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 장원 강신관

▲ 강신관
소문이 돌기 시작한 건 1주일도 안 됐다. 특정한 시간, 특정한 공간에서, 사람이 하나둘 사라진다는 소문이었다. 문제의 장소는 성북구 길음시장 근처였고, 문제의 시간은 새벽 2시였다.

“당신 그 얘기 들었어요?”

“무슨 얘기?”

“새로 생긴 마트 근처에서 사람이 사라진다는 소문이요., 새벽 2시에 거기 주차장 옆 골목에서 사람이 없어 진다대요., 아우 무서워라.”

“쳇, 뭐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이 있대, 하여간 그 망할 놈의 마트 들어오곤 뭐 하나 좋은 일이 없구만... 아니지, 잘 됐네, 이 참에 망해서 확 문이나 닫아버렸음 좋겠어.”

강씨가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넉 달 전에 들어선 마트 때문에 십 년째 해오던 강씨네 야채가게에도 손님이 뚝 끊겼다. 가뜩이나 재개발 탓에 상권이 확 줄었었는데, 이제 좀 회복되나 싶을 때 대형마트가 들어선 것이다. 3년을 어렵게 버텨온 그로서는 땅을 칠 노릇이었다.

“다음 뉴습니다. 서울 성북구 정릉동 한 골목에서 사람들이 연쇄적으로 사라져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는 소식입니다. 김OO 기자가 전합니다.”

TV에서 앵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어서 나온 화면에는 녹화된 CCTV 장면이 나왔는데, 골목에 들어서는 사람의 뒷모습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화면 속 시간은 02시01분. 더 놀라운 건 다음 장면이었다. 외길 반대쪽 CCTV에는 다음날 아침까지도 사람의 흔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 골목은 공사 중인 빌라뿐이었으니 화면 속 사람이 집으로 들어갔을 리도 없었다. 이 장면은 괴소문과 함께 유튜브와 트위터를 통해 엄청난 속도로 퍼져나갔고, 마침내 경찰이 개입했다는 뉴스였다.

“어머 어머, 여, ..여보, 저것 봐요.”

아내는 호들갑을 떨었다.

“흠... 뭐 저 길로 안 다니면 그만이지.”

태연한 척 말했지만, 강씨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잘됐다 싶으면서도 마음 한 켠으로 불안감이 엄습했다. 하지만 그 근원은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달랐다. 막연한 이유에 대한 불안이 아닌, 분명한 이유에 대한 공포였다. 그렇다. 엄밀히 말해서 강씨의 널뛰는 심장은 ‘공포’에서 비롯된 것이다.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 아직 몇 명의 인간이 사라진 건지는 불분명했다. 확실한 건 골목을 들어가는 사람보다 나오는 사람이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씨는 알고 있었다. 몇 명이 사라졌는지, 아니 어디로 갔는지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열흘 전이었다. 강씨는 속상한 기분에 술을 한잔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눈 앞에 마트가 보였다. 갑자기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강한 놈이 살아남는 건 자연의 섭리라지만, 허무하게 져버린 게 분했다. 남들처럼 마트가 들어설 때 막아서고 화를 내보지도 못한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그때였다. 순간 강씨 머릿속에 생각이 스쳤다. ‘괴소문을 만들자...’ 강씨는 마트 옆 골목에 들어갔다. 그때가 02시 01분. 강씨는 골목 중간에 있는 하수구 맨홀 뚜껑을 열고 몸을 구겨 넣었다. 생각보다 악취는 심하지 않았다. 다만 나갈 수 있는 다른 뚜껑을 찾기가 쉽지가 않았다. 하지만 어둡고 막막한 건 그에게 익숙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강씨는 옷을 바꿔 입어가며 같은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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