없는 걸 보면, 우리 언론은 정상적인 시장경제체제가 적용되지 않는 특이한 분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는 독특한 한국지형에서 독자 대신 고객이라는 단어로 접근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20년간 언론계에는 온라인의 등장, 콘텐츠의 디지털화(digitalization), 포털(Portal)이 언론과 고객이 만나는 접점이 되는 등 엄청난 기술상 변화가 있었다. 지난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된 모바일과 모바일매체의 영향력 증가는 아예 미디어산업의 지평을 바꾸어놓았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모바일 사용자는 약 3천 500만 명이다. 유 대표는 “변화는 한 순간에 굉장히 급격하게 올 수 있는 것”이라며 “급격한 변화기저에 깔려 있는 하나의 방향성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텔레비전과 PC, 모바일을 모두 보유하고 이용하는 3스크린(3Screen) 사용이 일반화될 것이란 믿음이었다. 믿음은 깨졌다. 유 대표는 “지난해부터 3스크린 집단이 서서히 붕괴해 2스크린(2Screen) 조합으로 바뀌고 있다. 텔레비전과 모바일, PC와 모바일, 아니면 모바일 온리(Mobile only)로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한다.

▲ 다매체 이용자들의 주요 뉴스 소비 매체는 모바일이다. ⓒ 유도현 <닐슨코리아> 미디어리서치부문 대표

<닐슨코리아>가 올 3월 3스크린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모바일이 이용률(83%)과 일평균 이용시간(90분) 모두 최상위를 차지했다. 사용자들은 PC와 모바일 웹, 모바일 앱 등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며 뉴스를 소비하는 패턴을 보였다. <중앙일보>와 <JTBC> 같이 신문 방송, PC 사이트와 모바일 웹 간에 연결성이 높은 복합미디어 그룹일수록 뉴스 소비량이 많게 나타나는 이유다.

모바일 중심 매체 환경에서 소비자들은 주요 뉴스 채널들은 매체 이름과 상관없이 사회, 연예, 날씨 등 다양한 주제를 소비하는 ‘비목적형 소비자’다. 기존의 특정 언론사의 콘텐츠를 찾아가는 ‘적극적 독자’들과 달리 포털에 노출된 기사 중 관심이 가는 기사를 가볍게 훑는 것이다. 유 대표는 “한 달에 최소 한 번이라도 특정 언론사의 앱을 터치해서 실행한 소비자는 7%밖에 안 된다”라며 “현재 뉴스 소비는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을 통해서 소비되는 뉴스량이 45%를 넘어섰으며, 특히 네이버가 뉴스 소비를 압도하는 형태다”라고 설명한다. 언론사가 개별적으로 개발한 앱은 고객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특정 뉴스 공급자의 앱을 이용해서 뉴스를 소비하는 적극적 뉴스 소비자가 10%도 채 안 된다. 소비자는 포털이 큐레이션 하는 뉴스를 주로 접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에서는 포털의 영향력이 상당히 크고, 이 주어진 조건하에서 서비스의 개발전략도 생각해야한다”며 “유일하게 선택 가능한 전략 중 하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독자가 선택하고 평가하게 해야

김기수 <크리티커스> 대표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의 정치기사에서 연합뉴스 기사가 55.98%를 차지한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박사과정 중인 김 대표는 정치정보의 유통구조가 민주적 정치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주목한다. 그가 뉴스큐레이션 사이트인 <크리티커스>를 만든 것은 “포털이 정치적 논란을 피해 가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었다”고 전했다.

▲ 미디어오늘 조사에 따르면 네이버의 정치기사 매체별 비율 가운데 연합뉴스 기사가 55.98%를 차지했다. 연합뉴스 뒤로는 뉴시스(10.37%), 뉴스1(4.76%) 등 통신사 기사가 네이버 뉴스의 70%를 차지했다. ⓒ 박장준 <미디어오늘> '네이버, 연합뉴스 편애하다 저널리즘 망가질라'

“포털 뉴스는 막강합니다. 언론은 아니지만 뉴스 유통의 목줄을 쥐고 있는 유통업자죠. 문화체육관광부 여론집중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의 영향력이 KBS 수준입니다. 하지만 포털은 통신사업자입니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고 하지만 기계적인 중립일 뿐 저널리즘적인 중립은 아닙니다. 포털 직원들이 선별해서 걸게 되는 방식입니다. 포털 직원이 국민이 읽는 뉴스를 결정하는 나라인 겁니다.”

