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케치북] 저널리즘을 바라보는 시선 ③ 빌 코바치(Bill Kovach)

▲ 박상연 기자

1997년 미국 언론인들은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시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현실에 직면해 있었다. 1996년 비영리 연구기관 ‘미디어와 공공업무연구센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2%가 뉴스 매체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를 남용하고 있다고 보았다. 미국 언론이 처한 현실에 위기를 느끼고 자성과 개혁에 뜻을 모은 언론인과 언론학자 등이 만나 ‘저널리즘을 염려하는 언론인위원회(Committee of Concerned Journalists, CCJ)'를 세웠다. 이 위원회를 주도하고, 의장까지 맡게 된 이가 빌 코바치(Bill Kovach)다. 빌 코바치는 <뉴욕타임스> 워싱턴 지국장을 지낸 중견 언론인이며, 하버드대학교 부설 언론재단 니먼 펠로십(The Nieman Fellowship)의 책임자로도 활동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 <뉴리퍼블릭> 등 미국과 해외에서 발행되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언론을 비판해왔는데, 비판을 넘어선 행동과 실천을 위해 CCJ 창립을 주도했다.  

▲ 빌 코바치(Bill Kovach). ⓒ Flickr

CCJ의 활동 이전에도 미국에는 언론 관련 논의기구가 있었다. 위원장의 이름을 따 ‘허친스위원회’라고 불렸던 이 기구는 미국의 언론 문제를 재점검하고, 언론의 사회적 역할을 부각시켰다. 허친스위원회는 언론학계와 사회로부터 긍정적인 호응을 이끌었지만, 언론계는 다소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위원회 구성에서 언론인이 배제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이에 비해 CCJ는 언론 종사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코바치 의장도 언론의 실상과 언론인의 현장 경험을 잘 아는 전‧현직 언론인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 것이 CCJ의 큰 장점이라고 짚었다. 

CCJ는 언론의 잘못을 꼬집는 데만 그치지 않고, 언론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관련 서적을 출판하여 더 나은 언론인을 양성한다는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CCJ는 미국 언론이 당면한 문제점도 지속적이고 포괄적으로 조사한다. 공개 토론회를 열고, 언론인을 직접 면접하며, 수정헌법 연구자와 저널리즘 학자들과 회의도 연다. CCJ의 자매 단체인 ‘우수한저널리즘을위한프로젝트(Project for Excellence in Journalism; PEJ)와 함께 뉴스 보도를 연구 분석하고 비평하기도 한다. 이러한 조직적 조사와 연구의 결과로 나온 것이 그의 책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The Elements of Journalism)>이다. 

▲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의 저서 <저널리즘의 기본원칙(The Elements of Journalism)>. ⓒ 한국언론진흥재단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이 처음 나왔던 해는 2001년이지만 2014년 현재, 세 번째 개정판이 나왔다. 그 사이 기술의 발전으로 저널리즘의 패러다임은 격변했다. 시민과 기자, 기자와 편집자, 수용자와 공급자의 분별이 점점 모호해지고, 저널리즘의 플랫폼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고 있다. 빌 코바치는 시민을 ‘생산-소비자(pro-sumer)’로 인식하고 저널리즘이 협업(collaboration)의 대상이 되어 간다고 지적한다. 저널리즘은 플랫폼의 변화가 있을 뿐이며,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은 모든 사람의 관심사가 되어야 할 더욱 중요한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이야말로 시민의 일상생활을 가능하게 해주는 핵심 요소라 믿는다. 넘치는 정보 속에서 자본이나 시민이 알아야 할 사실과 사건의 맥락을 확인(verification)해주고, 주권자인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다. 이를 위해 민주 언론에 대한 사명이 투철하고, 정보 처리에 유능한 언론인을 많이 양성하는 것이 CCJ를 이끌며 언론 개혁을 위해 행동하는 빌 코바치의 사명이기도 하다.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개정3판)》에서 제시한 언론인들의 기본 원칙

1. 저널리즘의 첫 번째 의무는 진실에 대한 것이다. 
2. 저널리즘의 최우선적인 충성 대상은 시민들이다. 
3. 저널리즘의 본질은 사실 확인의 규율이다. 
4. 기자들은 그들이 취재하는 대상으로부터 반드시 독립을 유지해야 한다. 
5. 기자들은 반드시 권력에 대한 독립적인 감시자로 봉사해야 한다. 
6. 저널리즘은 반드시 공공의 비판과 타협을 위한 포럼을 제공해야 한다. 
7. 저널리즘은 반드시 최선을 다해 시민들이 중요한 사안들을 흥미롭게 그들의 삶과 관련 있는 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전달해야 한다. 
8. 저널리즘은 뉴스를 포괄적이면서도, 비중에 맞게 다뤄야 한다. 
9. 기자들은 그들의 개인적 양심을 실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10. 그들의 선택을 통해 뉴스 생산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뉴스에 관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들이 스스로 생산자와 편집자가 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편집 :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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