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품격 높이며 대중에게 다가간 <오페라스타>
[지난주 TV를 보니: 4. 4~4. 10]

▲<오페라스타> 포스터. ⓒ tvN

가히 오디션(실기심사) 프로그램의 '전성시대'라고 할 만 하다. <슈퍼스타K>(엠넷)로부터 시작된 오디션 열풍이 <위대한 탄생>(MBC), <나는 가수다>(MBC), <신입사원>(MBC) <오페라스타>(티비엔)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3>(온스타일) 등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SBS는 곧 피겨스케이터와 배우를 모집하는 오디션을, KBS 2TV는 글로벌 리더를 선발하는 서바이벌 게임을 편성하겠다고 나섰다. 지상파에서만 상반기에 적어도 6개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셈이다.

원조 격인 <슈퍼스타 K>는 시즌3을 준비 중인데 전국 투어를 위해 신청 접수를 받은 지 25일 만에 100만 명 이상이 지원했다고 한다. 케이블의 ‘미친 존재감’을 이어갈 태세다. 이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범람에 대해 우려와 잡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트렌드와 시청률을 따라가는 방송업계는 당분간 이 거대한 흐름에서 헤어나지 못할 듯 하다.

<오페라스타>는 뭔가 다르다?

지난 3월 26일 시작한 <오페라스타>는 오디션의 영역을 오페라로 확대한 프로그램이다. 8명의 대중 가수들에게 오페라 아리아(서정적인 독창곡)를 부르게 해서 최종 우승자를 선정,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앨범을 제작할 기회를 준다. JK김동욱, 임정희, 테이, 문희옥, 신해철, 김은정, 김창렬, 선데이(천상지희)  등 쟁쟁한 가수들이 난생 처음 오페라 발성에 도전했다. 평소엔 록과 힙합, 트로트, 댄스 등 각기 다른 장르에서 활동하던 그들이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DJ DOC의 김창렬, '천상지희'의 선데이, 임정희, 신해철.     ⓒ tvN

지난 9일 방송된 <오페라스타> 2회에서는 이탈리아 가곡 ‘물망초’를 부른 테이가 1등을 차지했고, 슈베르트 작곡 '백조의 노래' 중 '세레나데'를 부른 신해철이 '자기 스타일만 고집한다'는 평과 함께 최종 탈락자가 됐다. 1회에서는 그룹 '쥬얼리'의 김은정이 탈락했다. 9일 2회분 시청률은 전국 1.96%, 수도권 2.19%(AGB 닐슨미디어리서치, 케이블가구 기준)로 1회(4월 2일)보다 각각 0.68%포인트, 0.59%포인트 올랐다. ‘오페라 초보 가수들, 수준급 무대로 감동 선사’ ‘<나는 가수다>와는 다른 매력 발산’ 등 언론의 평가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연극도 뮤지컬도 아닌 오페라는 일반 대중에게는 좀 생소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공연 횟수도 적은 편이고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성악가들이 고음과의 싸움을 벌이는 듯 부르는 아리아는 보통 사람이 따라 부르기엔 더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 오페라에 성악을 배워본 일 없는 대중 가수들이 도전하니 신선한 발상임에 틀림없다. 비교적 많이 알려진 곡을 선택하고, 그것을 낯익은 대중 가수가 부르니 대중과 오페라와의 거리감을 좁히는 순기능도 있다.

지도교수 역할을 겸하는 심사위원들은 곡에 대한 해설을 통해 시청자가 오페라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곡에 담긴 이야기와 감정 처리 등에 대해 쉽게 풀어주어 보는 이들이 음악을 이해하고 빠져들 수 있게 한다.

▲사회자 손범수, 이하늬와 심사위원으로 나선 오페라가수 김수연, 서정학 ⓒ tvN

열정과 도전정신이 만들어 낸 감동 

지난 주 스스로 실력이 부족함을 깨달은 천상지희의 선데이는 ‘악바리’ 근성을 발휘해 코피가 터지도록 연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전 주보다 훨씬 발전되고 안정된 모습으로 요한 스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를 소화했다. 디제이 디오씨(DJ DOC)의 김창렬은 ‘악동’의 이미지를 벗고 ‘오 나의 태양’을 열창했다.

기성 가수들이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 톱스타에게는 도전 자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8명의 도전자 전원이 시종일관 진지한 자세로 연습하며 한 단계씩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전문적인 오페라 가수의 성량과 기교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그들이 보여준 열정은 이 프로그램이 여느 오디션과 다르다는 점을 확인케 했다. 

▲ 아리아에 도전하는 그룹 '쥬얼리'의 멤버 김은정. ⓒ tvN

제작진의 도전정신도 빛났다. 먼저 오페라라는 생소한 장르를 TV 프로그램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새로운 문자 투표 방식도 오디션에 공정성을 더했다. <오페라스타>의 순위 선정은 ‘슈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과 마찬가지로 문자 투표를 통해 이뤄지지만, 중복투표를 피하기 위해 시간제한을 도입했다. 곡이 연주되는 동안만 투표를 할  수 있고, 한 가수에게 단 한 번만 투표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또 오디션 프로그램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심사위원들의 여과되지 않은 독설 을 뺀 점도 새로웠다. 심사위원이 칭찬할 부분은 마음껏 칭찬하고, 부족한 부분은 도전자들이 보완할 수 있도록 따뜻하게 조언하는 모습은 시청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사회자 손범수 아나운서와 이하늬(전 미스코리아)의 차분하고 깔끔한 진행도 프로그램의 품격을 높이는데 한 몫 했다.

시청자 의견에서 배워야 할 점들

<오페라스타>에 대해 시청자들은 ‘공중파 오디션프로그램이 보고 배워야할 방송’ ‘매주 토요일이 기다려지게 하는 프로그램’ 등의 호평을 내놓았다. 그러나 ‘시청자 투표로만 순위를 정할게 아니라 심사위원 점수를 30%라도 반영하면 좋겠다’든가, ‘오페라 전문용어가 나오는데 자막을 통해 설명을 해 주면 좋겠다’ 등 귀 기울일 만한 지적도 나왔다.  

▲ <오페라스타>는 100% 시청자 문자투표로 순위를 결정한다. ⓒ tvN

사실 순위 결정을 100% 문자 투표로만 한다면 전문성이 결여된 심사가 될 수 있다. 오페라 전문 용어를 시청자들이 그때그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일도 오페라가 대중에게 가까워지도록 만들겠다는 기획의도에 부합하는 일일 것이다. 이런 점들을 보완한다면 앞으로 6회에 걸쳐 방송될 <오페라스타>는 분명 한 단계 더 성숙한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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