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청년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A. 청년은 아직 자리가 없는 사람들이다. 일자리라고는 대체로 저임금 아르바이트 일자리,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여기저기서 꿈과 희망, 미래를 기대하지만 그 기대를 빼앗는 현실 속에서 좌절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 절망 속에서 다시 손을 맞잡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노동당 비례대표후보, 용혜인의 선거운동본부는 20대 청년들로 이루어져있다. ‘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다. 여성이고, 장애인이고, 성소수자이고, 사회의 가장자리에 놓이곤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들은 세월호를 추모했던 ‘가만히 있으라’ 행진, 비정규직 농성 현장, 청년들의 절망을 전하는 팟캐스트 <절망라디오> 행사 등에서 만났다. 다른 모든 이들 또한 그렇듯, 청년은 우리가 처한 현실 속에서 함께 가능성을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인류의 역사가 반복해 보여주었듯이, 우리를 대변한다고 거짓말하는 정치를 뒤엎고 진정한 ‘우리의 정치’를 실현시킬 사람들이다.

Q. 헬조선, 수저계급론 등 청년들이 스스로의 처지를 비관하는 신조어가 생기고 있다. 청년들이 무엇 때문에 가장 고통 받는다고 생각하나?

A. 인간 대접을 못 받는 사회는 청년을 짓누르는 수레바퀴다. 사회에는 일자리가 부족하지만, 좋은 일자리를 갖지 못하면 사람답게 살기 어렵다. 충분한 소득을 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청년들은 점점 더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IMF 이후에 사회는 더 불안정해지고, 사람의 자리는 더 쉽게 박탈당했다. 우리는 소득이 없어 빚을 내고, 재벌대기업만 배불리는 경제체제는 바뀌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가 실제로 내는 법인세 세율은 채 20%도 안 된다. 이런 사회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자리는 소수의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축적된 불평등은 그렇게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일자리는 더 불안정해지고, 우리의 일자리와 소득은 더 비좁아지고 줄어들고 있다. 학자금대출을 갚거나, 월세 내기도 빠듯한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꿈을 꿀 여유가 충분할까? 그런데 문제는 이 위기를 해결할 정치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말하는 세상, 고통스러운 고삐를 좀 약하게 쥐어주겠다는 정치만 있다. 청년에게 소득을, 우리 삶의 변화를 가져올 다른 움직임이 필요하다. 기존의 정치가 아니라 대안이 있는 정치, 노동당의 ‘우리의 정치’가 필요하다.

Q. 17개 부처에서 총 10조원 들여 200개 넘는 청년정책을 시행 중이다. 그런데 왜 청년 정책들이 청년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하고 있을까?

A. 청년 문제에 대한 잘못된 접근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청년은 이 불평등한 사회,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 노동으로 유지되는 사회의 저렴한 부품이. 그 안에서 일자리와 소득이 없는 삶의 위기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그러나 기존 ‘그들의 정치’는 ‘사람들’이 겪는 삶의 위기를 끝낼 생각이 없다. 

역사적으로 말하자면 수출 주도 경제는 실제로 먹고 마시고 쉬어야 하는 노동자, 즉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수출하는 재벌대기업에게만 돈이 흘러갔고, 우리의 소득은 멈추었다. 일례로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은 OECD에서 매우 낮은 수준이. IMF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된 신자유주의화는 우리를 해고와 빚으로 몰아넣었다.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무급 인턴과 최저임금 아르바이트로 끌어내리고 수를 감축했다. 청년의 자리는 더욱 비좁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우리의 소득 대책 없이 해외취업이나 비정규직 확대만 내놓았다. 해외취업대책의 경우, 취업을 해도 1년 이상을 근무하는 비중이 10%에 불과하다. 기존의 정치는 그들이 만든 모순을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청년의 상황이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Q.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A. 우선 “청년에게 소득을”이라는 말을 꺼내려고 한다. 모든 청년에게 소득을 보장하고, 그것으로 소비를 활성화하고, 우리 소득이 늘어나는 경제로, 삶을 누릴 수 있는 경제로 바꿔나가야 한다. 월 30만원의 기본소득, 최저임금 1만원법, 대학교육무상화, 학자금대출 감면, 주거·교통 사회지원으로 청년에게 월 100만원의 소득효과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너무 낮은 임금으로, 대출로 유지되었던 대학등록금으로, 비싸디 비싼 월세로, 사회가 청년에게 빼앗았던 현재와 미래를 되찾아 와야 한다. 이것은 우리의 마땅한 권리다.

