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방승호 아현산업정보고 교장

학창시절 교장실에 가 본 학생이 몇이나 될까. ‘권위적인 교장실과 주눅 든 학생’이 많은 이들의 상상 속 그림일 것이다. 하지만 서울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실은 사뭇 다르다. 뻥튀기의 고소한 냄새와 감미로운 통기타 소리가 학생들의 발길을 이끈다. 방 가운데 커다란 마이크와 앰프가 설치돼 있고, 벽에는 학생들의 꿈을 적은 포스트잇 쪽지가 가득 붙어있다. 국내 최초 모험상담가이자 가수인 방승호(55) 교장이 만들어 낸 낯선 풍경이다. 지난 5월 17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 아현산업정보학교를 찾았을 때, 방 교장의 왼손 새끼손톱에는 미용과 학생들이 칠해 준 빨간 매니큐어가 반짝이고 있었다.

▲ 교장실에서 통기타를 치며 아이들을 맞아주는 방승호 교장. ⓒ 강민혜

학생들 상대로 ‘호객행위’하는 교장선생님

“하루 평균 70~80명 정도? 많은 날은 100명도 옵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주로 들러요.”

전교생이 750명 정도 되는 학교에서 100명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수시로 교장실을 드나드는 학생들을 위해 방 교장은 항상 뻥튀기와 초코파이를 준비해둔다. 학생들은 방 교장과 함께 노래 부르고 간식 먹고, 소소한 수다도 떤다. 방 교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냥 같이 노는 것’이다.

▲ 교장실 중앙을 차지한 마이크와 앰프(위), 교장실을 찾는 아이들에게 무한 제공되는 뻥튀기(아래). ⓒ 강민혜

“교장실에 아이들이 찾아오기까지 입학 후 3개월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아이들에겐 교장에 대한 선입관이 있어요. 그 벽을 깨는 과정이 쉽지 않죠. 그래서 나는 호객행위를 했습니다. 학교에 강당이 없어서 아이들을 모아 놓고 인사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교실마다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에게 명함을 나눠줬습니다.”

아현산업정보학교는 직업특성화학교다. 일반계 고교 3학년들을 대상으로 1년간 위탁 직업교육을 해준다. 박효신, 휘성과 같은 유명가수를 배출한 실용음악과를 비롯해 게임제작·미용·방송영상·제과제빵 등 14개 학과가 있다. 학생들은 월요일에 각자 소속 학교로 등교하고, 화~금요일엔 이곳으로 나와 수업을 받는다. 물론 졸업할 땐 원래 소속 학교의 졸업장을 받는다. 위탁교육을 나온 학기 초에 학생들은 방 교장의 명함을 받는다. 앞면엔 ‘모험상담가/교장’이라는 소개와 휴대폰 번호가, 뒷면엔 ‘가수 방승호’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발매한 노래 제목이 씌어 있다.

학생들은 교장의 명함을 비교적 특별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학부모들이 방 교장에게 전한 얘기에 따르면 집 냉장고에 명함을 붙여놓은 학생도 있고, 지갑에 넣고 다니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학생도 있다. 명함에 적힌 휴대폰 번호로 연락도 많이 온다. 그는 아이들과 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는데, 급식에 대한 불만이나 담임선생님께 혼난 사연 등 온갖 사소한 얘기들을 털어놓는다고.

“천천히 벽을 허무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실에 갈 때도 단상에 서면 안 돼요. 문 앞에 서서 5초 정도만 내가 누구인지 소개하는 거죠. 가볍게 시작하는 거예요. ‘나 교장선생님이야’라고 인사하면 아이들이 쳐다보잖아요. 그렇게 30번 정도 돌면 점점 관심을 가집니다. 그즈음에 내가 누군지 물어보면 ‘교장선생님’이라는 대답도 나오고요. 복도에서 마주치면 아이들이 먼저 인사하기 시작합니다.”

▲ 방 교장은 종종 재미난 탈이나 가면을 쓰고 아이들의 교실을 찾아간다. ⓒ 강민혜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 어루만지기

방 교장은 ‘국내 1호 모험상담가’다. 그는 충남대 토목교육과를 졸업하고 1988년 중학교 기술교사로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지난해 3월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으로 부임하기까지 서울시교육청 장학사와 장학관, 교감, 교장 등을 거쳤다. 교직생활 초기만 해도 방 교장은 아이들을 웃기는 것이 좋아서 항상 재밌는 수업을 고민하던 평범한 기술교사였다. 그러다 1998년 미국 연수 중에 우연히 모험놀이 상담을 알게 됐다. 모험놀이 상담이란 신체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진행하는 상담(ABC·Adventure Based Counseling)이다. 그는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의 울창한 숲 속에서 열흘 동안 모험상담을 체험했는데,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겼던 놀이가 사람을 확연히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이후 그는 한서대 대학원에서 모험상담으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2003년)를 받았고, <기적의 모험놀이>, <우리집 모험놀이> 등 관련 저서도 다수 펴냈다.

