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로그인 회원가입
2017.11.22 수
> 뉴스 > 연재물 > 지난주 TV를 보니
     
‘개저씨’ 뒤를 보라
[TV를 보니] 중년 남성을 다룬 프로그램들
2016년 06월 19일 (일) 23:59:51 정성수 기자 un2ru2re2@naver.com

SBS 스페셜 <아저씨, 어쩌다보니 개저씨>(이하 개저씨), EBS 다큐프라임 <우리집 꼰대>, KBS 스페셜 <남자여, 늙은 남자여>. 세 프로그램은 각각 부하직원-상사(SBS), 자식-아버지(EBS), 아내-남편(KBS)라는 다른 관계에 주목했지만 우리 사회 중년 남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소재로 했다. 아저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최근 널리 퍼진 ‘혐오’라는 키워드로 확장된다.

‘혐오’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부정적 신조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신조어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반영한다. 대표적인 것이 ‘맘충’과 ‘개저씨’이다. 맘충은 맘(Mom·엄마)과 벌레 ‘충(蟲)’을 합성한 신조어로 식당·카페 등에서 떠들고 장난치는 자녀들은 제대로 챙기지 않는 엄마를 비하하는 표현이다. 개저씨는 ‘개’와 ‘아저씨’를 더한 신조어로 여성과 사회적 약자에게 갑질하는 중년 남성을 가리킨다.

배우 손종학 씨는 SBS 스페셜 <개저씨>에서 ‘개저씨’ 역할의 직장 상사 역을 연기했다. 그는 드라마 <미생>, <욱씨남정기> 등에서도 부조리한 상사 역할을 맡았다. SBS 스페셜 제작진은 개저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ize(아이즈)>의 위근우 기자, 배우 손종학(개저씨 역), 배우 오소연(부하 여직원 역)과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일반인 출연자 2명이 라디오 스튜디오에 나왔다. 계속해서 중년 남성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만 나오자 손 씨는 “지하철 쩍벌남이나 길거리에 침 뱉는 사람들한테까지 개저씨라고 하는 건 너무 잣대가 엄격한 것 아닙니까”라며 항변했다. 사실 모든 중년 남성을 개저씨로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다. 제작진은 반말하기, 사생활 묻기 등 7가지 ‘개저씨 체크리스트’를 제시한다.

   
▲ 우리는 ‘개저씨’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빅데이터 분석결과, ‘개저씨’ 단어는 SNS에서 올해 5월까지 6만6000회나 언급됐다. © SBS 스페셜 화면 갈무리

혐오는 ‘감정적’ 프레임이다. 혐오 앞에서 논리는 무력화된다. 혐오하는 쪽과 혐오 받는 쪽 모두 감정적으로 대치함으로써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든다. ‘여혐’과 ‘남혐’의 대립이 그 예다. 혐오현상은 부하직원 대 상사, 여자 대 남자의 대립으로는 풀 수 없다. ‘혐오’의 뒤에는 ‘기득권 권력’이 있고, 그곳에서 비롯되는 구조적 문제로 풀어야 한다. 야근을 강요하는 개저씨는 연간 평균 근무가 2000시간이 넘는 노동구조에서, 여성을 함부로 대하는 개저씨는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을 보장하지 않는 사회구조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해자로 여기는 개저씨도 피해자다. 40~50대 중년남성은 가부장제의 가정에서 자랐고, 산업화 시기에 국가와 회사를 위해 밤낮없이 일하기를 강요받았다. 이들도 자신보다 높은 권력자의 ‘갑질’을 견뎌내야 했다. SBS, EBS, KBS의 세 프로그램은 다큐멘터리에 각각 드라마, 웹툰, 그래픽을 결합했다. 새로운 시각장치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환기하고, 내용을 쉽게 전달하는 효과를 얻었지만 개저씨를 만들어낸 구조적 문제까지 접근하지 못했다.

   
▲ 다큐멘터리에 웹툰을 결합한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 EBS 다큐프라임 <우리 집 꼰대>. © EBS 다큐프라임 화면 갈무리

'개저씨, 맘충, 김치녀, 한남충···' 우리는 서로를 혐오의 말로 부르고 있다.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는 특정인이 타자를 호명하고 그 자신을 호명하지 않는 것은 권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컨대 반정부세력에 ‘종북’이라고 호명하는 순간, 호명된 자들은 힘을 잃는다. 대기업이 권력을 이용해 지역대리점에 물건 밀어내기를 한 2013년 남양유업 사태 이후 한국 사회는 ‘갑질’, ‘갑을관계’가 화두가 되었다. 갑의 위치에서 권력을 휘두르던 기업인, 정치인은 질타를 받았다. 최근 1, 2년 사이에는 여성, 성적 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혐오하는 말들이 번져나갔다. 다시 구조의 문제를 개인 간의 문제로 환원하고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이들이 있다.

혐오의 말 뒤에는 기득권 권력이 숨어있다. 비난받던 권력자들은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개인 간, 계층 간 갈등으로 돌려놓고 약자들의 싸움을 즐기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다. 히틀러는 국민을 선동해 유대인을 혐오하게 만들어 백만의 유대인을 죽였다. 여성과 소수자, 다른 인종을 혐오하는 발언을 쏟아낸 트럼프는 미국 대선 후보가 됐다. 남녀가, 세대가 나뉘어 서로를 혐오하는 사이 언론인, 기업인, 정치인, 법조인 등 우리 사회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비리를 덮고, 구조적인 문제를 가리고 있다. 개저씨를 욕할 때가 아니다.


편집 : 서혜미 기자

[정성수 기자]
단비뉴스 미디어팀
내 목표는 프로가 되는 것이다, 방송이든 삶이든.
     관련기사
· 복수가 필요한 사회
· 리얼리티드라마가 되어가는 예능
· 억울하시다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 가족은 무엇인가?
정성수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단비뉴스(http://www.danbi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의견나누기(0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Follow danbi_news on Twitter

단비뉴스소개기사제보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7136)충청북도 제천시 세명로 65(신월동 579)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413호|Tel 043)649-1557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김문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환
Copyright 2009 단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nbi@danb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