<크리티커스>는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PC 웹사이트로, 모바일로도 볼 수 있다. <크리티커스>는 포털과 달리 독자가 언론을 직접 평가하고 견제하도록 알고리즘을 짰다. 언론이 편향적인 기사 생산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언론 평가 프로젝트’다. 페이스북에 많이 공유된 순서대로 사이트에 기사가 소개된다. 모든 이용자는 뉴스에 평점을 매길 수 있다. 평가는 해당 기자와 언론사에 누적되는 시스템이며 평점의 분포와 추이가 실시간으로 공개된다. 김 대표는 포털이 기계적 중립을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 사회 저변에 깔린 정치혐오와 언론혐오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2016년 로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26개 조사국 중 한국 언론의 신뢰도는 25위, 그리스가 26위였다. <크리티커스>는 기자와 언론사에 대한 평점을 바탕으로 좋은 언론사와 기자, 편집자를 찾아서 소개해 신뢰를 얻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오는 10월 모바일 앱을 출시하는 <일파만파>는 집단지성을 이용한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일파만파>는 시민편집단이 좋은 뉴스를 골라내는 휴먼 큐레이션에 더해, 이용자가 자신의 좋은 기사 선별능력에 따라 계급을 높여갈 수 있도록 ‘일파’부터 ‘만파’까지 5등급을 부여하는 ‘재미’ 요소도 가미했다. 노종면 <일파만파> 대표는 “‘만파’ 등급이 된다면 웬만한 언론사 보도국장 편집권한 안 부러울 것”이라고 설명한다.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를 고려한 디지털시스템 돼야

소비자가 더 쉽게 접근할 장치개발도 중요하다. 김동현 <민중의소리> 뉴미디어팀장은 CMS(콘텐츠관리시스템)와 UI체계(user interface, 컴퓨터나 모바일기계 등을 사용자가 좀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설계)를 개발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뉴욕타임스>의 ‘스노 폴(snowfall)’ 같은 인터랙티브 뉴스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로 “대부분의 언론사가 독자들이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는 속도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을 꼽았다. 김 팀장은 “영상과 인터뷰, 게임까지 더해진 인터랙티브 기사는 모바일에서 잘 구현되지 않는다”며, “기사가 너무 길기 때문에 이동하는 짧은 시간사이에 모바일로 뉴스를 소비하는 요즘 독자들에게 맞지 않는 형식”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무조건적인 CMS혁신 보다 ‘누구를 위한 CMS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이유다.

▲ <민중의소리>에서 만든 카드형 뉴스 ‘이슈탐구’ (왼쪽), 카카오톡 대화형 뉴스 ‘뉴스톡’ (오른쪽). ⓒ 김동현 <민중의소리> 뉴미디어팀장

카카오톡 대화형으로 뉴스를 전해주는 ‘뉴스톡’은 <민중의소리>가 성공시킨 혁신 포맷 중 하나다. 대화형 뉴스 독자층 중 65세 이상의 비율이 30%가 넘는다. 김 팀장은 “젊은 층뿐만 아니라 중장년층마저도 PC 기반의 시스템보다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기반의 시스템을 선호한다는 의미”라며 ‘뉴스톡’의 성공요인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모바일 시대에 성공한 CMS를 만들기 위해서는 독자만 고려하면 되는 것일까. 김 팀장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독자와 더불어 콘텐츠를 만드는 기자도 CMS의 사용자”라고 말한다. 그는 언론사들이 CMS를 만들 때 “사용자인 현직 기자들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고, 이 요구를 실현시킬 개발자 채용에도 투자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들에게 친절한 CMS가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진화된 저널리즘, 드론과 가상현실(VR)

진화하는 새로운 저널리즘으로 드론과 가상현실(VR)이 제시되었다. 드론과 VR는 새로운 관점과 경험을 제공해 소비자를 붙잡는 차별화된 시각적 기법으로 부각되었다.

“사진이 발명된 이후 우리는 수평적 시선에 길들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드론이 나오면서 수직적 시선으로 바뀌었어요.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조성준 <드론이미지> 대표는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시각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이 드론의 장점이라고 말한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드론 사진은 ‘버디컬 버즈 아이 뷰(Vertical Bird’s Eye View)’다. 하늘을 나는 새의 시각에서 수직적 시선으로 찍은 사진이라는 뜻이다.

한국 언론에서 드론 사진이 쓰인 것은 2014년이었다. 같은 해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당시 조선일보가 1면에 드론으로 찍은 현장사진을 실었다. 수평적 사진에 익숙한 기존 미디어로서는 파격적인 변화였고 도전이었다.