▲ 방 교장의 저서‘우리집 모험놀이’에는 부모-자녀 간 소통을 도와줄 29가지 모험놀이가 수록되어 있다. ⓒ 이지스에듀(이지스퍼블리싱)

모험상담이 무엇인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더니 방 교장이 대뜸 눈을 감아보라고 했다. 그러더니 “이제 눈 떠보세요. 제가 동전을 숨겼는데 어디에 있을까요? 제 손을 직접 펴서 한번 찾아보실래요?”라며 주먹 쥔 양손을 내밀었다. 동전이 있을 것 같은 주먹을 펴려고 했지만 잘 안 되었다. 방 교장이 손에 잔뜩 힘을 주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동안 웃음 섞인 실랑이가 오갔다. 그의 손에서 동전을 찾아낸 것은 3분 정도 시간이 흐른 뒤였다.

“지금 웃으셨죠? 제 손도 잡았죠? 그리고 동전 나와서 맞추면 기분 좋죠. 이런 다음엔 아이들이 나에게 눈 감아보라고 시켜요. 주도성까지 생깁니다. 마음을 여는 거예요. 굉장히 쉽지 않아요? 이 짧은 시간에 대화하는 서로에게 아주 많은 것들이 오갑니다. 이런 활동을 구조적으로, 2명이 할 수 있는 것, 4명이 할 수 있는 것, 100명이 할 수 있는 것을 개발해 놓은 것이 모험상담입니다.”

모험놀이 상담은 간단한 놀이를 통해 상담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상담자에 대한 신뢰감을 쌓게 한다. 그다음엔 학생이 고민하는 문제를 놓고 본격적인 상담을 한다. 문제해결을 마치면 새로운 도전과제도 제시한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에선 주로 야외에서 진행하지만 방 교장은 교실에서 할 수 있는 놀이들을 직접 개발했다. 우리나라 여건에 맞추기 위해서다. 지난 20년간, 그렇게 개발한 활동만 3천 가지가 넘는다. 예를 들어 ‘발등 밟기’는 손을 마주잡고 상대의 발등을 먼저 밟는 사람이 이기는 놀이다. 서로의 순발력과 힘을 겨루면서 웃음을 유발한다. ‘손가락잡기’는 한 사람의 오른쪽 손바닥 위에 다른 사람이 집게손가락을 올리고 잡기 놀이를 하는 활동이다. 손가락을 잡으려는 사람과 잡히지 않으려는 사람이 서로 순발력을 겨루며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유도한다. 신체 접촉을 꺼리는 사람들에게 활용하면 효과가 좋다.

▲ 방 교장과 모험놀이 상담을 했던 학생이 작성한 소감 글. ⓒ 강민혜

“사람은 누구나 불안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요. 그것을 해소하는데 가장 좋은 것은 ‘놀이(행동)’입니다. 몸을 움직이면서 상담하면 상대방에게도, 스스로에게도 마음이 열리게 돼요. 또 말로만 소통을 하려다보면 나와 상대방 사이에 대화해야 하는 강력한 동기가 없는 이상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이에요. ‘행동’을 기반으로 한 모험상담이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이유죠. 서로에게 완벽히 집중할 수 있도록,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청소년 흡연은 ‘억압’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방 교장에게 어느 날 한 여학생이 찾아왔다. 화장실에 담배 냄새가 심해서 양치질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방 교장은 다음날 바로 앰프와 기타를 들고 화장실 앞으로 갔다. 무작정 노래를 했는데, 아이들 반응이 좋아 아예 ‘금연송’을 만들었다.

“다 되는데 담배는 안 되는 것 같다. /등나무 밑에 가면 하얀 담배꽁초가 이놈의 자식들 혼을 내야지만 막상 보면 천진한 얼굴 / 그들의 이야길 들어보면 참 안쓰러운 맘 자신도 모르게 담배에 사랑을 갈구하는 것, / 걱정하지 마, 할 수 있단다. 염려하지 마, 할 수 있단다. / 도망가는 너희들의 뒷모습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였을까, / 어른들이 해주지 못했던 일 그건 바로 사랑일 거야.....”

