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노유진의 정치카페’와 ‘썰전’의 김무성 뉴스 프레임

정치 뉴스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고유명사는 당연히 ‘박근혜’다. 그 뒤를 ‘김무성’이 잇는다. 여당 대표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청와대와의 보이지 않는 권력 싸움과 더불어 사위, 부친 등과 관련한 개인사는 김무성 대표를 뉴스의 중심에 데려다 놓았다. “민노총이 없었으면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 선진국에 들어갔을 거다”와 같은 막말도 한몫했다.

9월 중순 사위의 마약 투약 사건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김무성은 9월 말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야당 대표와 합의하면서 정국을 주도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청와대가 이 합의에 반발하자 김무성은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유승민 원내대표와 같은 전례를 피하면서 당권을 유지하려는 듯 보였다. 이러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행보에 대해 언론은 단순 사실 보도를 넘어 특정한 관점을 제시한다.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언론의 숙명이다.

이 과정에서 프레임 효과가 나타난다. 언론이 현실에 대해 특정한 관점의 해석을 선택하고 부각시킴으로써 수용자의 인지 패턴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다. 언론은 김무성 대표와 관련된 사안을 대중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길 원할까? 정치 팟캐스트 1위인 <노유진의 정치카페>와 정치 시사/예능 방송 프로그램 1위인 JTBC의 <썰전>을 통해 살펴보았다. ‘사위 마약사건’이라 일컬어졌던 파문을 9월 14일 업로드된 <노유진의 정치카페> 67편에서는 약 15분간 다뤘고, <썰전>에서는 9월 17일 133회 방송에서 약 17분간 다루었다.

‘권력암투’ 프레임 – 노유진의 정치카페

<노유진의 정치카페>는 ‘사위 마약사건’을 청와대와의 권력 암투 현상으로 분석한다. 김 대표의 사위가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됐고, 양형기준보다 낮은 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을 <동아일보>가 단독으로 보도했는데, 보도 계기부터 문제 삼는다. 몇 달 전 일인데 지금 시점에서 정치부 기자가 아닌 사회부 기자의 특종으로 보도된 게 수상쩍다는 주장이다. 청와대가 제보자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노회찬 정의당 전 대표는 “청와대 주문 생산 기사가 아니라는 말도 있지만 사회부 기자의 특종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라고 말한다. 유시민은 이러한 맥락에 동의하면서도 청와대가 노골적으로 ‘주문 생산’은 하지 않았고 기자를 낚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인다.

1부 ‘백분 토크’에서 진행자 역할을 맡는 유시민은 시종 콘텍스트를 강조한다. 김 대표의 사위 마약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난 전후 맥락을 살펴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퇴임 이후 노후보장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공천에 관여해야 한다. 당 대표와 충돌이 일어나는 지점이다. 충돌에 맞서지 못하고 물러난 유승민 원내대표처럼 김무성 당 대표도 못 버틴다면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주축으로 한 친박 비대위가 꾸려질 가능성을 유시민은 점치기도 한다. “노후보장도 정도(正道)로 가야지. 이런 식으로 친박 공천하려 하면 안 돼”, 방송을 마무리하는 유시민의 말이 이 사안을 바라보는 프레임의 핵심을 드러낸다.

규제받지 않는 팟캐스트의 깊이 있는 분석

▲ 팟캐스트 방송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노유진의 정치카페>. ⓒ 팟빵 홈페이지

당에서 제작하는 팟캐스트임을 감안할 때, 당파적 프레임이 개입될 가능성을 무시하기 힘들다. 그러나 <노유진의 정치카페>는 무엇보다 사실을 해석하고, 행간을 읽는 데 주력해 심화된 정보를 원하는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팟캐스트 방송의 특성상 분량과 내용의 규제가 없다는 점은 이때 장점으로 작용한다. 방송법상으로 규정된 방송이 아니어서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 팟캐스트는 형식 규제뿐 아니라 내용 심의 면에서 자유롭다. 여기에 노회찬, 유시민, 진중권의 통찰력과 취재력, 소위 ‘이빨’이 더해져 당당히 정치 팟캐스트의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딸 바보’ 프레임 - 썰전

