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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정치로 ‘헬조선’ 벗어납시다
[단비인터뷰]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2016년 08월 28일 (일) 23:45:33 박희영 기자 hyg91418@naver.com

지난 6월 스위스에서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국민투표가 시행된 것을 계기로 각국에서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다. 스위스의 기본소득 도입안은 76.7%의 반대로 부결됐지만, 핀란드가 시범도입을 결정하는 등 진지한 접근을 하는 나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국회에 의석을 갖지 못한 녹색당이 지난 20대 총선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주요 선거공약으로 제시했다. 소득불평등 해소와 탈핵에너지전환 등 진보적 의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녹색당의 하승수(48) 공동운영위원장을 지난 5월 19일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리고 지난 24일 전화로 추가 인터뷰했다.

   
▲ 서울 정동 녹색당 사무실 앞의 한 카페에서 <단비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하승수 공동운영위원장. ⓒ 박희영

‘2017년 이후 기본소득 단계적 도입’ 공약 제시

“녹색당의 기본소득안은 한꺼번에 모든 사람에게 지급하자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로드맵을 제안한 것입니다. 2017년부터 기후변화 등 생태위기 극복을 위한 보편증세 개념의 ‘기본소득세’를 징수해서 청소년, 청년, 농‧어민, 장애인, 노인에게 월 4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3년의 적응기간을 거쳐 전 연령대로 확대 추진하자는 안이죠.”

하 위원장은 정치적 합의만 하면 이 정도 안은 충분히 현실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녹색당은 기본소득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서울 동자동 쪽방촌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기본소득 전국투어’라는 이름으로 지역의 농민, 청년, 빈곤층의 의견을 듣고, 간담회를 열어 정책에 관해 설명했다고 한다. 하 위원장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며 “그렇게 해야만 소외된 사람들이 녹색당을 통해서라도 그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본소득을 국가 단위에서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사례는 아직 없지만, 캐나다의 브리티시 콜롬비아주가 2008년부터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탄소세를 걷어 그중 일부를 시민배당금으로 지급하는 등 주 정부나 지방 단위의 시도는 이미 등장했다. 미국 알래스카주는 1976년부터 석유에서 나오는 수입의 4분의 1 이상을 적립하는 ‘영구기금’(Permanent Fund)에서 매년 주민들에게 배당을 주고 있다. 하 위원장은 “만 65세 이상의 노인에게는 기초연금이란 이름으로 상당한 수준의 현금을 지급하거나, 청년들에게 학생수당이란 이름으로 현금소득을 보장해주는 사회가 많다”라며 “덴마크,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 살기 좋다고 말하는 사회는 대부분 그런 제도를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는 기초연금이 65세 이상 노인 중 하위 70%에게 차등적으로 지급되고 있다.

하 위원장은 “선진 복지국가들도 처음부터 그런 제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며, 정치가 그런 사회를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들이 정치를 통해서 부분적이지만 기본소득 개념이 들어간 제도를 만들었고, 본격적인 기본소득도입에 대해서도 논의하게 됐다는 것이다.

변호사에서 녹색당 정치인이 되기까지

하 위원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가진 변호사로 일하다 10년 전 휴업하고 본격적인 시민운동과 정치활동에 뛰어들었다. 변호사 시절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와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같은 곳에서 일하며 인권, 정보공개와 관련한 소송들을 많이 맡았던 것이 이런 결단의 배경이 됐다.

“안타까운 건 뭐냐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변호사로서 공익적인 활동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소송도 그 사건 하나는 해결될지 몰라도 또 다른 비슷한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식인 거죠. 시스템이 바뀌지 않고, 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개별 건건이 문제를 풀려고 해도 한계가 있는 거예요.”

하 위원장은 참여연대 실행위원 시절 권력과 재벌을 감시하면서 공공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한다. 정보가 공개되지 않다 보니 비리와 부조리가 감춰진다는 생각에 2008년 비영리민간단체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를 만들었다. 그는 초대 소장을 맡아 3년간 활동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끈질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일본산 방사능 수산물의 수입실태를 공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가 결정적으로 녹색당 창당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다. 재난‧재해 대응시스템이 발달했다는 의미에서 ‘매뉴얼(교범) 국가’라고 자부하던 일본이 어이없게 사고를 당하고 허둥지둥하는 것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정치와 국가 정책이 바뀌지 않고서는 우리 삶이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겠다는 생각에 확신을 하게 됐다.