지난 2014년 9월 방 교장이 발표한 금연송 ‘노 타바코(No Tabacco)’의 가사다. 2010년 첫 번째 싱글 ‘다시 시작’, 두 번째 싱글 ‘길 위의 사람들’에 이은 가수 방승호의 세 번째 디지털 싱글이다. 그는 어릴 때 가수를 꿈꾸었는데, 교사가 된 후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다가 다시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누구나 도전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노 타바코’는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의 실시간 차트 100위권에 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김종국의 ‘사랑했나봐’, SG 워너비의 ‘라라라’ 등 히트곡 제조기라 불리는 작곡가 안영민이 곡을 만들었고, 슈퍼스타케이(K)를 통해 유명해진 가수 김그림이 방 교장과 듀엣으로 노래했다. 작사는 방 교장이 직접 했다. 모험상담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옮겼다. 그는 상담하는 동안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외로움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사랑이 부족한 아이들이 담배를 도피처로 삼았다는 것이다.

▲ 가수 김그림씨와 방 교장이 함께 부른 ‘노 타바코’ MV. ⓒ KT뮤직

“아이들이 이 노래를 좋아해요. 불러달라는 말을 종종 합니다. 가사를 보면 선입견이 깨지잖아요. 계몽적인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불러보면 아니니까요. 그러더니 이제 학교에선 담배를 안 피웁니다. 작년에는 한 달, 올해는 한 달반 만에 학교에서 흡연하다 걸리는 학생들이 사라졌어요. 학교 청소 아주머니께서 화장실에 수북하게 쌓여있던 담배꽁초가 사라졌다고 좋아하시더라고요.”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들이 금연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방 교장의 노력으로 ‘학교에선 조심해야 한다’는 인식이 아이들에게 생겨났을 뿐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작은 변화가 금연으로 연결된다고 기대한다. 방 교장은 “학교에 있는 시간만 8시간인데 그동안 담배를 참는 인내심이 생긴 것”이라며 “앞으로 얼마든지 금연이 가능하단 얘기”라고 강조했다.

“흡연을 적발했을 때 가장 큰 원칙은 혼내지 말자는 것, 도망가는 아이들을 쫓아가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요. 물론 우리 학교에도 세 번 이상 피우면 처벌이 있습니다. 담배는 중독이기 때문에 자기 힘만으로는 끊기 어려워요. 적당한 규율은 필요합니다. 단, 억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아이들도 이제는 방 교장을 닮아간다. 실용음악과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금연 버스킹(길거리 공연)’을 시작했다. 학교 일대에서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운다는 주민신고가 들어오면 방과 후에 해당 장소에서 공연을 한다. 방 교장이 담배꽁초가 나온 화장실 앞에서 통기타를 들고 노래했던 것처럼 말이다. 주민들도 학생들의 공연을 좋아한다. 담배 피우던 장소가 공연장으로 탈바꿈하고 매캐한 담배연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 교내에서 ‘금연 버스킹’을 하고 있는 실용음악과 학생. ⓒ 아현산업정보학교 홈페이지

‘밤새지 말고 학교에서 해라’ 교내 PC방 만들어

“저를 찾아와 아이가 고등학교 졸업만 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울던 어머니가 생각나요. 밤새 게임하고 늦잠을 자 학교에 안 가기 일쑤이고, 게임을 못하게 하면 폭력을 행사하는 상황까지 이르러 힘들어했습니다.”

아현산업정보학교의 ‘게임제작과’는 7년 전, 방 교장이 교감으로 일할 때 만든 학과다. 당시 명칭은 ‘이(e)스포츠학과’였다. 만든 계기는 역시 모험상담이었다. 상담을 통해 아이들의 게임 과몰입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학부모들도 가장 힘든 문제로 게임과몰입을 꼽았다. 그는 ‘학교 내에 성능 좋은 PC방을 만들자’고 결심했다.

