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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안 살 거면 못 들어가는 서점
[맑은 바람 밝은 달, 그곳에 산다] ⑪ ‘숲속작은책방’ 김병록 사장
2015년 10월 28일 (수) 20:32:27 황상호 기자 homerunsery@gmail.com

2년 전 가을 끝자락이었다. 굽이굽이 산길을 지나 사람이 살까 싶은 마을에 도착했다. 해가 떨어져 어둑한 마당에서 낮은 목소리로 주인을 불렀다. 불빛과 함께 한 남자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숲속작은도서관’의 김병록(52) 사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개인사정이 있어 인터뷰가 어렵다고 말했고, 기자는 그가 미안한 표정으로 건네 준 막걸리만 들이켠 뒤 다락방에서 밤을 보내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살림집에 민박도 겸하는 동화 같은 공간 
 
탈핵, 평화, 공동체 회복 등 ‘개념 있는’ 책들이 가득 꽂혀 있던 그 도서관은 그 후에도 가끔씩 생각났다. 그런데 최근 김 사장 부부가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를 출간하면서 신문방송의 조명을 받았다. 사람보다 나무가 많고 가로등 불빛보다 별빛이 많은 곳. 충북 괴산군 칠성면의 ‘숲속작은책방’을 지난 9일 다시 찾아갔다. 2년 만에 ‘도서관’ 간판이 ‘책방’으로 바뀌었고 당초 책을 읽는 공간으로 설계되었던 공간이 책을 파는 곳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 왼쪽이 남편 김병록, 오른쪽이 부인 백창화 씨다. 서점 곳곳은 책 소개 문구로 가득하다. ⓒ 유순상

김 사장과 아내 백창화(50)씨의 살림집도 겸하는 숲속작은책방은 다락방 2칸에 민박 손님을 받고, 방문객에게 적극적으로 책을 판다. 대문 앞에는 이런 글귀가 붙어 있다.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환영합니다. 그러나 책 한 권은 꼭 사가야 해요.” 

부부는 “전국 최초로 문을 연 가정식 서점”이라고 책방을 소개한다. 약 620평방미터(188평)의 대지를 나무로 된 낮은 담이 감싸고 있고, 잔디밭 마당에는 인동초와 작약, 말발도리 등 야생초 50여 종이 오밀조밀 자라고 있다. 마당 한 복판에는 숙녀의 손거울 같은 작은 연못이 있다. 프랑스 그림책을 본 따 만든 푸른 개 모양의 의자, 핀란드 동화 캐릭터 ‘무민’이 그려진 창고, 장미 넝쿨이 휘감고 있는 빨간색 철제문도 이채롭다.  
 
‘철밥통’ 회사에서 억대 연봉 받아 봤지만 
 
서울서 나고 자란 김 사장은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로 통합된 종합유선방송위원회에서 90년대 초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영화와 비디오의 등급을 결정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도 6년 동안 일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는 방송콘텐츠진흥재단의 초대 상임이사를 맡았다. ‘철밥통’이라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서 억대 연봉을 받고 일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쓸 수 있는 판공비가 월 200여만 원 정도 됐다. 하지만 점점 조직에 구속받는 게 싫어졌고, 정치권의 입김에 좌우되는 인사에 환멸이 느껴지기도 했다.  
 
“재단도 만들어보고 실무적인 문제에서 최종 결정권자도 역할도 해봤어요. 그 시기가 지나니 더 이상 도시에서 살고 싶지 않았어요. 어느 순간 싫어지더라고요. 농사를 짓고 싶지는 않았지만 자연 속에서 살고 싶었어요. 이사 임기가 끝나고 다시 회사나 공기업으로 가봐야 과장 밖에 더하겠나 싶기도 했죠.”
 
