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총선 유권자운동 나선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

4.13 총선을 앞둔 지금, ‘청년’은 한국 정치에서 가장 목마른 주제다. 20·30세대를 위한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을 지난 2년간 이끌어 온 김민수(26) 위원장은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파는 심정으로 총선 유권자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20여 개 청년단체가 연합한 유권자단체 ‘총선청년네트워크(총청넷)’이 그 추진체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청년유니온에서 노동운동을 해온 그에게 청년정치와 노동운동은 삶의 일부다. 2010년 창립된 국내 최초의 세대별 노조인 청년유니온에는 만15세부터 39세 사이의 청년들이 취업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현재 조합원은 1300명가량. 청년유니온은 주휴수당 지급 운동, 블랙기업(청년노동자를 착취하는 악덕기업) 퇴출 운동, 아르바이트 감정노동 실태조사,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 위원 참여 등 청년노동 현실을 바꾸는 굵직한 활동을 해왔다. 김 위원장은 3기에 이어 4기 위원장으로 연임이 확정됐다. 지난달 25일 서울 은평구 통일로 서울시 청년허브에 있는 청년유니온 사무실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인공지능 시대, 청년으로 산다는 것 

-앞으로 청년유니온 활동에서 특별히 중점을 두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

“2010년 출범할 때부터 함께했고, 올해로 7년 차다. 청년유니온 활동이 옛날보다도 더 중요해졌다. 나라 꼴도 그렇고, 청년들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 사회경제적으로 인간을 도구화하는 현상을 뒤집어보고 싶다. 최근에 사람이 도구화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알파고와 이세돌 대국을 보지 않았나.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기는 시대다. 정치적 갈등, 경제 위기, 기술 발전 등이 겹쳐서, 내가 하나의 사람으로서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많이 줄어들었다. 대신 소모된다는 느낌이 크다. 이런 청년들의 상황을 역전시키고 싶다. 그 시작을 청년유니온에서 하면 좋겠다. 한 명 한 명의 조합원들이 인간으로서 빛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 지난달 25일 서울 은평구 통일로 서울시청년허브에 있는 청년유니온 사무실에서 김민수 위원장을 만났다. ⓒ 신혜연

-청년유니온 활동은 어떻게 시작했나.

“처음엔 친구 따라왔는데, 술 먹다가 혼자 남게 됐다.(웃음) 내가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새로운 관계, 새로운 자극에 크게 흥미를 느낀다. 청년유니온에서 겪는 관계는 굉장히 새롭다. 살아온 경험은 각기 다를지 몰라도, 노동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는 점부터 공통분모가 크다. 청년유니온 조합원이 된다는 것의 의미는, 자기 경험과 타인의 경험에서 다른 건 최소화하고 같은 걸 극대화하는 거다.”

-조합원이 되면 뭐가 좋은가?

“두 가지다. 조직 안에서 내 필요가 충족될 수 있다. 내가 겪는 노동문제가 해결되기도 하고, 동료들을 통해 지속적인 소속감, 안정감을 느낄 수도 있다. 두 번째는 내 필요가 충족되는 과정이 집단, 사회적으로 이롭다는 자부심이 확인된다는 점이다. 나만 좋은 게 아니라, 가깝게는 내 곁에 있는 친구도 좋아지고, 사회가 변할 수도 있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확장되는 과정이 있을 때 관계도 발전하는 것 같다.”

-청년유니온 활동이 굉장히 참신하다. 롯데 마스코트인 ‘로티’를 가상의 롯데그룹 회장 선거에 내보내기도 했는데. 이런 아이템은 어떻게 선정하나.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청년 노동자들을 상대로 ‘하루살이’ 단기계약을 맺는 등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에 무관심한 반면, 경영권 분쟁에 열을 올렸다. 청년유니온은 신 회장에게 ‘2015 청년착취대상’을 수여했다.)

“운동방향은 엄밀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보일 건가를 고민하는 데에는 ‘드립’(가벼운 농담)이 필요하다. 로티도 술 먹고 드립 치다가 나온 아이디어다.”

