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오소영 기자

▲ 오소영 기자

E.H 카는 "역사는 과거와의 대화"라 했다. 역사는 과거 사실을 현재 역사가가 해석하고 그 의미를 미래에 투사시키는 과정이라는 뜻이다. 최근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에 직면해 떠올리게 되는 문구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는 저금리 정책으로 늘어난 가계부채가 중요한 원인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9.11 이후 위축된 경기를 살리고자 금리를 계속 인하했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저금리 대출금으로 부동산을 구입했다. 소득이 없는 사람들까지 무분별하게 돈을 빌렸다. 금리 인상보다 빠르게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막상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자 사람들은 빚을 갚지 못했고 그 리스크는 은행이 떠안았다. 은행의 파산은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도 당시 미국과 비슷한 양상이다. 가계부채는 신흥국 중에서 중국 다음으로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부채가 늘고 있어 부채의 질도 나쁘다. 부동산 관련 집단부채를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늘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낮은 금리가 지속되면서 사람들은 더 쉽게 돈을 빌리게 됐다. 부채 총량을 줄여야 할 시점에 한은이 나서 부채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지금처럼 부채가 계속 증가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크다. 일단 내수가 침체된다. 가계는 늘어난 빚만큼 소비를 줄인다. 소비가 위축되면 내수가 침체된다. OECD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포인트 늘어나면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10%에서 40%로 증가한다. ‘부채 증가→소비 위축→내수 침체’의 악순환이 계속된다. 또 가계 부채 증가는 금융위기 리스크를 높인다. 빚을 상환하지 못한 가구가 늘어나면 은행이 부실해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

 ▲ 지난달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기준금리를 1.5%로 동결하겠다고 발표했다. ⓒ KBS 화면 갈무리

한은은 주변 상황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고려해야 할 요인은 두 가지다. 현재 우리나라 경기 상황이 금리 인상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인가 하는 점이다. 섣부른 금리 인상은 가뜩이나 불안한 경기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미국의 금리 인상 동향이다.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1.5%포인트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상례였다. 국내 투자 외국자본의 회귀를 막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경기가 불안함에도 불구하고 미국 금리 인상은 한국의 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미국은 조만간 금리를 인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금리를 인상하려 하지만 인상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로존에서는 자국의 화폐가치를 떨어뜨리고자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역시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고자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경기부양을 위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경기가 단기간에 부양되지 않는 한 저금리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은 미국 금리 인상과 연동해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점을 예고하고 시장이 이에 대비하게 해야 한다. 가계부채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2008 미국 금융위기 이후 7년이 지났지만 그 여파는 지속되고 있다. 당시 집이 압류된 사람들은 아직 판자촌에서 생활한다. 파산 위기 월가를 살리는데 막대한 세금이 들었다. 지금처럼 부채가 빠르게 증가한다면 우리도 미국과 같은 일을 겪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한은은 미국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편집 :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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