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29회 충북연극제 대상에 시민극장의 ‘꿈속에서라도’

“돈 있으면 안되는 게 어디 있어? 군소리 말고 그렇게 해!”
“돈으로 안되는 게 더 많아, 이 사람아.”
“그게 뭔데?”
“우리 청춘을 돈으로 살 수 있나? 죽은 자네 마누라를 돈으로 살릴 수 있어?”

지난 26일 저녁, 충북 제천시 신월동의 세명대 태양아트홀. 객석을 가득 메운 150여 명의 관객들이 무대 위 두 노인의 대화에 숨죽여 귀 기울였다. 제 29회 충북연극제의 마지막 작품인 극단 언덕과 개울의 ‘아버지와 자식들(연출 현경석)’이 결말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노년의 삶을 외롭게 이어가는 어르신들과 해체된 가족. ‘행복한 말년’과는 거리가 먼 우리 시대 노인들의 이야기에 심각한 표정으로 빠져들던 관객은 막이 내리자 우레 같은 박수를 보냈다.

“연극을 왜 하냐고요? 저에겐 연극이 제 삶의 이유예요.”

 ▲ '아버지와 자식들'에서 중년 아줌마로 변신한 25살의 배우 박소영(위 오른쪽), 온가족이 모여있는 모습(아래). ⓒ 충북연극제 제공
‘아버지와 자식들’에서 뽀글뽀글한 퍼머 머리의 50세 큰 며느리 역을 소화한 박소영 씨는 의외로 올해 스물다섯 된 새내기 배우였다. 중년 아줌마로의 완벽한 변신을 위해 미용실에서 “완전 뽀글뽀글하게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는 그녀는 외모 못지않게 연기에서도 ‘아줌마 포스’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무대에서 내려온 다른 배우들도 ‘연극이 삶의 이유’라는 그녀의 자부심과 열정을 공유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지역 공연예술 우수성 알린 충북연극제

지난 22일 극단 청사초롱의 축하공연 ‘박달이와 금봉이’로 시작한 제 29회 충북연극제는 충북연극협회 소속의 ‘늘봄’ ‘달래’ ‘시민극장’ ‘언덕과 개울’ 등 4개 극단의 경연으로 이날까지 이어졌다. 충주와 청주, 단양, 제천을 아우르는 연극인의 축제로 성장한 이 행사는 올해 세명대 태양아트홀과 제천문화회관에서 지역 주민들을 만났다.

▲ 지난 27일 시상식 끝난 후 수상자와 연극제 관련자들의 단체사진. ⓒ 충북연극제 제공
다음날인 27일 세명대 태양아트홀에서 열린 폐막식에서는 극단 시민극장의 ‘꿈속에서라도(연출 장경민)’가 대상을 받아 상금 3천만 원과 함께 오는 6월 강원도 원주에서 열리는 전국연극제에 진출하는 영예를 안았다. ‘꿈속에서라도’는 조선시대 화가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일본에서 찾아오려는 노교수 등의 이야기를 담았다. 극단 언덕과 개울의 ‘아버지와 자식들’은 금상을 받았다.

문상욱 충북예총 회장은 폐막식에서 “충북 연극은 그동안 이 지역 공연예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데 공헌해왔고, 충북 출신 배우들이 전국 각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지방 연극인의 자긍심을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안진상 청주연극협회장은 “그동안 건강하게 연극계를 지켜온 선후배들의 바람처럼 이번 행사를 계기로 지역 관객들이 연극이라는 장르를 더욱 가깝고 소중하게 느끼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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