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케치북] 저널리즘을 바라보는 시선 ④ 로버트 맥체스니

▲ 황금빛 기자

미국의 미디어 학자인 로버트 맥체스니는 미디어 역사가이면서 비평가, 활동가이기도 하다. 그는 미디어 산업의 소유구조 재편과 이를 통한 글로벌 미디어의 성립과정에 관해 거시적으로 접근한 유명한 연구자다. 글로벌 미디어에 대한 대응으로 사적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된 대안적 미디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위한 지원책을 꾸준히 제시해 왔다. 또한 그는 주요한 사회세력으로 떠오른 주류미디어의 작동과정을 분석해 그 폐해를 드러내는 한편,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민주적 미디어를 통한 참여적 민주주의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그는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체계들이 사회구조와 어떤 상관관계를 맺고 있는가에 대해 중점적으로 연구해왔다. 그가 제1세대 커뮤니케이션 정치경제학자로 불리는 이유다.

▲ 로버트 맥체스니(Robert W. McChesney). ⓒ Flickr

비판적 정치경제학이라는 관점에서 그는 미디어가 공공재이기 때문에 미디어의 공공성은 참여적 민주주의의 작동을 위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소수의 세계화한 거대 미디어 기업군이 출현하면서 다국적 기업군은 이들 거대 미디어 기업군에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디어 콘텐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상업화할 뿐만 아니라 기존 공영 미디어 모델의 운영과 존립기반을 흔들게 된다. 그는 이런 상황이 도래한 것은 공중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대기업들에 대한 미디어 소유 규제 완화 등의 지원책을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진단하기에 현재 미국 주류 언론은 거대기업을 위한 홍보 매체로 전락했다. 미국 미디어 시스템은 상업주의와 보신주의에 물들었고 스스로 방향성을 교정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한편, 1999년 그의 저서 <부자 미디어 가난한 민주주의>는 미디어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밝힌다. 그가 주목한 것은 미디어 소유 집중화와 거대 복합 기업화, 과도한 상업화다. 그는 언론의 감시견, 비판자로서의 역할, 그리고 미국 수정헌법 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와 자유로운 언론이라는 개념이 시간이 흐르면서 상업화된 세력에 의해 무비판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비판한다. 그러면서 그는 언론의 자유 조항에는 공중을 위한 언론이 존재할 수 있는 산업적인 구조와 지원책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안적 언론이 존재할 수 있는 공공적 공간을 정당하게 확보하자는 것이다. 미디어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타개할 방법으로 그가 제시한 것은 시민의 참여와 행동권, 저항권이다.

▲ 로버트 맥체스니의 저서 <부자 미디어 가난한 민주주의(Rich Media, Poor Democracy)>. ⓒ 한국언론재단

그의 최근 저서는 <디지털 디스커넥트(2014)>다. 책에서 그는 자본주의하에서 인터넷은 민주주의적인 사회를 단절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민주주의가 더 이상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포스트 자본주의 시대에 인터넷과 디지털 혁명이 경제적 측면에서 불평등과 빈곤, 일자리 축소 등의 문제를 파생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디지털 혁명이 시스템의 꼭대기에 있는 극소수 혹은 특혜를 받는 집단에게만 유리하게 작동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편집 :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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