그리고 “우리 삶의 변화를”이라는 말을 하려고 한다. 야근과 불안정노동이 가져오는 삶의 빈곤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청년의 삶에, 우리 모두의 삶에 필요한 것은 일자리와 여유다. 주당 35시간만 일하고도 여유로운 사회를, 줄인 노동시간을 나눠 정직하게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추가근무에 매우 높은 수준의 수당을 매겨 기업이 일을 더 시키는 대신 새로운 사람을 고용하도록 하고, 35시간 일하면 정규직으로 간주하게 해 불안정한 일자리를 없애야 한다. 또 노동시간을 줄이면서도 우리의 소득이 줄지 않게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기본소득 재원의 가장 큰 부분은 불평등의 주범들, 너무 많은 몫을 가져가는 재벌대기업이 져야 한다. 불평등한 사회를 만들어온 재벌에겐 증세를, 청년을 포함한 모두에게는 기본소득을. 그것이 핵심이다.

Q. 다른 당 청년정책 중 소속당에서도 참고하고 싶은 정책이 있는지, 반대로 비판 하고 싶은 정책이 있는지 궁금하다. 

A. 무엇보다도 청년 일자리 정책을 자세히 묻고 싶다. 정부 통계대로라도, 청년실업률은 12.5%로 사상 최고를 갱신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다른 정당들에서는 이 실업국가를 해결할, 부족한 청년 일자리를 만들 현실적인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내거는 청년고용할당제가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2013년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으로 공공기관이 정원의 3% 이상으로 청년을 의무 고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법 개정으로 인한 효과는 3,000여 명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2014년 청년 실업자는 39만1000명이나 된다. 이렇게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청년고용할당 효과는 거의 미미하다. 하물며 기업들을 상대로는 얼마나 강제력 있고 실효적인 고용할당제가 가능할까?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나누자는 제안도 확실히 해야 현실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의 정책처럼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정책이 부실하고, 그저 법정노동시간을 준수해 노동시간 52시간을 지키게 만들겠다는 것으로는 정규직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어내기 어렵다. 프랑스의 노동시간단축법인 오브리법의 결과는 단축되는 노동시간의 약 40% 이상은 기업이 추가고용을 하지 않고 기계화나 노동시간 유연화 등으로 대응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따라서 노동당의 제안과 같이 ‘비정규직법 폐지-주 35시간이상 노동자 정규직 간주’, ‘주 35시간 노동시간(추가 5시간) 단축’과 같은 적극적 전환 정책이 현실적으로 일자리 나누기의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Q. 청년비례대표제의 취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19대 국회에서는 그 취지가 얼마나 잘 살았다고 평가하는지. 

A. 청년의 목소리는 사회에서 지워진 목소리였다. 청년비례대표제는 정치적으로 대변되지 않던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청년비례대표제의 결과는 어땠을까? 한 예로 김광진 의원은 104건의 의안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그 중 청년문제와 관련한 법안은 사립학교법과 주택법을 일부 개정한 것뿐이었다. 이마저도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김 의원뿐 아니라 다른 청년비례대표들도 통과시킨 청년 법안은 없다. 나이가 젊다고 해서 청년들을, 우리의 문제들을 대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중요하게 짚어야 할 점이 있다. 청년 의원들이 아무리 많은 법안들을 발의하고, 동료 의원들을 설득한다고 해도 국회의원들은 결국 국회 바깥의 민심에 따라 움직인다. 청년들의 다각적인 정치 참여 없이, 청년들의 사회운동 없이, 국회 밖이 그대로인 채 청년 의원들에게 청년 문제의 해결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환상일 것이다.

Q. 현재 청년 정치인이 나오기 힘든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청년 정치인이 나오기 위해선 당의 구조가 어떤 식으로 개혁돼야 하나? 

A. 청년 정치인은 그저 나이 젊은 정치인이 아니다. 오늘날 ‘프레카리아트’라고도 불리는 비정규직 노동자, 아르바이트 노동자, 실업자들을 대변하는 정치인이다. 이들의 문제가 청년 문제의 핵심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삶, 이것이 오늘날 청년의 얼굴이고, ‘우리’들의 얼굴이다. 

