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극 <내 마음이 들리니> 훈훈한 상승세
[지난주 TV를 보니: 4. 11~4. 17]

▲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의 포스터. ⓒ MBC
안방극장에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가족 드라마를 만나본 지 오래다. '막장'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양육강식의 세계가 바로 드라마 영역인 것처럼 보였다. 악녀와 재벌, 출생의 비밀을 둘러싸고 욕망에 눈 먼 주인공들이 판치던 안방극장에 모처럼 가족 간의 따뜻한 사랑을 다룬 MBC 주말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이하 내마들)가 찾아왔다.

패륜과 불륜이라는 ‘막장코드’ 없이도 시청률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욕망의 불꽃> 후속으로 지난 2일 시작된 첫 방송에서 시청률 14.7%(AGB닐슨미디어리서치, 수도권 기준)를 기록하더니, 지난 17일 6회에는 16.7%(수도권 기준)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아역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을 얻었던 <내마들>은 5회 째부터 성인 연기자들이 등장하고 이야기 전개가 본격화하면서 지속적인 상승세를 예고하고 있다.

아역에서 중견배우까지 돋보이는 열연
 

▲아역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 <내 마음이 들리니> 한 장면. ⓒ MBC

<내마들>은 정신연령이 일곱 살인 아버지와 함께 사는 여자(봉우리)와 청각장애를 인정하지 못하고 살아온 남자(차동주)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4회까지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을 다루었는데 아역배우 김새론(11·봉우리 역)과 강찬희(11·차동주 역)의 연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영화 '아저씨'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김새론의 오열 연기는 많은 시청자들이 함께 눈시울을 붉히도록 만들었다. 또 SBS <스타킹>에서 동방신기의 꼬마 버전인 '꼬마신기'의 '믹키찬희'로 이름을 알렸던 강찬희는 청각 장애아로 분해 감동 연기를 펼쳤다.

드라마를 빛내고 있는 것은 아역배우들만이 아니다. 드라마 <자이언트>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을 빼어나게 소화했던 배우 정보석(49)은 <내마들>에서 7세 지능 수준의 아버지를 연기하며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욕쟁이 할머니로 변신한 배우 윤여정(64)의 연기도 돋보인다. 주인공 봉우리의 성인 역할을 맡은 황정음(26)과 지난 1월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김재원(30· 차동주 역)의 연기도 좋은 평을 받고 있다.

▲ <내 마음이 들리니>, <자이언트>의 배우 정보석. ⓒ MBC, SBS

재벌·악녀 대신 시청자 끌어당기는 순수성 

<내마들>에서는 수많은 ‘막장 드라마’에서 시청자의 눈길을 끌던 '출생의 비밀’ ‘재벌가의 갈등’ ‘악녀의 음모’ 대신 ‘착한 바보’가 집중조명을 받는다. 여동생의 아들과 의붓딸을 친 혈육으로 여기며 자신의 마음을 다 쏟아 붓는 봉영규(정보석 분)의 모습은 성공에 눈이 멀어 가족까지 이용하는 최진철(송승환 분)의 욕망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이기주의와 욕망에 찌든 주인공들이 활개 치던 안방 드라마에서 ‘바보’의 순수함은 드물고 신선한 이야기 거리가 되고 있다.  
 

▲<내 마음이 들리니> 주인공 황정음,김재원. ⓒ MBC
사실 드라마에 착한 바보가 등장하는 게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다만 과거의 바보 캐릭터들이 대개 주변적 인물에 머물렀던데 반해 최근에는 드라마를 이끄는 주류 캐릭터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게 큰 변화다. <내마들>에서는 주인공인 황정음 보다 정보석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더 사로잡고 있다. 또 현재 시청률 40%를 넘나드는 KBS의 <웃어라 동해야>에서도 정신연령이 9살 수준인 안나(도지원 분)가 가장 중요한 캐릭터의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이처럼 시청자들이 똑똑한 주인공 대신 '착한 바보'에 몰입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방송 드라마국 박성수 부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착한 바보의 인기는 사기꾼 많은 세상에서 순수한 인간을 그리워하는 마음의 반영”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극단적 이기주의와 욕망으로 들끓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시청자들은 착한 바보의 ‘순수한 인간성’에서 얼마간의 위로와 희망을 얻고 있는지도 모른다.

‘탄탄한 연기력’과 ‘인간애 넘치는 이야기’로 시청자의 마음을 울리는 <내마들>이 이 기세를 끝까지 이어간다면 ‘막장’을 넘어선 한국드라마의 도약 사례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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