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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시다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TV를 보니] 미디어가 '탄원서' 제대로 보는 법
2015년 08월 01일 (토) 22:46:42 김재희 기자 allthatk@gmail.com

지난주, 서울방송(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인터넷 이용자들을 충격에 빠트린 일명 ‘세모자 사건’을 다룬 ‘세모자 성폭행 사건의 진실’편을 내보냈다. ‘세모자 사건’은 지난 6월 20일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제보에서 시작됐다. 두 아들의 엄마라고 밝힌 40대 여성은 20년 동안 남편에게 윤락을 강요받았고 자녀들은 어렸을 때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며 큰 아들은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라고 호소했다. 이어 같은 내용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오며 폭로는 순식간에 화제가 됐다. 네티즌들은 이들의 억울함을 퍼나르며 인면수심의 남편에게 분노하는 한편, 관심을 보이지 않는 언론과 수사기관을 질타했다. 

   
▲ <그것이 알고싶다>가 방영한 '세 모자 사건'은 인터넷에 올라온 이야기를 다루는 방법에 경종을 울렸다. 그동안 약자를 자처하는 작성자가 올린 억울함을 그대로 소비하지 않았다. 사연의 사실을 우선 의심하고, 억울한 감정에 가려진 다른 피해자는 없는지 철저하게 취재했다. ⓒ SBS <그것이 알고싶다> 공식 홈페이지

제작진은 ‘세모자 사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알려주기를 요청해왔다며, 게시판과 전화 녹취 내용을 공개했다. 그만큼 사연은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고, 제작진은 세 모자의 첫 기자회견부터 취재를 시작했음을 보여주었다. 이야기는 어머니 이씨가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팀에게 피해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서 반전이 시작됐다. 큰 교회 목사 아들로 호의호식한다던 남편 허 목사는 부산에서 피자 배달을 하며 어렵게 살고 있었다. 남편은 부인과 자녀들에게 혼음을 요구하거나 강간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부인 이씨의 배후에는 무속인 ‘이모할머니’가 있다고 진술했다.

진실은 취재 과정에서 드러났다. 제작진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그들은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넌 아주 설득력 있었어”와 같은 대화를 나눴다. 또한 사건을 진술하는 아들 곁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는 어머니 이씨의 기이한 태도들에서 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프로그램 끝에 다음 주에 방영될 '위기의 세 모자 - 그들은 왜 거짓폭로극에 동참하나?' 예고를 내보냈다. 다음 회 예고가 홈페이지에 방송 전날인 금요일에 공개됐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었다. 

개중이 공분할 때 세상이 바뀐다

2006년,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을 선정했다. 위키피디아가 전통적인 백과사전 브리태니커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동시에, 사용자가 창작한 콘텐츠(UCC∙User Created Contents)가 폭발적으로 제작되던 때였다. 4년 후인 2010년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그가, 이듬해에는 '전 세계를 혁명과 민주화의 목소리로 가득 채운’ 시위자(Protester)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었다. <타임> ‘올해의 인물’은 인터넷에서 유저창작물이 만들어지는 시기에서 소셜 미디어가 세상의 역사를 바꾸기까지 불과 5년 밖에 걸리지 않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임종수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개중(個衆)’의 등장이 소셜미디어 혁명을 가능케 했다고 설명한다. 개중은 특정 이슈나 관심 등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반응하는 ‘개인화된 대중’(individualized mass)을 말한다. 이들이 신문이나 방송 같은 기존 미디어에 참여해 다른 사람들을 공감시켜 이슈 공동체를 형성해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개중을 움직이는 힘은 ‘공분’(公憤)이다. 공분은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이중구도를 갖고 있다. 많은 ‘탄원서'들이 인터넷에 돌아다니지만, 사회적 이슈가 되는 글은 이 ‘구도에 착실한' 글이다.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은 6월 27일자 칼럼 <오만한 소수, 한 맺힌 다수>에서 “누군가가 쓰러뜨려야 할 적으로 지목하면 사태는 금방 튄다”는 점을 지적한다. ‘신경숙 표절 사건’에서 보듯 갈등 사건에는 공식이 있다는 것이다. 송 주필은 "문제를 제기하는 쪽은 힘없고 돈 없는 다수고, 방어하는 쪽은 권력, 돈, 명예 중 하나나 둘을 가졌거나 셋 다 가진 소수인 경우가 많다”고 정리했다. 누리꾼은 작성자가 약자일수록 한없이 관대해지고, 적으로 지목한 자의 힘이 크면 클수록 더 큰 공분을 느낀다. 그리고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을 분초 단위로 지켜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자신의 답답한 현실을 타인의 해결 판타지에서 해소하는 것이다.