게임제작과(e스포츠전공)는 매해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끈다. 첫해 경쟁률이 3대 1이었는데 지금은 4대 1까지 올랐다. 각종 대회 성과도 좋았다. 예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였던 손석희(27·2014 WCS EU 시즌2 우승)같은 유명 선수를 배출하는 한편, 학생들의 졸업률이 수직 상승했다. 일반계 학교에선 도저히 졸업하기 힘들 것 같던 아이들이 이곳에서 직업교육을 받고 100% 본교 졸업장을 따기 시작한 것이다. 여세를 몰아 방 교장은 국내 공립고등학교 최초의 프로게이머 지망팀도 만들었다. 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리그오브레전드(LoL)팀 ‘워너비’는 지난 2월 공식 창단식을 하고 입상을 목표로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 지난 2월 프로게임단 창단식 당시 찍은 리그오브레전드(LoL)팀‘워너비’와 방 교장의 기념사진. ⓒ 아현산업정보학교 홈페이지

축구, 야구 등 대부분 스포츠엔 코치가 있다. 그런데 게임에는 코치가 없다. 방 교장은 “게임을 나쁘다고 하면서 아이들 의지에만 맡겨 놓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아이들한테 건전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가 전문적으로 게임을 가르키는 과를 만든 것도 그 때문이다. 학생들은 수업 중 e스포츠 전문가에게 게임 승리 전략과 전술부터 게임 중 예절까지 배운다. 게임제작과 자문을 맡은 에버8(LoL프로게임단 '위너스'를 창단한 호텔기업) 소속 프로게이머들이 찾아와 학생들을 지도하거나 상담한다. 전문학과가 생기고 프로지망팀을 창단하니 학부모들이 게임을 보는 시각도 바뀌었다. 세상이 바뀌어서 게임으로도 무언가 할 수 있구나하는 기대감이 생겨난 것이다.

“학교에서 게임을 하게 되니까 아이들이 일단 밤을 새우지 않아요. 스스로 게임시간을 조절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건강이 좋아지고요. 일반계 학교에서는 게임을 할 수 없지만 여기서는 게임도 수업의 일환이니까 죄의식이 사라집니다. 더는 게임을 해도 죄를 짓는 게 아니니까요. 아이들을 억압하지 않으니 반항기도 줄고, 가장 좋은 것은 부모와의 관계가 개선되는 겁니다. 덩달아 다른 공부에 관심을 가질 만큼 아이들 마음에 여유가 생기거든요. 또 우리는 프로팀을 창단했기 때문에 게임을 할 때 뚜렷한 목표의식까지 생깁니다.”

부모가 먼저 마음 채워야 자녀와 소통도 가능 

방 교장은 오전, 오후에 각각 1명씩 40~50분 정도 매일 모험상담을 한다. 교장실에 찾아오거나 문자, 카톡을 보내 상담을 요청한 학생들과 잡은 일정이다. 이 밖에도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최대한 많은 학생들을 만난다. 학교에서 보내는 모든 시간이 아이들과의 소통으로 채워져 있는 셈이다.

▲ 아이들이 각자의 꿈을 적은 포스트잇을 교장실 한쪽 벽면에 가득 붙여놓았다. ⓒ 강민혜

방 교장이 모험상담 20년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를 ‘게임에 빠져 학교 결석이 잦고 부모와도 매일 싸우던 아이가 상담을 계기로 변화한 일’이라고 꼽았다. 아이는 방 교장과의 상담에서 학교를 빠지는 것과 부모를 공격하는 행동이 잘못된 일임을 알지만 자제가 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또 누구보다 학교를 졸업하고 싶다는 욕구를 드러냈다. 부모가 아이의 게임을 막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정작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했던 것이었다. 당시 아이는 수업일수가 부족해서 자칫하면 졸업마저 어려운 상황이었다. 방 교장은 밤새 게임을 하고 아침에 못 일어나 툭 하면 결석하는 아이를 위해 아침에 가정방문을 했다. 그리고 함께 등교했다. 이후 아이는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까지 진학했다.

그는 “오랜 시간 꾸준히 모험상담을 하다 보니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고, 행동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말한다. 상담을 통해 달라지는 아이들을 보면서 성취감이 생겼고,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칭찬메시지를 들으며 자존감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제 마음이 먼저 채워지니까 아이들을 대할 때도 훨씬 더 넉넉해지고 너그러워졌어요. 이게 바로 아이들과 꾸준히 소통을 이어갈 수 있는 가장 큰 힘이죠.”

방 교장은 자녀와의 소통을 힘들어하는 부모에게 “먼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하루에 1시간 만이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마음의 여유를 찾으라는 말이다. 그는 “그런 다음 대화를 시작하면 자녀와의 대화가 훨씬 더 잘 풀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줄 때 머릿속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시작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아이와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갈등이 생기니까요. 부모가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해요. 아이의 이야기를 수용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러다보면 그것이 아이들의 꿈을 찾아줄 수 있는 출발선이 될 겁니다.”

방 교장의 별명은 ‘날날이’다. 아이들의 꿈에 날개를 달아, 날게 해 주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노 타바코’를 직접 불러주는 방 교장. ⓒ 강민혜


편집 : 강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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