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한 참여연대 이야기마당

“요르단의 자타리 난민캠프에는 8만 명의 시리아 난민이 살아요. 그 중 절반이 10살 이하의 아이들이죠. 학교가 있긴 한데 한 교실에 학생이 150명 가까이 앉아 있고 (요르단 사람인) 젊은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페이스북을 하고 커피를 마시다 시간이 되면 집에 가요. 교사는 부족하고, 그들을 관리하고 감시할 사람은 없어요.”

▲ 서울 통인동의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시리아의 비극, 끝나지 않은 이야기’ 토론회에 참석한 송영훈 강원대 교수, 김재명 성공회대 겸임교수, 헬프시리아 압둘 와합 사무국장, 김종철 변호사. (왼쪽부터) ⓒ 참여연대

지난 12일 오후 7시부터 서울 통인동의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시리아의 비극, 끝나지 않은 이야기’ 토론회 현장. 구호단체인 ‘헬프시리아’의 압둘 와합 사무국장이 난민캠프의 실태를 설명했다. 지난 2009년 유학 와서 현재 동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와합 사무국장은 최근 요르단, 터키 등 시리아 인접국의 난민캠프를 돌아보고 귀국했다.

현지 난민 학교에 외부인이 찾아오면 교사들은 아이들을 모아 선물을 주고, 수업을 하는 척 사진을 찍지만 실제로 교육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연출을 할 뿐이라는 것이다. 와합 국장은 “아이들이 교육을 못 받고 있으니 전쟁이 종식되어도 시리아를 제대로 다시 세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매우 답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한가한 것일 수도 있다. 그는 사막의 모래바람에 난민촌이 뒤덮인 모습, 갑작스런 홍수에 30여 명이 숨진 현장 사진 등을 보여주며 난민들이 천재지변에 노출되고 식수가 모자라 고통 받는 등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요르단 자타리 난민촌의 모습. 갑작스런 홍수에 30여 명이 숨지고 사막의 모래바람에 난민촌이 뒤덮이는 등 난민들은 하루하루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 <시리아 난민의 못다한 이야기>, 글쓴이 제공

시리아 내전 5년, 국경 밖 난민 408만 명

시리아는 지난 2011년 3월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며 일어난 민주화 시위가 정부군과 반군간의 내전으로 비화하면서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설상가상으로 이라크에서 출범한 수니파 근본주의 무장 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의 일부 영토를 점령하면서 2천만 시리아 국민의 절반가량이 폭격과 화학무기, IS의 테러를 피해 피난 다니는 신세가 됐다. 유엔난민기구(UNHCR) 등의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25만 명 이상이 숨졌고, 약 408만 명이 시리아 밖에서 난민으로 떠돌고 있다. 최근에는 터키 등 인접국에 머물던 난민들이 목숨을 걸고 대거 지중해를 건너 유럽 입국을 시도하면서 유럽연합(EU) 최대의 사회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 구호품이 오면 아이들은 신이 나서 달려간다. 하지만 중산층을 유지하며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던 어른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 <시리아 난민의 못다한 이야기>, 글쓴이 제공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주최로 이루어진 이날 행사에는 송영훈 강원대 교수,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 겸 성공회대 겸임교수,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가 이야기 패널로 참여했다. 김재명 교수는 시리아 사태 해결이 지지부진한 데 미국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과 석유는 미국의 중동 정책을 끄는 양 수레바퀴입니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전을 보는 시각은 시리아 내전이 빨리 끝나길 바라는 국제사회의 시각과 거리가 있습니다. 이스라엘 안보를 우선 고려하기 때문에, 반미·반서구의 강성 이슬람 정권이 들어서는 것보다 현재 아사드 체제가 낫다는 내부적 계산이 있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국제사회의 개입을 허용하는 ‘보호책임원칙(Responsibility to Protect)’이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의적으로 결정된다고 꼬집었다.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은 미국이 보호책임원칙을 들어 개입함으로써 제거됐으나 시리아에 대해서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이익을 고려해 개입하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다.

국내에도 각국 난민신청자 1만2천명, 수용은 인색

유럽에 쇄도하는 난민이 국제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지만, 사실 국내에도 각국에서 온 난민신청자들이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유엔난민협약에 가입한 후 20여년간 난민지위인정을 신청한 외국인이 총 1만2208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난민으로 받아들여진 사람은 지난 7월 현재 4.2%인 522명에 불과하다. 특히 시리아인은 768명이 신청해 3명밖에 인정받지 못했다. 김종철 변호사는 난민 인정에 인색하고 전문성도 떨어지는 당국을 비판했다.

▲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지난 7월 기준 4.2%로 세계 평균 38%에 한참 못 미친다. 국내에 있는 난민 신청자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때다. ⓒ 참여연대

“1992년에 난민협약에 가입했는데, 10년 뒤인 2001년에 처음으로 에티오피아 난민을 딱 한 명 인정했습니다. 난민협약 비준 20년이 된 해에 에티오피아 난민이 어디 있는지 찾아보니까, 한국이 너무 살기 어려워서 이탈리아에 가 있더라고요.”

김 변호사는 “심사를 진행하는 공무원이 ‘같이 한 번 입증해 보자’가 아니라, 손발을 다 묶어놓고 ‘어디 한 번 네가 입증해 봐라’는 태도이기 때문에 힘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치적,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박해를 받았다는 사실을 당사자가 입증해야 난민으로 인정하는데 그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그는 “예를 들어 카메룬에서 어떤 자료를 가지고 제출을 하면, ‘카메룬에서 나온 자료를 입증하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러면 그 자료를 입증할 또 다른 자료를 내야하고, 그 자료를 입증하기 위한 또 다른 자료를 찾아야 하는 무한 반복이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국내 난민 심사 기간은 평균 2~3년에 달할 만큼 길다. 김 변호사는 “난민을 심사하는 공무원의 절대적인 수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전문성도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보호 시설에서 실제로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소수예요.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같은 돈으로 많은 난민을 지원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난민을 돕는 것은 필요하지만 예산을 확보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한 참가자의 질문에 김 변호사는 이렇게 답했다. 그는 정부가 지원하는 영종도 난민센터를 예로 들면서 “난민 정책은 ‘통합’을 위주로 가야 한다. 그러려면 난민시설이 소규모로 도시 안에 있어야 하는데, 섬에 대규모 보호시설을 만들어 놓고 막대한 유지비용만 들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예산이 부족해서 난민 보호율이 낮다는 것은 핑계고, 불필요한 데 돈을 안 쓰면 난민 재정을 확충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 걸맞은 인식과 정책 필요

▲ 한국인도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독재시대 등 오래지 않은 과거에 난민이었다. ⓒ flickr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이 충격적인 이유는 그 사진의 평범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우리의 아이를 보는 것처럼, 언제든지 깨어날 수 있는 모습으로 잠든 듯 숨져 있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우리도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독재시대 등 오래지 않은 과거에 난민이었습니다. 난민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인데, 단지 평범하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일 뿐입니다.”

김 변호사는 유럽으로 가던 보트가 뒤집혀 터키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시리아 어린이 아일란 쿠르디 사건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난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한편으로 난민에 대한 혐오와 공격도 많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결국 약자가 더 약한 자를 괴롭히는 형국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경제대국으로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난민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50여명 가운데 참여연대 회원이라고 밝힌 한 청중은 "난민에 대한 우리 언론의 관심이 사그라들었는데, 다음에는 이런 강연을 좀 더 큰 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해서 난민에 대한 여론을 다시 한 번 형성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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