“시스템의 문제는 혼자서 해결할 수 없잖아요. 여러 사람이 같이 정치에 참여하는 게 정당이잖아요. 평소 유럽 녹색당에 호감이 있었는데, 한국에서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는 계속 있었어요. 정치에 참여하려면 정당이 필요하고, 정당이라고 했을 때는 그래도 녹색당 같은 정당이 한국에 필요하다. 그래서 참여하게 된 거죠.“

경제지상주의를 넘어서는 생태 정당 표방

녹색당은 지난 2012년 3월 4일 창당 대회를 열었다. 당의 강령은 ‘성장과 물신주의, 경제지상주의를 넘어서는 정당, 화석연료와 핵에너지를 넘어선 태양과 바람의 정당, 녹색가치의 정당’을 표방했다. 또 생태적 지혜, 사회정의, 직접 참여 풀뿌리 민주주의, 비폭력 평화, 지속가능성, 다양성 존중의 가치를 내세웠다.

   
▲ 지난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손상된 후쿠시마 원전 4호기의 모습. ⓒ AP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창당한 정당이니만큼, ‘탈핵’에 대한 녹색당의 의지는 매우 강력하다. 체르노빌, 후쿠시마와 같은 대형 사고가 일어날 위험성이 있다는 것도 문제지만, 10만 년 이상 안전하게 저장해야 하는 고준위 핵폐기물이 쌓이는 문제도 심각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핵발전을 통해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시한은 우라늄 매장과 채굴의 경제성을 고려할 때 길게 잡아도 앞으로 60~70년입니다. 그에 반해 핵폐기물은 10만 년 이상 보관해야 해요. 쓰레기 만드는 세대와 책임지는 세대가 달라집니다. ‘핵폐기물을 재활용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일부의 주장은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예요. 핵발전만 있는 게 아닌데, 정의롭지 못한 일을 계속해서는 안 됩니다.”

원전에서 벗어나자는 ‘탈핵’이 그리 이상적인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그는 강조한다. 녹색당이 연정을 통해 집권한 경험이 있는 독일의 경우 후쿠시마 사고 후 모든 원전을 오는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했고, 대신 재생에너지에 대한 집중적 투자를 통해 이미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체의 25% 수준에 도달했다. 하 위원장은 “우리와는 다른 사회, 우리보다 나은 사회가 지구 상에 많이 존재한다”며 “그 나라에서는 어떻게 사는지 조금만 생각해본다면 충분히 녹색당 정책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만이 아닌 ‘같이 잘 사는 길’ 고민해야

녹색당은 탈핵, 미세먼지 대책 등 환경 관련 현안에 대해 활발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관심이 여기에 한정되진 않는다. 하 위원장은 “우리 당이 추구하는 녹색가치는 무조건적인 성장과 더 많은 소비가 아닌 공존, 즉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같이 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각자의 생존을 위해 경쟁하는 사회에서 서로를 생각하며 협력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면 국가 수준의 일제고사 폐지를 통해 교육을 정상화하는 것, 기본소득 도입 등으로 복지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는 특히 물질적인 부가가치를 따지는 국내총생산(GDP) 기준의 성장지표에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와 경제성장은 다르죠. 녹색당은 경제와 일자리 문제를 중요하게 다룹니다. 반면 GDP 증가로 보이는 경제성장주의를 통해서는 우리가 바라는 경제가 되거나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야 해요.”

지난 3월 주(州)의회 선거에서 녹색당이 인구 1천만인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제1당으로 올라선 것은 독일에서 녹색당이 가장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정당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원전을 멈추고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하면서 훨씬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고, 시민들이 이를 체감한 결과라는 것이다. 하 위원장은 “한국의 주요 정당들이 펼치는 경제성장주의 정책은 일자리를 못 만들고 풀뿌리 경제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이라며 “녹색당의 정책대로 에너지전환, 로컬푸드 중심으로 가면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 독일 녹색당의 공식 명칭은 ‘연합 90/녹색당(Bündnis 90/Die Grünen)’이다. 1980년 서독에서 결성한 녹색당이 동독에서 결성된 '연합 90'과 통일 후에 합쳤기 때문이다. ⓒ 구글 이미지