▲ 사위 마약 파문 뒤에도 지지도에 큰 변화가 없음을 보여주는 그래픽. ⓒ JTBC <썰전> 갈무리

<썰전>에서 ‘김무성 사위 마약 사건’에 대한 분석은 진행자 김구라가 ‘김무성 딸 바보’라는 여론에 대해 묻는 걸로 시작한다. 패널 중 한 명인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실제로 리얼미터 조사 결과 지지율이 0.8% 하락하는 수준에 그쳤다며 김구라의 말을 받는다. 김 대표의 지지율 추이가 출연자들 머리 위로 나타난다. 이 날 방송은 김대표와 박 대통령의 향후 행보를 그려보면서 ‘당청 갈등’을 다루기는 하지만, 방송 분량 대부분을 사위 마약 사건에서 드러난 전관예우, 양형 문제에 할애한다. ‘김무성 사위 마약 사건’이 친박과 비박의 내분에서 비롯했음을 집중 분석한 ‘정치카페’와 달리 김무성이라는 정치인 개인 문제에 국한한 ‘개인사’ 프레임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정치카페>와의 프레임 차이는 ‘안심번호 국민 공천제’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드러났다. 10월 8일 방송에서 <썰전>은 김 대표를 청와대에 맞서는 인물로 다루었고, 김 대표의 최측근인 김성태 의원과 전화 연결을 해 사실상 ‘안심번호 국민 공천제’의 당위성을 소개했다. 반면 <정치카페>는 10월 12일 방송에서 국민 공천제가 당원 제도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전제 내리며 이 제도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청와대와의 공천 갈등을 상세히 다루었다. 또한 국민공천제 파동을 박 대통령이 UN 총회에서 반기문 사무총장을 7번 만난 것과 연결했다. 대통령이 김무성과 비박들에게 반기문 카드가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는 것이다. 즉, 한 사안의 이면을 보려는 노력과 정치적 사안을 서로 연결해 새로운 통찰력을 제시하는 유능함은 <썰전>보다 <정치카페>에서 더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재미를 추구해야 하는 종편채널

‘딸 바보’ 프레임으로 사위 마약 사건을 다룬 이유를 JTBC가 갖는 정파성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팟캐스트와 달리 더 다양한 연령, 계층의 흥미를 끌어야 하는 방송 프로그램의 특성 때문이라는 이유가 더 클 것이다. ‘뉴스의 뒷얘기를 하는 시간’이라고 스스로 선언하면서도 분석보다는 흥미와 재미에 더 쉽게 반응하는 대중을 붙잡아야 하는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이다. <썰전>이 <정치카페> 만큼의 깊이를 담기 힘든 이유다.

▲ 김무성 대표의 부성애를 소개하는 MC 김구라. ⓒ JTBC <썰전> 갈무리

보수적, 진보적, 그러나 ‘합리적’

<썰전>은 종합편성 채널 프로그램이다. <노유진의 정치카페>는 정의당이 만드는 팟캐스트 프로그램이다.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은 따라서 합리적이다. 김무성 보도에서 드러난 프레임은 그러한 가정의 한 예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썰전>과 <노유진의 정치카페>는 보수와 진보를 떠나 ‘합리적’이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린다. <썰전>은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패널을 1명씩 배치하고, 김구라에게 진행을 맡김으로써 중립을 표방한다. TV 조선이나, 채널A가 방송하는 여타 시사/예능 프로그램에서 난무하는 과장된 평론은 보이지 않는다. <노유진의 정치카페> 역시 당 홍보는 뒤로 제쳐둔다. 노, 유, 진은 정의당 당원으로서 정체성을 내세우기보다 논객으로서 사안에 대한 분석과 관점을 제시한다. “당원 획득 한 명도 안 돼도 좋다. 다만 팟캐스트로 인해 사람들이 더 똑똑해지길 원한다”라는 유시민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썰전>의 지난 9월 17일 방송은 비지상파 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8월에는 한국갤럽이 조사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1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정치카페>도 팟캐스트 순위 1위에 더해 팟캐스트로 공부를 하는 모임이 다음 카페에 생겼고, 지난 3월 방송 내용을 정리한 책 ‘생각해봤어?’가 출간됐다. ‘공부가 되는 팟캐스트’이길 바라는 유시민의 소망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듯하다. 엄숙하고 경직된 정치 뉴스에서 한 발 물러났으면서도 놀이와 공부가 되는 콘텐츠로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두 프로그램은 보여주고 있다.


편집 : 이명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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