청년 정치, ‘우리’들의 정치를 위해서는 정치의 장소가 바뀌어야 한다. 청년들의 삶으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공간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장소에서부터 정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예를 들어 노동당의 구교현 대표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아르바이트노동조합의 위원장이었다. 그곳에서부터 수년간 최저임금 1만원을 외쳐왔다. 그 결과 최저임금 1만원법을 20대 국회 제1호 입법으로 내건 노동당은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와 적극 함께하는 당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다.

이와 같이 청년 정치는 그 정당이 누구를 대변하려고 하느냐의 문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변할 사람 없이 이 땅의 가장자리에 몰리는 ‘사람들’, 바로 ‘우리’를 대변하고 ‘우리’와 함께 싸울 수 있는 정당이다.

Q. 현재의 정치 체제(소선거구제, 양당체제, 축소된 비례대표 의석 수 등)가 청년의 민의가 정치에 반영되고 청년이 정치에 직접 뛰어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장애가 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당연히 큰 방해물이다. 현재의 선거제도는 작은 지역구에서 1위를 해야 의석을 가져갈 수 있는 제도이고, 또 이를 보완하는 비례대표 역시 축소되고 말았다. 새누리당 아니면 지명도 높은 야당, 대체로 더불어민주당의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으면 의석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버리는 것이다. 신생정당이나 소수정당이라는 가능성에 투표하거나, 변화를 내기가 대단히 어렵다. 지금의 제도로는 거대 양당 체제를 악순환시킨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정당의 정책으로 평가 받기 어렵다. 언제나 누가 덜 나쁜가에 투표할 뿐이다. 사람들은 거대양당체제와 그것을 순환시키는 선거제도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매번 급한 언론은 이 염증을 ‘정치 혐오’라고 포장해, 차악을 위해 투표하라고 공허하게 명령할 뿐이다. 

지금의 정치 체제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진정한 대안과 함께하기 어려워진다. 청년 정치를 위한 대안을 더 들여다보고, 더 단호하게 결단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전면적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소선거구제를 폐지하고 모든 국회의원을 정당명부 비례대표 형식으로 선출해야한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반반으로 구성하고, 정당의 전체 의석수를 그 정당의 전국득표율과 일치시키는 독일식 완전비례대표제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Q. 청년들이 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어떻게 해야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적극적으로 늘릴 수 있을까? (함께 답변)

A. 정치는 청년들이 처한 상황을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우리가 이 국가, 이 공동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다. 그간 ‘우리’를 대변하겠다고 말하는 정치는 많았다. 그러나 ‘정치’ 안에 우리는 없었다. 비정규 불안정 노동, 실업국가, 차별과 혐오의 수레바퀴에 “가만히 갈리고 있지는 않겠다”고 함께 이야기할 동료들과 조직들이, 그러한 ‘우리’들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정치’란 각자의 삶을 무겁게 짓누르던 수레바퀴를 혼자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들어 올리는 방법이다. 

하지만 청년의 정치 참여는 ‘해야 한다’고 이야기할 문제가 아니다. 정치가 우리를 소외시킨 이유를 되짚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다시 말해 청년의 정치 참여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조건의 문제다. 무조건 “청년들이 투표해야 한다”부터 외치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왜 비정규직 노동자, 가난한 사람들의 투표율이 낮을까? 종일 일하는 비정규직, 종일 일하는 알바가 어떻게 정치에 참여할 시간이 있을까? 고대 아테네 민주주의에서부터 일터와 광장 사이의 거리, 즉 일하느라 여유가 없어서 정치 참여가 어려웠던 것은 중요한 문제였다. 정치 참여에 대한 답은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따라서 모두가 여유롭게 삶을 누릴 권리, 그것을 바탕으로 정치 참여의 권리를 보장하려는 기본소득과 노동당의 포괄적 일자리 정책은 정치 참여 문제 역시 진지하게 답하는 방향이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마땅한 몫을 주장할 여유와 기반들이 더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 또한 정치다.

그래서 청년들에게 “정치를 해야 한다!”라고 소리치기보다는 “함께 하자”라고 끊임없이 말을 걸고 싶다. 이미 삶의 곳곳에서 빈곤과, 차별과, 좌절을 상대로 고투하는 이들에게 그 싸움을 용혜인과 노동당, ‘우리’들과 “함께 하자”라고 “그 곁에 있겠다”라고 말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청년 유권자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A. 우리의 삶이 우리 스스로에 의해 변화할 수 있다고, 그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변화가 바로 역사라고 믿는다. 함께 합시다.

편집 : 문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