   
▲ 소셜미디어 전도사로 유명한 클레이 셔키 교수는 변화된 미디어 지형과 이 곳에서 생성되는 메세지가 있는 모든 이들에게 어떤 변화를 불러오는지 연구한다. 모든 청중들이 온전한 참여자가 되어가는 미디어의 세계에서 우리는 이미 주어진 미디어에 대한 활용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TED 화면 갈무리

<그것이 알고싶다>가 가르쳐 준 ‘적’의 실체

미디어학자인 클레이 셔키 뉴욕대 교수는 테드(TED) 강연 '소셜 미디어가 어떻게 역사를 바꾸는가'에서 "늘 해오던 방식을 바꿔야함에도 불구하고 이 미디어를 어떻게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셔키 교수가 던진 질문의 전제 ‘늘 해오던 방식을 바꿔야 한다’를 충실하게 지킨 첫 사례이다. 

SBS <스브스뉴스>에서 ‘세모자 사건’을 취재한 안윤태 PD는 "황당한 부분이 많아서 의심을 하게 됐다“며 ”세 모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단언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누리꾼의 공분에 응답했지만, 지금까지 다른 방법으로 인터넷 탄원서를 사용했다. 덮어놓고 감정을 앞세워 편을 들어주기보다는, 상식적인 의심에 충실한 결과다. 글을 게시한 ‘약자'가 네티즌들이 공분으로 쓰러뜨려주기를 바란 적에게 무조건 ‘돌격’하지 않았다. 과연 적이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먼저 가졌다.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세모자 사건의 진실을 증명했다.

   
▲ 1992년 3월 첫방송을 시작한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는 사회 고발 프로그램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은 독특한 진행방식도 있지만, 집요하고 착실하게 진실을 찾는 제작진의 태도에 있다. ⓒ SBS <그것이 알고싶다> 공식 홈페이지

지난주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은 인터넷에서 피해자들(흔히 약자로 대변되는)의 ‘탄원서’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우쳐주었다. ‘탄원서’들의 작성자는 자신의 억울함과 약자로서의 위치를 명확하게 증명해내야 한다. 꼼꼼하게 계산된 거짓 사연에 누리꾼들은 세모자 사건의 교훈을 떠올리며 이슈화에 보다 조심스러워질 것이다.

탄원서 작성자들이 수단적으로 정교해지면 언론도 할 일이 많아진다. 약자와 강자의 구도 속에서 과연 누가 적인지부터 살펴야 한다. ‘잘 팔릴 것이 분명한' 사건을 다루기 전에 작성자들이 쳐놓은 부비트랩을 깨끗하게 치워야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가 전통 미디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금 대중이 어떤 의도 아래 모였는지 그 배경을 확인하는 것도 언론의 일이 됐다. 미디어 환경이 바뀌어도 진실추구라는 언론의 사명은 변할 수 없다. 


[김재희 기자]
단비뉴스 편집부장, 미디어팀 김재희입니다.
뜨거운 체온으로, 무장한 눈빛으로 누구도 일러주지 않은 사실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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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ffi (188.XXX.XXX.32)
2016-05-13 05:07:16
That's a crjaaerkcck answer to an interesting ques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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