▲ 알록달록한 컬러 패턴이 돋보이는 부산신항만 컨테이너 터미널 풍경. ⓒ 조성준 <드론이미지> 대표
▲ 전라남도 신안군 태평염전. 소금을 수확하고 있는 인부의 모습을 드론의 직부감 앵글로 담았다. ⓒ 조성준 <드론이미지> 대표

조 대표는 드론만의 직부감 앵글을 활용하면 재미있는 패턴과 미학적인 느낌을 사진에 담아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중요한 점은 사전에 앵글을 계획해야 한다는 점이다. 조 대표는 “드론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며 “드론 사진을 찍을 때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된 시각을 담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려는 고민이 필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드론 영상이 새로운 관점을 얻게 한다면, 가상현실(VR)은 시청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박 정훈 <토파토프로덕션> 본부장은 “올해 VR콘텐츠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 이유는 삼성전자 등 핸드폰 디바이스를 만드는 기업들이 침체된 시장을 돌파하기 위해 VR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 2014년 2조5천억 원을 들여 ‘오큘러스’를 인수하면서 VR에 대한 인식이 전 세계에 심어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VR시장규모는 약 7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VR산업협회는 국내 VR 시장이 2020년 5조7천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저는 된다고 봐요. 불가능한 수치가 아니거든요. 3D TV가 고전을 겪었던 이유 중 하나는 고가의 TV를 사야 했고, 아바타 외에 콘텐츠가 없었던 거예요. VR환경은 다릅니다. 이미 모두 핸드폰 가지고 있고 여기에 10만 원도 안 하는 VR기계를 붙이면 새로운 생생한 체험을 할 수 있죠."

▲ SCANDOL 360(스캔돌 360): EXID(이엑스아이디)-HOT PINK(핫핑크). 360VR 콘텐츠다. 360VR란 여러대의 카메라를 이용, 각각의 앵글을 합쳐 360도 전체 공간을 한번에 촬영한 뒤 가상 현실을 체험하듯 모바일 기기나 터치로 화면을 직접 움직일 수 있게 한 콘텐츠를 말한다. ⓒ 1theK (원더케이)

VR는 게임, 영화, 교육, 전시, SNS,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박 대표는 “저널리즘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다”며 “한 장의 사진으로 감정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크롭편집이나 다양한 편집기법을 동원할 수 있지만, VR영상은 전혀 다르다. 가공된 콘텐츠가 아니라 현실을 리얼하게 체험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2D 영상에서는 장면을 설명할 때 컷트로 다음 장면을 인서트 형식으로 삽입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VR는 2D영상에서 할 수 없었던 공간의 배치를 할 수 있고, 스토리텔링 기법에 따라 시공간개념을 전혀 다르게 창조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장면에 효과적인 무브먼트 동선 배치를 할까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VR 스토리텔링의 기법이란 유저들께서 어떻게 콘텐츠하고 소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겁니다.”

데이터 저널리즘의 출발은 좋은 질문

저널리즘의 미래는 모바일세대의 취향에 맞는 가볍고 재밌는 콘텐츠에서만 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천관율 <시사IN> 기자는 저널리즘의 미래 한 모습으로 데이터 저널리즘을 소개한다. 그는 ‘데이터는 어떻게 스토리가 되는가’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데이터가 스토리가 되는 과정을 보여 주었다. 우선 질문에 맞는 데이터를 찾고, 그 데이터를 얻은 뒤 더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는 방식을 반복하다 보면 그 연쇄 과정 자체가 추리소설처럼 스토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흔히 데이터 저널리즘은 데이터를 잘 다루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천 기자는 “한글 문서작업 정도만 할 줄 알아도 된다”며 “좋은 질문이 출발”이라고 말한다. 좋은 질문을 위한 조건으로는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는지 ▲부적절한 가정을 깔고 있지 않은지 ▲측정 가능한 결과물로 답변이 가능한지를 제시했다.

예를 들면, <시사IN> 제467호 “분노한 남자들”이라는 ‘메갈리아 사태’ 기획 기사는 “남자와 여자 중 누구에게 주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천 기자는 메갈리아 사태와 관련해 분노하는 남자들에 주목했다. 천 기자는 “‘나무위키’ 1년 치를 긁어봤다”며 “예상으로는 여성을 제외한 전방위 혐오발화의 생산기지가 돼 비판받은 ‘워마드’가 생겨난 이후에 남자들의 분노가 폭증해야 하지만, 의미망 분석결과 메갈리아 초창기 때 사실상 남성들의 여성혐오 담론이 완성됐다”고 말한다. 메갈리아가 남성혐오 사이트라는 합의는 오랜 기간 여러 사건을 겪으며 축적된 결과물이 아니다. 천 기자에 따르면 메갈리아가 등장해 성기 크기로 남성을 대상화하는 순간 남성들의 분노는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 ‘의미망 분석’은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를 점과 선으로 번역해 네트워크 분석한 것으로, 점(단어)들이 한 문장을 이루면 의미가 생긴다. ⓒ 천관율 <시사IN> 기자

"유행은 빨리 변하고 기술은 늘 발전해요. 하지만 '좋은 기사 쓰기'의 원칙은 느리게 변하죠. 제가 기사 쓸 때 사용하는 체크리스트입니다. 첫째, 해결해야할 질문이 무엇인가. 둘째, 답하려면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가. 셋째, 데이터로부터 다음 질문을 집요하게 뽑아내는 연쇄 과정은 끝까지 갔는가. 넷째, 데이터 분석결과 어떤 스토리를 뽑아냈는가. 다섯째, 첫 질문에 대한 좋은 통찰인가."

