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 우수 한태희

▲ 한태희
구미호 전설은 ‘전설의 고향’에서 빠지지 않는 소재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도 여름마다 드라마로 방영되는 이유는 단순한 공포물이 아니라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름다운 모습을 지닌 구미호 여인에게는 한 가지 욕망이 있다. 바로 인간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인(人)의 간(肝)을 먹어야 한다. 여기서 구미호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바로 인간을 죽여야 하기 때문이다. 구미호 여인이 인간이 되고자 할수록 인간에게서 멀어져야만 하는 역설적 상황에 부딪치게 되는 것이다.

구미호 전설이 비극적으로 끝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류(異類)와 하는 사랑은 태생적으로 비극성을 내포한다. 구미호 여인에게는 인간다워지려는 욕망과 이를 충족하려는 수단이 양립할 수 없는 상황으로 설정된다. 이 요소는 구미호 전설의 비극성을 극대화하고 결국 구미호 여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물물교환 시대가 지나고 돈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가 형성되면서 돈의 위력은 계속 커지고 있다. 어느 정도 돈이 있어야 의식주를 비롯한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게 되었다. 돈이 있어야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사람들은 경제활동을 하게 되고 직업을 갖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배자와 피지배자, 고용자와 노동자의 관계가 성립되었다.

고용자 역시 인간다운 삶을 살려고 하지만, 돈을 많이 버는 것만이 그 목적을 성취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고용자는 가혹한 방식으로 노동자를 다뤄왔다.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노동시간을 요구해왔고, 부당한 방식으로 노동자를 대하였다. 지금도 일부 고용자는 근로기준법 준수는 고사하고, 2년 이상 된 하도급업체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조차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게 노동현실이다. 고용자들의 과다한 욕망으로 노동자들은 기본적 욕구마저 저당 잡힌 채 비인간적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어쩌면 춘향전의 변학도 같은 인물도 스스로는 인간답게 살고자 했는지 모른다. 부귀를 누리면서 마음 내키는 대로 성욕을 충족하는 것이 한 세상 남자답게 사는 것이라 착각했을 테니까. 그러나 물욕과 성욕에 집착할수록 그는 인간다움으로부터 멀어졌고 탐관오리로 전락했다. 그런 그에게 이몽룡이 한 마디 한다. 당신의 밥상을 한번 보라고. ‘금잔의 맛있는 술은 천 사람의 피요. 옥쟁반의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인간(人肝)을 먹어야만 인간(人間)이 되는 구미호가 끝내 인간이 될 수 없듯이, 다른 사람의 희생을 강요하며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현대판 변학도들의 인생이 어찌 인간다운 삶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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