귀촌을 위해 아내를 설득했다. 백창화씨는 15년 동안 여성잡지와 출판사에서 글 쓰고 책 만드는 일을 했다. 2002년부터는 경기도 일산에서 사립도서관인 ‘숲속 작은 도서관’을 운영했고, 2009년 서울 마포구로 이사한 뒤에는 서울시 마포구립 작은 도서관 4개를 위탁 운영하기도 했다. 회원들의 후원금을 받고 부족한 돈은 남편의 월급으로 메꿔나갈 만큼 도서관에 애착이 컸다. 백씨도 농사짓는 것을 원치는 않았지만 “책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나 오케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의 상임이사 임기가 끝나고 백씨의 도서관도 건물 임대계약 만료가 다가왔을 무렵,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미술평론가 정진국(65) 교수가 쓴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였다. 유럽 책마을 24곳을 일 년 동안 돌아보며 쓴 여행기다. 시골 사람들이 헌책을 사고팔며 책으로 마을을 재생하는 이야기였다. 그 안에는 시낭송과 음악회 등 문화 콘텐츠가 가득했다.

“책을 보는 순간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로운 인생을 찾아 떠난 유럽 책마을 여행

부부는 2010년 4월 이탈리아 로마를 시작으로 스위스, 프랑스, 영국 등 4개국의 크고 작은 마을들을 탐방했다. 27일 동안 책마을과 서점, 박물관 등 책에 얽힌 이야기가 있는 곳들을 꼼꼼히 찾아 다녔다. 갈 곳 없는 작가들에게 먹을 것과 잠자리를 제공해 주던 프랑스 파리의 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거대한 조형물부터 손바닥만한 엽서까지 수천 종의 피노키오 관련 상품을 만들어 파는 이탈리아 콜로디 피노키오 국립공원, 무너져가는 성을 책마을로 재생시킨 영국의 헤이온와이 등이 대표적이다. 어느 마을에선가는 시장 좌판에서 파는 ‘책 읽는 고양이’ 인형에 매혹되기도 했다. 모든 여정이 놀이이자 공부였다.
 
“유럽 농촌도 공동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었어요. 그래도 주민들이 책마을을 만들어 책과 관련된 공예품을 팔고 카페를 열어 차를 파는 등 노력이 대단했어요. 책으로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는 움직임이 놀라웠죠.”
 

   
▲ 왼쪽이 2012년 발간한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 오른쪽이 올해 발간한 <작은 책방, 우리 쫌 팝니다!>이다. 특히 전국 작은 도서관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 유순상

노는 듯 쉬는 듯 미친 듯 다녀온 유럽 여행은 2012년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이라는 제목의 책에 담겨 나왔다.  백씨가 글을 쓰고 김 사장이 사진을 찍었다. 책은 전국의 작은 도서관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났고, 지금까지 3쇄 7000여 부가 팔렸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우수 저작 및 출판지원 사업 공모에 당선되기도 했다. 

귀촌의 출발점에서 쓴 잔을 마시다 

귀촌을 결정한 부부가 선택한 곳은 충북 괴산군의 미루마을이었다. 4만여㎡ 부지에 60여 가구가 입주하도록 조성된 곳이었다. 가구 당 1억 6천만 원에서 2억 원을 투자해 들어왔다. 반쯤은 귀촌, 반쯤은 별장처럼 사용하고 있다. 김 사장은 처음 신문광고에서 이 마을을 봤다. 한 대학총장이 괴산군과 협약을 맺는 사진이 실려 있었고 괴산군이 사업을 보증하다는 설명도 있었다. ‘교육문화마을’을 내세우는 취지가 마음에 들었다.
 
“마을 조성을 주도하는 사람이 저에게 도서관을 만들어 운영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어요. 저희에게 딱 들어맞는 조건이었죠. 서울에서는 작은 도서관의 의미가 사라져갔지만 시골에서는 아직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 괴산군 칠성면 미루마을 전경이다. 김병록 씨 부부의 서점은 마을 입구에 위치해 있다. ⓒ 유순상

오매불망 기다리던 귀촌의 별빛 꿈. 그런데 공사가 계속 지연됐다. 그 사이 서울 집주인이 집을 전세에서 월세로 바꾸었다. 도서관 임대기간도 끝나 책 수천 권을 컨테이너 박스에 돈을 주고 보관했다. 