거꾸로 생각하라, 미래가 보일 것이다

천 기자가 데이터에서 스토리를 가져왔다면, 이원재 <여시재> 기획이사는 그 스토리마저도 상상해보자고 제안한다. ‘소셜 픽션(Social Fiction)’은 말 그대로 우리가 염원하는 사회를 구체적으로 상상해 소설 속에 묘사하는 것이다. 데이터 저널리즘이 과거의 사실을 분석해 사회 맥락을 이해하는 저널리즘이라면, 이 이사가 소개하는 소셜 픽션은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해 사회를 바꿔가자는 대안 저널리즘이다. 사실 확인을 포기하고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저널리즘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이사는 만약 우리가 염원하는 사회가 만들어진 상태를 상상해 거꾸로 계획(backward planning)할 수 있다면 전혀 다른 사회문제 해결 방식이 될 수 있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그는 “변화에 적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변화를 만들어가는 주인이 되자”고 제안한다. 가령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을 할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30년 뒤에 어떻게 살고 싶을지를 고민하자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삶을 그려보고 목표설정을 분명히 함으로써 현재의 비전이 명확해진다는 것이다.

▲ 희망제작소는 지난 2015년 10월 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가톨릭청년문화회관에서 첫 번째 공개 사다리포럼을 개최해 대학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근로조건과 불안정한 고용 현실을 바꿔보자는 취지로 노동, 복지, 기업, 사회적경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았다. 고용주인 대학들, 노동조합, 청소회사 대표의 이야기도 들었다. ⓒ 이원재 <여시재> 기획이사

이 이사는 작년 희망제작소에서 진행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대학 내 청소노동자 문제는 지난 2011년 배우 김여진 씨가 참여해 주목받으면서 공론화됐다. 이 이사는 “청소노동자와 같은 비정규직 문제는 의견대립이 첨예하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서 이야기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대학에 비해 갈등이 첨예하지 않았던 경희대에서 희망제작소 사다리포럼, 경희대 교수 및 직원, 그리고 청소노동자와 사회적 대화를 시도했다. 사다리포럼은 경희대에서 ‘소셜벤처’를 만들고 ▲대학청소노동자의 인권과 복지 증진 ▲대학 내 일부 시설 및 공간의 문화적 관리시스템 마련 ▲회기동 일대를 새로운 문화예술거리 및 평화 운동의 거점으로 조성하는 청사진 작성을 제안했다. 대학 측은 정규직 고용에 대한 부담을 덜고, 청소노동자들은 노동안정성과 복지증진을 보장 받음으로써 협의가 가능해진 것이다.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만 답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너무나 적은 것 같습니다. 관찰자 입장이 아닌 문제 안으로 들어가서 답을 찾는 것, 꿈을 꾸면서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셜 픽션’은 사실과 의견의 대립구도가 아닌, 문제와 대안의 관점에서 의미 있는 저널리즘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언론은 ‘디지털 퍼스트’를 외친다. '카드뉴스’는 이미 많은 언론사가 제작하고 있고, CMS 개편 작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SBS와 같은 방송사를 비롯해 조선, 중앙, 동아 등 신문사도 멀티플랫폼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지만 갈 길이 멀다. 디지털시대에 발맞춘 혁신에 대한 요구는 끊임없고 우리는 '저널리즘의 미래'를 고민한다. <단비뉴스>는 저널리즘의 미래 1부 기사에서 모바일 시대에 영상 문법에 더 익숙한 뉴스 소비자들의 이용 패턴을 분석하고 시청자의 관점과 언어에 맞는 콘텐츠가 중요함을 살펴봤다. 2부에서는 저널리즘의 영역에서 적용될 구체적인 사례를 적시해 디지털기술의 발전과 저널리즘의 가치가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할 영역을 전망해봤다. 문제는 우리의 마음가짐이다. 독자를 우선에 두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되, 저널리즘의 정신을 잃지 않는 일. 저널리즘의 미래는 이러한 원칙 속에서 다시 피어날 것이다.


<단비뉴스>는 지난 26~27일 건국대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2016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 참가했다. 올해 컨퍼런스는 ‘스토리텔링의 진화’라는 주제로 꾸며졌다. 34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연사로 참여해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스토리텔링 전략에 대해 살펴봤다. <단비뉴스>는 전체 강연 중 저널리즘의 미래를 가늠할 강연들을 엄선해 소개한다. 오늘은 제2부를 싣는다. (편집자)

편집 : 강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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