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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저항의 몸짓으로 산다는 것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영화 '데싸우 댄서스' 리뷰
2015년 08월 24일 (월) 08:45:11 김이향 기자 lookyh88@gmail.com

윈드밀, 토마스, 플레어, 헤드스핀. 이 단어들로 연상되는 것은 무엇일까? 감을 못 잡은 이를 위해 힌트를 준비했다. 영화 <유 갓 서브>, <스텝 업>, 뮤지컬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정답은 브레이크 댄스(비보잉)다.

우리나라에서 힙합댄스가 시작된 것은 80년대 초 마이클 잭슨의 ‘문 워킹’이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현진영,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에 의해 힙합 가요와 댄스가 대중화되었고 스트릿 댄스 대회가 생기면서 폭발적으로 발전했다. 2001년 이후에는 세계 대회에서 우리나라 스트릿 댄스팀들이 연속 1위를 차지하면서 명실공히 한국은 힙합댄스의 강대국이 되었고 힙합은 한국의 주류문화로 자리잡았다.

힙합은 미국 흑인들의 격렬한 저항정신을 담고 있다. 1970년대 미국사회의 지배계층인 백인들은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흑인들을 탄압했지만 예술적 활동만은 허락했기에 흑인들은 생존을 위해, 존재감을 지키기 위해 힙합 문화를 만들었다. 그래서 힙합의 기본정신은 저항과 자유다.

힙합의 4대 요소 중 하나인 브레이크 댄스를 소재로 한 영화 <데싸우 댄서스>의 배경은 냉전시대 동독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저항과 자유의 정신이 담긴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청춘들은 어떤 모습일까?

 

 

▲ 알렉스가 길거리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추고 있다. 영화 <데싸우 댄서스>의 한 장면.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브레이크 댄스 정신은 저항과 자유

1985년, 동독 데싸우에 살고 있는 한 부자(父子)의 식사시간. “대학은 갈 거니? 요즘 생각은 하고 사는 거니?” 허우대만 멀쩡하지 꿈도, 미래에 대한 계획도 전혀 없는 프랑스는 아버지 잔소리가 듣기 싫어 텔레비전을 켠다. 쇼 프로그램의 MC는 요란하게 다음 코너를 소개한다. “브레이크 댄서 ‘미스터 로봇’입니다.” 브레이크 댄스를 처음 보는 부자는 다투던 것도 잊고 어느새 TV에 집중한다. 미스터 로봇이 연체동물마냥 온몸으로 웨이브를 추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가만히 이를 지켜보던 아버지가 일어나 텔레비전을 주먹으로 쾅쾅 치며 말한다. “화면이 왜 이래???”

미스터 로봇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에 TV가 고장 났다고 생각할 만큼 이질감을 느낀 아버지와 달리 프랑스는 물 만난 고기처럼 브레이크 댄스에 푹 빠진다. 길거리에서 친구들과 춤을 추다 경찰에게 잡히면 ‘브레이크 댄스는 미국 빈민가에서 흑인들이 한을 달래기 위해 만든 춤으로 자본주의 체제 피해자의 아픔을 드러내고 노동자 계급을 위해 춘다’는 등 그럴듯한 핑계를 댄다. 하지만 자본주의 브랜드를 입고 거리에서 댄스 배틀 같은 도발적인 행동을 하는 아이들은 정부 관료에게 골칫거리일 뿐이다. 관료들은 브레이크 댄스를 사상운동에 이용하자는 묘안을 짜낸다.

 

 

▲ 길에서 춤을 췄다는 이유로 경찰서에 잡혀간 댄서들. 영화 <데싸우 댄서스>의 한 장면.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자유롭게 춤을 추고 싶었던 프랑스와 친구들은 정부 위원들 앞에서 오디션을 본 후 예술 공연 그룹으로 승인받는다. 댄서들은 정식으로 브레이크 댄스를 출 권리를 얻었고 집과 자동차 등 물질적 풍요도 가졌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정신을 잃었다. 하르트만 코치가 이들을 관리하면서 의상은 물론 춤 동작까지 통제되고 개성이 무시되면서 브레이크 댄스는 저항과 자유의 정신을 잃고 점점 쇼로 돼 간다.

유혹을 뿌리치고 진정한 춤꾼이 되다

동독산(産) 브레이크 댄스를 온 국민에게 보여줄 전국 생방송 공연을 앞둔 어느 날. 프랑스와 친구들은 코치가 가져온 현란하고 우스꽝스러운 공연복을 보고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터뜨린다. ‘브레이크 댄스는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춤’이라며 자유롭게 춤출 수 있게 해 달라고 외치지만, 하르트만 코치는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각종 호의와 혜택을 미끼로 이들을 진정시킨다.

대망의 공연일. 프랑스와 친구들은 하르트만 코치가 준비한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음악이 시작되자 댄서들은 각자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며 옷을 벗어 던지기 시작한다. 대학 입시 준비는 하지 않고 길거리로 나가는 아들을 못마땅해 했던 아버지가 텔레비전 안에서 팬티만 입은 채 춤추는 프랑스를 보며 즐거워하지만, 부조종실에서 이들을 지켜보던 코치와 PD의 얼굴은 사색이 된다. 결국 PD는 소리친다. “쟤들 당장 끌어내!”

 

 

▲ 그룹 위너의 송민호가 '쇼미더머니4'에서 래핑을 하고 있다. ⓒ Mnet  <쇼미더머니4> 갈무리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우리나라에서 표현의 자유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 하지만 Mnet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4>에서 보여준 여성을 비하하는 랩,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퍼포먼스 등에서 시작된 논란은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게한다. 방송에서 송민호는 “MINO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고 노래한다. 래핑은 mino가(자신이) 여성들을 저격하겠다는 뜻이며, 저격당한 여성들이 자기 앞에서 다리를 벌린다고 해석된다. 그의 힙합 가사에는 저항의식과 자유의지는 사라지고 표현의 자유를 볼모로 한 혐오만 남아있을 뿐이다.

 

 

▲ 모든 걸 버리고 자유를 얻은 등장인물들의 표정이 밝다. 영화 <데싸우 댄서스>의 한 장면.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영화의 결말은 이렇다. 전국 생방송 공연을 망친 뒤 멤버 중 한 명은 화장실 청소를 하게 된다. 다른 친구는 공장에 취직해 걸레질을 가장 잘하는 직원이 된다. 주인공 프랑스는 저항과 자유로운 정신의 진정한 춤꾼이 된다. (취업을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프랑스는 장소가 어디든, 입고 싶은 옷을 입고, 추고 싶은 춤을 자유롭게 추기 위해 정부가 제공하는 모든 혜택을 버렸다. 동독의 영화 주인공은 자유롭게 춤출 권리조차 없었지만 우리는 자유를 누리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진정한 저항과 자유를 누리고 있는가? <데싸우 댄서스>는 우리가 영혼을 팔아넘기고 자유를 방임하고 있지는 않은지 묻고 있다. 


 

 

[김이향 기자]
단비뉴스 영상부장, 미디어팀 김이향입니다.
단순한 생활과 고매한 사고를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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