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의 저작권특강] 업무차원 보도물의 권리는 회사에

▲ 김기태 세명대 미디어창작학과 교수
언젠가 어느 기업 대표가 찾아와 하소연하는 내용을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내용인즉슨, 자기가 잘 아는 신문기자가 마침 자사 제품이 함유하고 있는 성분에 대해 매우 호의적인 기사를 쓴 것을 보고, 그 기자의 허락을 얻어 해당기사를 회사 홈페이지에 옮겨 놓았는데, 이게 문제가 돼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는 겁니다. 무조건 가져다 쓴 게 아니고, 기사를 쓴 기자의 허락을 얻었는데 뭐가 문제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었지요. 이 같은 해프닝은 기자와 기업대표가 이른바 ‘업무상저작물’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생긴 일입니다.

현행 저작권법 제2조 정의 규정에 따르면 ‘업무상저작물’이란 게 있습니다. ‘법인·단체 그 밖의 사용자의 기획 하에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을 말하는 개념이지요. 어떤 저작물이든지 개인의 창작활동이 없다면 만드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저작물을 작성한 개인이 아닌 그가 속한 법인이나 단체 또는 사용자(使用者)의 명의로 저작권이 귀속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 현행 저작권법 제9조에서는 개인이 작성한 저작물이라고 할지라도 일정요건을 갖추었다면 그가 속한 법인이나 단체가 저작자로서 모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업무상저작물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의규정에서 이를 가리켜 곧 ‘법인ㆍ단체 그 밖의 사용자의 기획 하에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이라고 했으므로 이러한 업무상저작물이 되기 위한 요건은 다음과 같이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첫째, 법인 등의 사용자가 저작물의 작성에 있어서 기획(企劃)을 해야 합니다. 기획이란 어떤 저작물을 작성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개는 그 법인 등의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아이디어의 창출에서부터 진행되는 모든 과정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러한 저작물을 어떠한 방법으로 언제까지 작성할 것인가를 사용자가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둘째, 저작물 작성자는 반드시 그 법인 등에 종사하는 사람, 즉 종업원이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고용관계에 있지 않은 외부의 사람에게 위탁하여 작성한 저작물은 업무상저작물이 될 수 없습니다.

셋째, 종업원이 ‘업무상’ 작성한 저작물이어야 합니다. 왜냐 하면 법인 등에 소속된 종업원이라고 할지라도 그 사람이 업무와는 관계없는 시간과 장소에서 얼마든지 저작물을 작성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즉, 잡지 또는 신문이나 방송에 종사하는 기자가 기사를 쓰거나 일반 회사의 홍보실에 근무하는 사람이 제품안내 문안을 작성하는 것은 곧 업무상의 행위라고 할 수 있지만, 퇴근 후에 집에서 소설을 썼다면 그것은 그 개인의 저작물이 됩니다.

넷째, 저작물이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저작물이어야 합니다. 과거의 저작권법에서는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된 것’이라고 한정함으로써 ‘공표되지 않은 저작물’에 대해서는 누구의 저작물인지 의문이 생길 수 있었으나 비록 미공표 상태에 있더라도 공표를 예정하고 있다면 이것의 저작자를 법인 등으로 보는 것이 법적 안정성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공표된’을 ‘공표되는’으로 변경한 것입니다. 또 이전 저작권법에서는 ‘다만, 기명저작물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단서를 두어 저작물에 근로자의 성명이 표시된 경우 법인 등이 아닌 종업원을 저작자로 의제하고 있었으나 실제로 이와 같이 적용되는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법인 등이 저작물에 근로자의 이름을 넣어주려는 배려마저 차단하는 역효과가 있으므로 이러한 단서규정을 삭제함으로써 법인 등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은 기명저작물이라고 하더라도 별도의 특약 등이 없는 한 법인 등을 저작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섯째, 법인 등의 사용자와 저작물 작성자인 종업원 사이의 계약이나 근무규칙 등에 있어서 다른 정함이 없어야 합니다. 즉, 단체의 명의로 공표하더라도 저작권은 작성자인 종업원이 갖는다거나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종업원에게 저작권이 귀속된다거나 하는 특약(特約)이 있다면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업무상저작물로서의 모든 요건을 갖춘 저작물의 경우라도 그것에 따른 별도의 계약사항이 있다면 업무상저작물이 아닌 개인 명의의 저작물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겠습니다.

저널리즘 활동에 있어서도 이 같은 원칙은 그대로 준용되므로 취재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각종 기사 및 사진 등 저작물의 저작자는 취재를 담당한 기자가 되는 것이 아니가 해당 언론사가 됩니다. 따라서 언론사가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려면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첫째, 언론사 내부에서 특정 저작물의 작성에 대한 기획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만일 외부의 개인이나 집단에서 특집기사에 대한 기획안을 제안해서 이루어지는 취재라면 업무상저작물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르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언론사에 소속된 근로자로서의 기자가 작성한 저작물이어야 합니다. 여기서 ‘근로자’란 ‘고용계약에 의하여 회사나 단체 등의 업무를 위하여 고용된 사람’을 말하므로 입사 절차에 따라 채용된 언론사 소속의 기자 또는 직원을 가리킵니다. 따라서 청탁에 따라 이루어지는 외부 필자에 의한 칼럼이나 취재기사 또는 사진이나 삽화의 저작자는 언론사가 아닌 외부 개인이 되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셋째, 언론사 내규에 따라 업무상 작성한 저작물이어야 합니다. 곧 언론사 고유의 업무로서 근로의 일환으로 작성된 저작물이어야 한다는 뜻이지요. 기자가 비록 근무시간에 작성한 저작물일지라도 회사의 업무가 아닌 개인적 취미로 창작한 저작물이거나 퇴근 후와 같이 업무시간 이외에 회사일과 무관하게 작성한 저작물은 업무상저작물이 아니라 개인 저작물이 됩니다.

넷째, 언론사 명의로 공표되어야 합니다. 여기에는 언론사 명의로 공표할 것을 예정한 것도 포함됩니다. 과거에는 업무상저작물에 근로자의 성명을 표시하여 공표한 때에는 해당 근로자를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로 보았지만 2006년 12월 28일 전부개정된 저작권법(2007년 6월 29일 발효)에 따라 업무상저작물에 근로자의 성명이 표시된 채 공표되었다는 이유만으로는 근로자를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로 인정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기명 기사의 경우에 표시되는 기자의 이름은 저작자 표시가 아닌 해당 업무의 담당자 표시로 본다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게재된 기사나 사진 또는 그림뿐만 아니라 게재될 목적으로 작성되었지만 편집 과정에서 누락된 일체의 저작물은 모두 해당 언론사가 저작자로 인정되므로 이용하는 데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됩니다.

다섯째, 언론사 자체의 근로계약이나 근무규칙에 업무상 작성한 저작물의 저작자를 근로자로 한다는 등의 특별한 약정이나 규정이 없어야 합니다. 그러한 약정이나 규정(특약)이 있는 때에는 그 저작물의 저작자는 언론사가 아니라 해당 근로자(기자나 직원)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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