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프로그램 첫 선보인 ‘2011 아이스쇼’

 ▲ 지난 6일부터 3일간 잠실실내체육관 특설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CC 스위첸 올댓스케이트 스프링 2011> 아이스쇼에서 김연아 선수가 '지젤(Giselle)'을 선보이고 있다. ⓒ 올댓스포츠 제공

김연아가 돌아왔다. 지난달 29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1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가 지난 6일부터 3일 간 잠실실내체육관 특설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CC 스위첸 올댓스케이트 스프링 2011> 아이스쇼에서 세계 정상급 스케이터들과 함께 ‘피겨는 樂(락)이다’라는 주제로 공연을 펼쳤다.

5, 4, 3, 2, 1.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관중들의 환호 속에 화려한 개막무대가 시작됐다. 김연아를 비롯해 1998년 나가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일리아 쿨릭(러시아) 등 15명의 스케이터들은 70년대 디스코를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고 빙판에 올랐다. 8,700명 관중의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김연아의 단독 무대에 쏟아진 함성은 체육관 지붕을 뚫을 정도였다. 김연아는 1부 공연에서 쇼트 프로그램 <지젤>을 연기했다. 그는 발목 부상에도 불구하고 더블 악셀 점프를 하는 등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의 집념에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답했다.

  

  

새 갈라프로그램 <피버: Fever>가 공개되자 링크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검은색과 빨간색으로 관능미를 강조한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김연아의 매혹적 몸짓에 관객들은 탄성을 자아냈다. 2006년 종달새를 연기하던 어린 소녀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피겨 스케이트화를 신은 지 14년 만에 처음으로 머리카락을 풀고 무대에 오른 그는 공연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만족감을 나타냈다.

“머리를 어떻게 할지 공연 시작 몇 시간 전까지 결정을 못했어요. 이 상태로 한 번도 연습을 못했는데 오늘 해보니까 많은 분들이 좋다고 해주시고 나도 매우 만족 했습니다. 프로그램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 김연아 선수가 비욘세의 '피버(Fever)'에 맞춰 연기 중이다. ⓒ 올댓스포츠 제공

다른 출연진도 환상적인 연기로 관객을 흥분시켰다. 남자 싱글 선수인 스테판 랑비엘(스위스), 브라이언 쥬베르(프랑스), 제레미 애봇(미국), 일리아 쿨릭(러시아)은 특히 여성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김연아 듀엣 연기 파트너인 스테판 랑비엘은 재즈풍으로 편곡한 제이미 컬럼의 음악 <Don't Stop the Music>에 맞춰 세계 최고의 스핀 연기를 선보이는 등 강렬한 무대를 연출했다.

장단&장하오(중국) 페어팀은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 주제가 <Here I Am>에 맞춰 선보인 우아한 연기로 큰 갈채를 받았다. 이들은 연기 도중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넘어지는 실수를 했는데, 관중들은 더 큰 박수로 그들을 격려했다.

 ▲ 미쓰에이의 ‘브리드(Breathe)’에 맞춰 단체 안무 중인 선수들 ⓒ 올댓스포츠 제공

한국 팬들의 열렬한 호응은 외국 선수들에게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을 처음 찾은 피겨 여제 예카트리나 고르디바(러시아)는 한국 팬들의 열정에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6일) 오후에 400여명 관중 앞에서 한 공개 리허설에서도 음악이 들리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한국에서 공연한 경험이 있는 남편(일리아 쿨릭)에게 익히 들었지만 실제로 체험하니 경이로웠어요.”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도 “한국에 다시 돌아오게 돼 기쁘다. 한국 팬들은 늘 에너지가 넘친다”며 한국 팬 특유의 열정을 높이 평가했다.

팬은 늘었지만, 훈련 환경은 열악

이번 아이스쇼 출연진 중 가장 어린 선수는 국내 피겨 대표인 곽민정(17•수리고)과 김해진(14•과천중)이다. 곽 선수는 ‘블랙&화이트’의 세련된 의상에 지팡이를 들고 나와 제니퍼 로페즈의 <겟 라이트>에 맞춰 성숙한 연기를 선보였다. 김 선수는 주황색 의상을 입고 렌카의 <더 쇼>에 맞춰 요정 같은 모습으로 연기를 펼쳤다.

김연아는 마지막 공연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민정이와 해진이가 큰 무대에 서는 것이 오랜만이어서 공연 전에 긴장을 많이 했는데 이런 경험이 자꾸 쌓이다 보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기하는 것이 익숙해지고 적응이 될 것”이라며 후배들을 격려했다. 이어 “오랜만에 한국에 와서 어린 선수들과 함께 훈련했는데 환경이 좋지 않은데도 그런 것들을 다 이겨내면서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기특했다”며 어린 선수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공개 연습 날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피겨전용 연습 링크가 단 하나라도 생긴다면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열악한 국내 피겨 환경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김연아 선수 ⓒ 정혜정

3일간 펼쳐진 공연에는 약 2만 7천 명의 팬들이 찾았다. 생일을 맞아 제주도에서 공연을 보기 위해 올라왔다는 강권은(15), 권아(13) 자매는 “공연에 오기 전 스케이트를 타고 왔다. TV에서 보다가 실제로 보니 소리도 크게 들리고 훨씬 멋지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60대 노부부는 “나라를 빛낸 김연아 선수를 가까이에서 한번 보고 싶어 작년에 처음으로 아이스쇼를 찾았는데 그때 감동을 잊지 못해 올해 다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인 관객도 눈에 띄었다. 인터넷에서 아이스쇼 개최 소식을 접하고 왔다는 일본인 커플은 “아사다 마오보다는 안도 미키가, 안도 미키보다는 김연아가 훨씬 더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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