“사면초가였죠. 집주인은 집을 팔겠다고 압박하고.” 

더 이상 서울에서 버틸 수 없었던 부부는 2011년 6월 물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집으로 일단 입주했다. 처음엔 생활이 되지 않아 한동안 월세 방에서 지냈다. 운영하려던 마을회관 도서관도 시공회사의 공사비 부족 등으로 준공이 안 나 무산됐다. 김 사장은 생활비라도 벌기 위해 날품팔이에 나섰다. 이웃 농가를 도와 감자를 캐고 괴산댐에 가서 청소를 했다. 목수를 따라다니며 막일도 가리지 않았다. 이렇게 6개월쯤 지났을까. 이대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을 가꾸기 시작했다. 마당에 덤프트럭 3대 분량의 마사토를 깔고 수평을 맞췄다. 공사하고 남은 나무를 모아 꽃밭을 만들었다. 서툰 목공 기술을 동원해 오두막을 지었다. 1천만 원이 넘게 들 것이라고 얘기 들었던 오두막을 재료비 150만원에 혼자서 만들었다.
 
민박하려면 면접을 통과해야 하는 집  
 
집수리가 끝나고 지인들이 하나 둘 찾아왔다. 첫 책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의 독자들도 부부의 소식이 궁금하다며 먼 길을 마다 않고 방문했다. 의외로 사람들의 평가가 좋았다. 최신식 펜션처럼 편리하지는 않지만 주인이 손수 가꾼 집이 동화에 나오는 집 같다고 신기해했다. 

“처음에는 인사치레인 줄 알았어요. 그러다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죠.” 

김 사장은 2013년 정식으로 민박영업 허가를 받았다. 입소문을 타면서 요즘은 개인, 단체 등 한 달에 10팀 정도가 묵어간다. 민박을 예약하기 전 손님들은 부인 백 씨의 전화 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책 좋아하세요?
 
“가정집에서 민박을 하려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어요. 손님들과 화장실, 부엌을 같이 써야 하거든요. 속옷 차림으로 편하게 집에 있지도 못하죠. 하지만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편하게 쉬고 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어요. 이런 모습이 저희가 유럽 책마을을 다니며 부러워하던 장면이거든요.”

   
▲ 숲속작은책방은 중간에 서점을 두고 양쪽에 두 개의 오두막이 있다. 마당에는 각종 야생화가 자라고 작은 캠프파이어를 할 수 있도록 장비를 갖춰두었다. ⓒ 유순상

민박 손님들과의 대화 주제도 책이었다. 처음엔 책을 팔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손님들이 책장에 꽂힌 책에 관심을 갖고 하나 둘 사가기 시작하면서 ‘좋은 책을 읽게 하면 좋겠네’ 하는 생각이 커졌다. 지난해 초부터 도매상에게 책을 현금으로 구매해 팔기 시작했다. 9개월 동안 매출액이 7백여만 원. 기대 밖의 성과였다. 민박 손님들이나 관광 왔다 들르는 방문객 등 한 달 평균 손님이 2백~3백 명이나 되니 콘텐츠만 잘 짜면 해 볼만 한 장사라고 판단했다. 김 씨는 미디어 전문가, 아내는 출판물 전문가이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정식으로 서점 허가를 받았다.
 
“책 한 권 팔면 25% 정도 수익이 남아요. 박하죠. 그래도 지난해 11월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책 값 할인율이 10%로 묶여 숨통이 트였죠. 특히 우리는 책을 주제로 오랫동안 일한 경험이 있으니 해 볼만 한 일이라 생각했죠.”
 