▲ 지난해 10월 청년유니온은 로티를 가상의 롯데 회장단 선거에 출마시켰다. 로티는 롯데계열 소속 청년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 청년유니온 페이스북

최저임금위원회 청년대표 참여권 얻기까지 5년

-작년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 위원으로 참여했다. 협상 결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올해 최저임금은 작년보다 8.1% 오른 시급 6,030원으로 결정됐다. 노동자 위원들은 최저임금 1만 원을, 사용자 위원들은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했다.)

“물론 실망스럽다. 조합원들이 느끼는 게 바로 제 감정과 같다. 개인 자격으로 간 게 아니라 조합원들의 기대를 안고 들어간 거니까. 금액만으로 보면 역대 최저임금 인상 폭 중엔 제일 크지만, ‘성과’는 아니다. 최저임금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 앞으로 최저임금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합하진 못했으니까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좀 다를까?

“노력해야지. 다시 협상의 시즌이 돌아오고 있다. 길게 보는 안목이 중요해지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최저임금 위원회에 들어가게 된 배경은 뭔가? 직접 요구한 건가, 아니면 제안이 들어온 건가?

“2010년부터 위원회 참여를 요구해왔다. 5년 만에 들어가게 된 거다. 마침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 위원의 임기가 끝났고, 민주노총에서 우리를 추천을 해주는 등 시기가 잘 맞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모두 27명이며, 근로자 위원, 사용자 위원, 공익 위원 각 9명이다.) 위원회에 청년 위원이 참여한 건 처음이었다.”

-역사상 최초의 청년 위원이면, 부담감이 좀 있었을 것 같다.

“무척 컸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이 되면 위촉장을 준다. 물리적으로는 에이쓰리(A3) 종이 한 장 무게지만, 5년간의 역사 때문에 무겁게 느껴졌다.”

-협상 과정에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

“에피소드는 아니지만, 위원회 분위기가 생각보다 허술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우린 굉장히 절박해서 온 건데, 다른 위원들은 한가해 보였다. 좋게 말하면 협상 과정에 경험치가 쌓인 거고, 나쁘게 보면 관성이 생긴 거다. 그분들의 경험치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런 관성에 균열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임금 노동자가 점점 많아지는 상황이지 않나. 우리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청년유니온은 최저임금위원회 논의 과정을 카톡 형식으로 만들어 공유했다. 한 사용자 위원은 김 위원장에게 “어린 것이”라 호칭하고 반말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 청년유니온 홈페이지

‘프리미어 리그’ 축구 같은 정치

-총선을 앞두고 출범한 청년 모임 ‘총청넷’에서 청년유니온도 함께 활동하고 있다. 청년유니온이 내세운 공약은 뭔가?

“최저임금 1만 원이 대표적이다. 단순히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뜻 이상의 구호다. 인구 쇼크, 고용 쇼크, 경제 쇼크 등 쇼크가 끊이지 않는 세상이다. 우리는 이런 현실을 좀 더 차분하게 얘기하자는 거다. 경제 사회적으로 급변하고 있고, 우리 삶은 더 나빠지고 있다. 차분히 생각하다가 평범한 질문을 던지는 거다. ‘이게 사는 건가?’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최저임금은 적절한 임금, 적당한 노동시간, 인격적으로 존중받는 문화, 개인과 집단의 상생 등 새로운 생활의 한 부분이다.”

-구체적으로 총선 전에 계획 중인 활동이 있나?