하 위원장은 최근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조선업의 경우도 적극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이 있었다면 경쟁력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에서는 조선업이 쇠퇴하는 시점에 관련성이 높은 풍력발전기 생산 등으로 전환할 기회를 주었는데 우리는 원전 증설에 매달려 재생에너지 분야를 외면해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 한국의 풍력발전은 환경을 파괴하고 주민을 배제하는 난개발방식으로 이뤄졌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국 조선업체들도 앞으로 먹고사는 게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해 풍력발전을 검토했고,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같이 발전기 제조업을 시작했던 회사들도 있었죠. 풍력발전을 산업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 안 해주고 원전만 밀어주니까 다 철수할 수밖에 없었어요.”

소수당 진출 가능하게 선거제도 바꾸어야

하 위원장은 오는 9월 임기가 만료된다. 2년 임기인 공동운영위원장을 연임한 그는 “창당준비과정부터 5년 동안 당직을 맡아왔기도 했고, 녹색당에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당원으로 돌아가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21대 총선에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당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 5명이 출마했으나 모두 낙선했고, 정당 득표율로 비례대표를 낼 수 있는 3%에 못 미치는 0.76%를 얻는 데 그쳤다.

하 위원장은 “이번 총선을 통해 선거제도를 바꾸지 않는 한 군소정당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신했다”며 “앞으로 선거제도를 포함한 정치시스템을 바꾸는 데 집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은 투표할 때만 주인이고 투표가 끝나면 다시 노예로 돌아간다”는 프랑스 사상가 장 자크 루소의 말을 인용해 “한국도 선거일 외에는 권력이나 자본을 가진 소수가 나머지의 삶을 결정해버리는 굉장히 무력한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원전과 송전탑,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에도 정부의 일방적 결정을 따르도록 강요당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 지난 3월 서울 광화문광장의 녹색당 천막 선거사무소 앞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호소하고 있는 하승수 위원장. ⓒ 녹색당

하 위원장은 선진 선거제도의 예로 원내 정당이 11개나 되는 네덜란드를 들었다. 네덜란드는 철저히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을 배정하기 때문에 어떤 정당도 30%를 넘기 어렵지만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이 쉽다. 하 위원장은 “원내 정당 숫자가 많다고 정치가 불안한 건 아니다”며 “네덜란드는 한국보다 정치적 안정성이 높다고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는 네덜란드 정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득표율만큼 의석을 배분하고 진입장벽을 낮추는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들이여 모여서 함께 정치하자

녹색당은 선거제도 개혁과 함께 청년당원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 위원장은 “정치가 정치답게 되는 나라는 10대부터 정치참여가 가능한 제도를 두고 있다”며 “미국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중학생 때부터 선거 운동을 하러 다녔는데, 한국은 법제도가 청소년과 청년들을 정치에서 배제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정당법에서는 만 19세 이상만 당원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은 선거운동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녹색당은 지난 3월 청소년단체들과 함께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다. 또한, 당 내부적으로는 청소년 당원을 받아 현재 국내 유일의 청소년 당조직을 갖고 있다.

녹색당이 청년과 청소년의 정치 참여 권리를 강조하는 이유는 이 시대의 청년문제가 당사자가 직접 나서야만 풀 수 있는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과도한 주거비용, 열악한 일자리, 비인간적인 교육현장 등 청년의 행복을 가로막는 장벽들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가계를 책임지는 아내(중학교 교사)와 고등학교 3학년인 딸을 두고 있는 하 위원장은 “딸에게도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행복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준다”며 청년들이 모여서 함께 고민할 것을 당부했다.

“혼자 있으면 다들 약하죠. 그래서 사람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끼리 모이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서로 의지가 되고 자기 스스로도 자아랄까, 정체성을 찾아갈 수 있고. 어떻게 사는 게 좋은 삶, 행복한 삶인지 더 많이 생각하고 배울 수 있기 때문이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이고, 그런 삶을 미루지 말고 지금부터 그렇게 사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편집 : 문중현 기자

[박희영 기자]
단비뉴스 지역농촌부, 환경부 박희영입니다.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저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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