책방은 괴산댐 둘레길인 ‘산막이 옛길’과 가까워 방문객이 많은 편이다. 수도권과 한 시간 반 거리로 가깝다 보니 땅을 사려는 사람도 마을에 꽤 찾아온다. 책방을 찾는 10명 중 8명은 관광객이나 부동산을 둘러보던 사람들인데, 땅값이나 귀촌 배경 등을 묻는 질문에 일일이 답하려니 부부가 꽤 시간을 뺏기게 됐다. 그래서 책방에 들어오려면 꼭 책을 사가야 한다는 글귀를 대문에 써 붙이게 됐다고 한다.  

책 좀 파는 판매의 기술, 기승전‘책사’
 
미루마을은 화석에너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그린에너지 마을이다. 주변 농가들도 농약을 잘 쓰지 않아 여름밤이면 반딧불이가 들판을 수놓는다. 가로등도 거의 없어 해만 지면 별빛이 쏟아진다.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오두막에는 일부러 전기를 가설하지 않았다. 캠핑용 의자와 해먹 등을 설치했다. 가을에는 낙엽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겨울에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책을 읽을 수 있게 했다.
 
“이곳은 일부러 가공하지 않아도 자연이라는 최고의 인테리어가 있죠.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졸다 쉬다 책을 볼 수 있는 곳은 전국에 이곳 밖에 없을 거예요. 자연이 재산이죠.”

부부는 손님과 아침 또는 저녁을 같이 먹는다. 이때 손님의 ‘취향을 저격해’ 책을 추천하면 백발백중 책 판매로 이어진다고 한다. 판매하는 책은 대부분 생태와 환경, 평화에 관한 것들이다. 부부가 시골로 내려온 이유도 그것이고, 시골 서점을 찾아온 손님들이 대부분 공유하는 관심사이기도 하다. 비장의 무기인 플립북(연속된 그림을 빠르게 넘기면 애니메이션 효과를 내는 책)과 팝업북(책을 열면 그림 등이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것)을 펼치며 손님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부부는 이것을 ‘북쇼’라고 부른다.  
 
“우리 집 손님은 오시면 책을 한 권만 사가지 않아요. 어차피 괴산까지 오기 힘드니까 양손 가득 보따리로 사가죠. 우리 부부와 대화의 끝은 대부분 책을 사가라는 거예요. 기승전‘책사’죠.”
 

   
▲ 책으로 가득찬 서점을 볼펜, 수채색연필 등으로 그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간인만큼 기둥을 무지개 색깔로 표현했다. ⓒ 유순상

숲속작은책방의 거실과 안방, 다락방에는 2만 여권의 책이 진열되거나 쌓여있다. 신발장과 다락방 계단 등 자투리 공간까지 책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거실은 3미터 넘는 책장이 둘러싸고 있다. 대부분 부부가 직접 읽고 고른 책이다. 종교인과 의료인 등 각계 전문가들이 추천한 책도 있다. 상당수가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희소성 있는 책들이다.
 
“서점을 운영하려다 보니 공간이 부족했어요. 결국 거실을 영업장으로 바꾸자고 결론이 났죠. TV나 선반 등을 치우고 책장을 넣었죠. 천장이 높은 전원주택을 책으로 도배하다 보니 단열이 좋아지고 소리가 울리는 단점이 사라졌어요.”
 
부부는 책 진열에 신경을 많이 쓴다. 우선 책 표지가 앞을 향하도록 진열하고, 언제든 편하게 뽑아 볼 수 있도록 느슨하게 꽂아 둔다. 책과 관련한 캐릭터 소품이 있으면 함께 진열한다. 좋은 문구는 작은 액자에 써서 책 옆에 걸어두어 눈길을 끈다. 또 곳곳에 소파나 낮은 책상을 배치해 손님이 편하게 책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책방의 가장 큰 특징은 책에다 손 글씨로 쓴 띠지를 붙이는 것이다. 띠지는 출판사들이 책 홍보용으로 쓰는 일종의 광고지다. 그런데 백씨는 일일이 손으로 책 소개 글을 써서 띠지로 둘렀다. 손님들이 이것을 기념품처럼 가져가기 시작했다. 손 글씨가 귀한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먹힌 것이다. 이제 띠지를 만드는 것이 백씨의 중요한 하루 일과가 됐다.
 
