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생태적 보도와 언어 공공성 훼손 빈발

봄은 이른바 ‘제철음식’에 끌려 입맛이 돋기 시작한다는 계절이다. 그러나 생태계의 수난이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다. 수난은 언론보도에 의해 가중된다. 보도와 신문언어의 공공성 문제는 이 난에서 몇 차례 제기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반생태적 보도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생선이나 게를 예로 들면, ‘제철’은 곧 산란기를 뜻한다. 산란기에는 잡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일 만도 한데, 평소 생태·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한겨레>조차 맛집이나 지역축제 안내 기사 등에서 알 밴 놈을 먹어야 제대로 먹는 거라고 쓴다.

“꽃게장은 살이 많고 알이 꽉 찬 산란기 직전의 암게로 담가야 제맛이다.” (3월8일 ‘예종석의 오늘 점심’) “주꾸미는 산란기인 4~5월을 앞둔 3월에 알이 가득 차고 부드러워 맛이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3월22일 ‘서해 주꾸미는 추워 집 나갔나')

‘꿩 먹고 알 먹기’ 식으로 모두 먹어버리면 우선은 좋겠지만, 후일을 기약할 수 없는 게 생태계 균형이다. 선진국에서는 특히 연안 어종에 대해 산란기를 금어기간으로 정하고 엄중단속하는데, 우리는 정부가 방관하고 언론이 앞장서서 ‘제철 생선을 즐기라’고 부추긴다. 선진국들은 새끼도 못 잡게 하는데 우리는 새끼에 알까지 싹쓸이해 왔으니 어족자원이 고갈될 수밖에 없다.

▲ 주꾸미. ⓒ 한겨레 제공
동물뿐 아니라 식물도 ‘뭐가 뭐에 좋다’는 식의 검증되지 않은 속설을 그대로 지면에 옮겨 특히 희귀 동식물들이 온통 수난을 당하고 있다. ‘몇억원을 호가하는 몇년짜리 산삼을 캤다’는 기사가 언론에 가끔 실리는데, 과연 그만한 약효가 있는지 의문이다. 그토록 과장되지 않았더라면 산삼도 멸종위기에 처하기는커녕 도라지나 더덕처럼 흔히 캐먹을 수 있는 산나물이 됐을지도 모른다.

언어생활에서 동물 학대와 비하는 흔한 일이지만, 적어도 언론에서 무의식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세살배기 아들을 상습폭행해 죽게 만든 아버지를 비난하면서 “짐승보다 못한 아빠”(3월18일)라고 비유할 것까지는 없지 않았을까? 악독한 짓은 인간이 했는데, ‘인면수심’이라는 말을 갖다 붙여 동물을 모독하는 것도 언론이다. ‘쇠귀에 경 읽기’(3월9일, 12일), ‘마이동풍’(1월20일)…, 모두가 인간 기준의 조어일 뿐이다.

언어는 ‘생각의 집’이라는 말도 있지만 일정 부분 의식구조를 지배하게 된다. 언론보도에서부터 ‘인간도 생태계의 일원’이라는 자각이 모자라니, 4대강을 마구 파헤치는 일이 벌어지는 게 아닐까? 지난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창덕궁을 관람하던 정상 부인들 중에서도 우리 대통령 부인과 남아공 대통령 약혼녀가 모피 숄을 걸친 게 눈에 띄었다. 


* 이 기사는 <한겨레>와 동시에 실리지만, 일부 내용이 보완됐습니다.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