“시간이 없어 활동을 많이 못 하고 있다. 이번 선거처럼 준비 기간이 짧은 적이 있었나 싶다. 지금 정치가 보기에는 재밌다. 당 대표가 ‘옥새’ 들고 ‘튀고’, 마치 프리미어 리그 보는 느낌이다. 슬픈 것은 정치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점이다. 프리미어 리그는 내 삶의 토대를 정하진 않는다. 그런데 정치는 그런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이걸 스포츠보다 절실하게 볼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우선이다. 지금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청년비례대표 공천 사건으로 시끄럽다. (더민주 청년비례대표에 22명이 신청했으나 9명만 면접 기회를 얻었고, 이 과정에서 특정 신청인에 대한 배려가 발각됐다. 면접도 1인당 5분씩만 진행돼 신청자들 사이에서 ‘신청비 100만 원만 날렸다’는 불만이 나왔다.)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채용비리, 채용갑질이다. 민간기업에서 채용을 잘못해서 청년들을 상하게 해도 사회적 손실이 생긴다. 그런데 정당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사람 귀한 줄 알아야지. 청년이니까 대접해달라는 말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청년들에게 상처를 주면서 어떻게 사람들 마음을 얻을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기성 정당에서 청년정책을 내놨다. 청년단체 대표로서 어떻게 평가하나?

“개별 정책에 대한 평가는 노코멘트 하겠다. 정책 자체는 ‘좋은 말’일 뿐이다. 우리는 좋은 말을 해달라는 게 아니라, 정책을 어떻게 실행할지를 묻고 있는데 기성정당은 그에 대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좋은 말’은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다. ‘좋은 말’을 실행할 비전과 프로세스를 보여 달라는 뜻이다. 상대를 어떻게 설득하고, 시행해 나갈 건지, 정당으로서 집단적인 힘을 보여 달라는 말이다. 정무감각이네, 실행력이네 하는 거품을 다 걷어내고 딱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신뢰를 달라는 말이다. 내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는 신뢰. 지금 무너진 게 그거다. 그래서 ‘청년 정책’은 신뢰를 구축해야 하는 정당의 몫이다. 청년의 몫이 아니라.”

▲ 지난 2월, 김 위원장이 국회 앞에서 ‘채용비리 정치인 공천반대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청유를 비롯한 청년단체들은 중소기업 진흥공단 채용 비리에 연루된 최경환 의원을 비롯해 ▲ 청년팔이 노동 개악 주동자 ▲ 채용비리 청년취업 강탈자 ▲ 청년 비하 청년수당 망언자에 대한 공천 반대 운동을 펼쳤다. ⓒ 청년유니온 홈페이지

“총선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올해 노동현실은 어떻게 전망하나?

“쉽지 않다. 세계 경제가 어렵고, 한국 경제도 어렵고, 위기를 극복할 한국 정치력도 안 좋다. 위기 극복할 정치도 안 좋으니까. 삼중고다.”

-이야기를 들으니 참 우울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이 비전을 세울 땐 외부환경 분석과 내부역량 분석을 한다. 청년유니온도 마찬가지다. 지금 외부환경 분석만 보면 매우 갑갑하다. 그러니 내부역량 분석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청년들이 가진 힘이 뭘까? 내가 볼 땐 시간이 많다는 게 우리의 힘이다. 우리는 내일모레 총선에 일희일비하지 않아도 된다. 2010년 청년유니온을 창립할 때 60명이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1,300명의 조합원이 있다. ‘총청넷’이란 이름으로 20개 단체가 협력하기까지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부딪혀 보는 거다. 우리는 100중에 50 정도만 얻어도 괜찮다. 일희일비하지 않으면 상상의 여지가 생긴다. 지금 당장 승부 보지 않아도 된다. 세상이 한 번에 변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면, 그만큼 여유가 생긴다. 이게 우리 자신감이다. 길게 보면 우리가 이긴다는 자신감. 거기서 ‘로티’가 나온다. 드립도 치고, 여유도 갖고. 그 힘으로 더 많은 사람을 조직하고 점점 더 나아지는 거다.” 

-4기 위원장으로서 ‘올해의 목표’ 같은 게 있나?

“다행스러운 조직이 되고 싶다. ‘여기라도 있어서 다행이다’란 생각이 들 수 있도록. 그러고 나면 다음 위원장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다. 내 임기가 2017년까지인데, 아마 쉽지 않은 인연이겠지만, 고생하고 나면 다음 위원장은 더 많은 걸 할 수 있겠지. 나만 해도 앞사람들이 고생해준 덕분에 최저임금위원회에 들어갔으니까 말이다.” 


편집 : 민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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