김 사장이 만든 ‘내 인생의 책꽂이’도 효자 상품이다. 좋아하는 책 한 권을 꽂아둘 수 있게 만든 작은 책꽂이인데,  이것도 손님들이 사가기 시작하면서 직접 만들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부부는 시골생활의 경제적인 마지노선으로 정했던 월 순수익 2백만 원을 올봄에 돌파했다고 한다. 
 

   
▲ 책 표지가 최대한 보이도록 책 사이 간격을 느슨하게 배치했다. 김병록 씨 부부가 유럽 책마을을 다니면서 배운 비법이다. ⓒ 유순상

가난한 예술가와 활동가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 만들 터 
 
지난 8월 부부가 낸 책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에는 이런 자신들의 이야기와 함께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의 위세 속에서 자기만의 길을 모색하는 전국 70여 곳 작은 서점의 분투기가 담겨 있다. 부부는 작은 서점들을 직접 돌아보고 전국 책방의 위치를 알 수 있는 그림지도와 민박이 가능한 책 공간을 묶은 전국 북스테이 지도까지 넣었다. 요즘은 서울과 청주, 대구, 대전 등의 작은 서점을 돌며 북 콘서트를 하고 있다.
 
“대형서점만 있으면 팔리는 책만 팔리고, 또 그런 글을 쓰는 작가만 살아남아요. 악순환이죠. 다양한 책이 살아남으려면 작은 서점이 살아야 합니다. 동네 서점에서 책 한 권 사는 일이 전체 문학을 살리는 나비의 날갯짓이 될 수 있죠.”
 
부부는 분기별로 책방에 음악가를 불러 콘서트를 열고 한 달에 한 번 책모임도 연다. 지난 9일에는 부천시립합창단을 불러 공연과 함께하는 북 콘서트를 열었고 지난 24일에는 시 콘서트를 열었다. 이런 행사가 있으면 미루마을 부녀회가 음식 준비 등을 돕는다. 곧 일본 헌책방 거리와 연계해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그림책도 소개할 계획이다. 부부는 소설 <임꺽정>이 탄생한 괴산에서 임꺽정을 주제로 캐릭터 상품을 만들고 월북 문인 홍명희(1888~1968)를 재조명하는 문학마을을 만들 수 없을까 하는 고민도 하고 있다. 
 
“곧 아들도 군에서 전역하고 십 수 년 뒤 우리 노후도 걱정되기는 하죠. 그런데 지금 저희가 상상도 못했던 서점을 만든 것처럼 미리 불안해하지 않으려고요. 현재에 집중하려고요. 낯선 이를 냉대하지 않는 곳, 가난한 예술가들이 하룻밤 잠과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곳,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시민 활동가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 하나쯤 필요하잖아요.”

   
▲ 수채색연필로 그린 숲속작은책방이다. 이제는 가을을 지나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 유순상

복잡한 서울을 벗어나 지방에서 생태공동체를 꾸리거나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맑은 바람 밝은 달, 청풍명월(淸風明月)의 고장 충청북도에는 유독 사연 많고 소신 있는 예술인과 공동체운동가들이 많이 모여들고 있다. <단비뉴스>는 이렇게 충북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문화인과 활동가들을 찾아 나섰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졸업생인 CJB청주방송 황상호 기자가 글을 쓰고 서양화가 유순상 씨가 사진기와 붓을 들었다. (편집자)

편집: 문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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