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청년 정치를 위한 제안 ②

청년세대에게 한국은 ‘헬조선’이 된 지 오래다. 이를 개선할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청년들에게 희망이 없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청년 정치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것은 청년만을 위한 길을 넘어 한국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4.13 총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어떻게 청년정치를 살릴 것인지 4편의 시리즈로 제안한다. (편집자)

① ‘청년 정치’ 간판에 ‘청년’이 없다(박장군 기자)
② 청년 낄 자리 없는 비례대표, 이젠 늘리자(김현우 기자)
③ 보편복지가 청년정치다(신혜연 기자)
④ 디지털 청년정당이 답이다(윤연정 기자)

▲ 김현우 기자

한국의 20ㆍ30 청년 인구는 1,300만명, 우리나라 인구의 20% 정도다.

이들을 대표하는 청년 국회의원 수는 19대 기준으로 단 다섯명, 국회 정원 300명 중 1%대다. 청년을 위한 정책이 다른 정책에 밀리는 것은 여기에 기인한다. 청년의 현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청년이 스스로를 대변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20대 총선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각 당은 청년 후보를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 내세우는 것을 주저한다. 지역구에서 표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은 ‘지역 유지’다. 자금이 있고 동원이 가능한 사람이어야 한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중ㆍ장년 후보자를 정치에 갓 입문한 청년 후보자가 이길 수 있을까. 설사 당선되더라도 지역 의제에 함몰돼 청년 공약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대의제 기구다. 국회는 유권자의 대표성을 확보함으로써 입법과 행정 감시의 정당성을 얻는다. 대표성이 낮다면 국회의원의 기능과 권한, 헌법기구라는 무게감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청년은 지금 과소대표 되고 있다. 청년을 의제로 한 정책이 힘을 얻지 못하는 이유다.

20대 총선 기준, 지역구 의석은 253석, 비례대표 의석은 47석이다. 비례대표 자리는 매우 좁다. 이 좁은 자리에 정당의 정강정책에 맞는 직능, 계층, 세대, 여성, 소수자 대표까지 배치해야 한다, 청년 자리는 기껏해야 한 자리고 많아야 두 자리다. 이런 구조에서 20대 총선에 출마한 청년 후보자 중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자는 단 세 명이다. 19대와 마찬가지로 1%, 3명의 청년이 1,300만명을 대표하는 과소대표가 벌어질 게 뻔하다.

▲ 2015년 5월 9일 영국 런던에서는 백여명의 시민들이 비례대표 도입을 요구하며 가두 시위를 진행했다. 대부분의 영미권 국가는 전통적으로 소선거구 다수득표제로 선거를 진행한다. ⓒ flickr

비례대표를 더 늘려야 한다. 지역구 의원을 줄이자는 건 아니다. 비례대표를 더욱 늘려 국회의원 정원을 현행 300석보다 많게 만들자는 이야기다. 지금 국회에서 청년만 과소대표 되는 것은 아니다. 비례대표 교호순번제로 어느 정도 의석을 가져간다는 ‘여성’조차 국회 의석 점유율이 15%에 불과하다. 250만명 장애인은 어떻고, 1,200만명 노동자는 어떤가. 650만명 자영업자는 또 어떤가. 모든 계층의 대표자가 입법과 정책입안이 가능토록 전체 파이를 키우자는 이야기다.

독일은 한국처럼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를 혼용하는 국가다. 독일의 법정 하원의원 정원은 598명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630명이 의회에서 정책을 논의한다. 소선거구 당선자 299명과 321명의 비례대표다. 과소대표와 과다대표를 막기 위해 비례대표를 유동적으로 늘리다 보니 늘어난 의석이다. 결과적으로 지역뿐만 아니라 계층, 직능, 성별, 소수자 등등의 대표성도 폭넓게 확보가 됐다. 한국 정부가 노동개혁 의제를 낼 때, 참고한 독일의 ‘하르츠 개혁’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청년에게 건강한 일자리보다 질 낮은 시간제 일자리만 쥐여준다는 비판 때문이다. 폭넓은 계층의 논의가 가능한 의회 구조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국회의원을 늘리자는 주장에 반대의견도 많다. 세금이 아깝다는 이유다. 이는 현재 국회의원 1인당 누리는 혜택이 너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혜택을 증원되는 국회의원 수만큼 나누면 개개인에게 돌아갈 혜택은 줄기 마련이다. 또 현재처럼 국회의원 1인이 대표하는 인구가 과다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13대 국회의원 1인당 대표하던 인구는 십만 명가량인데, 19대 와서 이 숫자는 19만명으로 늘어났다. 1인당 가중되는 부담이 커지면서 정책을 입안하는 것도, 행정부의 집행 감시도 어려워지고 있다. 국회의원 수를 늘리면 이 부담도 덜해진다. 뿐만 아니라 정책 입법 효율성도 높아진다. 현 국회는 몇 개 부처를 묶어 상임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의원 수가 많아지면 묶인 상임위를 풀어 더 많은 상임위를 열 수 있다. 이는 곧 입법과 행정 감시 효율성에 직결된다.

한국 국회는 지역대표성이 과한 반면, 비례대표 대표성은 너무나 약하다. 애초에 청년이 낄 자리는 없다. 지역구의원과 비례대표와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비례대표를 지역구 숫자만큼 늘리지 않는 이상, 청년의 과소대표를 해결할 수 없고 실업이나 저출산 같은 청년문제도 풀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편집 : 유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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