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케치북] 저널리즘을 바라보는 시선 ⑤ 노엄 촘스키

2016년 2월 7일, 북한은 무엇을 탑재했는지 알 수 없는 로켓을 발사했다. 어떤 목적으로 쓰일지 모르는 상황에 방송 3사와 보수언론들은 그것을 ‘미사일’이라 보도했다. 시간이 지나, 로켓의 정체가 인공위성으로 드러났고, 그때야 ‘인공위성’이라고 보도했다. 확인도 되지 않은 상태에 ‘미사일’이라고 보도한 것은 명백한 선전이었다.

▲ 2월 7일 북한이 쏘아 올린 인공위성을 미사일로 왜곡했다. ⓒ KBS <뉴스 9> 갈무리

노엄 촘스키는 이같은 선전이 민주주의를 방해하는 장애물이라는 것을 주장해 온 지식인이다. 그는 ‘선전모델’이라는 매체 비평 모델을 제시하면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어떻게 매체를 선전의 도구로 쓰는지 분석했다. 
 
촘스키가 말하는 민주주의는 개별 주체가 지닌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시스템이다. 그는 우선 전체주의는 이를 억압하는 이데올로기라고 비판한다. 소수 엘리트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개인의 자유와 더불어 평등, 정의, 해방을 강조하면서 신자유주의가 이를 광범하게 억압하고 있다고도 비판한다. 그는 이에 대응해 시민이 사회의 주인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확실히 내세울 때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된다고 주장했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방해물이 되는 것은 역설적으로 매체의 자유다.  그는 매체의 자유를 권력이 지원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선전의 도구로 쓰인다는 ‘선전모델’을 개발 했다. 선전매체에서는 선전체제의 기본 사상을 전제하고, 그 틀 속에서 토론을 허락한다. 이를테면 이라크 전쟁의 경우, 전문가의 토론이 전쟁 자체가 정당한지 아닌지를 두고 이뤄지는게 아니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라크를 침공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점만 주제가 되었다. 시민들에게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다는 일종의 ‘필요한 환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미디어가 선전체제로 작동하는 조건에는 5가지 필터가 있다. 첫 번째는 대중매체의 규모와 소유권, 광고주의 압력과 뉴스를 제공하는 정보원들의 위력이 두 번째와 세 번째다. 네 번째는 플래크(Flak)라는 것인데, 기자의 양식과 양심에 따른 보도를 방해하기 위해 목청을 높이는 집단을 가리킨다. 어버이연합의 취재 방해가 그 예다. 마지막은 사상 통제 체계로서, 사회주의에 대한 언급을 금한다.

선전모델로 탄생한 매체권력은 현실을 진실로 포장하고 전달함으로써 시민을 현혹시킨다. 매체권력이 스스로 여론을 만들어 낸다. 이 여론을 매체가 시민들에게 주입함으로써 시민들을 소극적인 존재로 만든다. 시민들이 토론에 참여하여 공론장을 형성하는 것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 노엄 촘스키(Noam chomsky). ⓒ Youtube

그렇다면 시민은 자본과 권력의 선전으로부터 어떻게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촘스키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적으로 ‘매체’를 꼽았다. 그는 권력이면서 동시에 권력의 도구인 매체에 대한 막연한 신뢰를 거두고 비판적 눈으로 비평할 것을 제안한다. 비평은 매체와 대중 사이에 거리를 유지하게 함으로써 객관적으로 매체를 볼 수 있게 해준다. 또한 그는 거대 미디어의 선전적 메시지를 거부하는 대신 작은 매체에 관심을 갖기를 강조한다. 실제로 거대 미디어가 하지 못하는 권력에 대한 비판 기능을 지역 방송들이 수행하고 있다면서, 지역 방송이 민주적 공론, 언론의 채널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개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엄 촘스키는 지식인의 책무는 ‘진실을 말하고 거짓을 폭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매체 상황을 보면 지식인이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올해 88세가 되는 노엄 촘스키가 아직까지 미국에 대해 비평의 칼을 멈추지 않는 것처럼 우리 또한 끊임없이 비판하고 저항해야 한다.


편집 : 황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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