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1004호에 실린 기획 기사 “바늘구멍 언론사 입시, 최고 스펙 갖춰도 떨어지는 이유는”, “언론사 입시학원으로 전락한 저널리즘스쿨”에 대해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원장과 김효실 ‘한겨레21’ 기자가 각각 반론 성격의 기고를 보내왔습니다. 미디어오늘은 이 기사에서 한겨레21이 제안한 저널리즘스쿨 연계 인턴십과 관련, 한국 언론의 채용제도에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나 한국 저널리즘의 문제를 언론사 지망생들의 문제로 국한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고 이 제도가 취지와 달리 자칫 또 하나의 스펙 쌓기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논의를 확장하는 차원에서 기고 전문을 게재합니다. - 편집자주

▲ ⓒ 이봉수

미디어를 공부하는 나에게 가장 중요한 텍스트 둘을 꼽으라고한다면 미디어오늘과 가디언 미디어섹션일 것이다. 미디어오늘은 종합지들과 함께 종이신문도 받아보지만 인터넷으로 매일 모니터링하는 국내외 언론 ‘즐겨찾기’ 목록에도 맨 위에 올려놓았다. 이유는 한국의 척박한 미디어비평 현실에서 미디어전문지들을 통해 얻는 정보와 분석이 유용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권위지들은 미디어가 민주주의를 제대로 또는 잘못 작동시키는 원동력임을 인식하고 미디어 상호비평에 주력하는데 그 중에서도 가디언은 미디어면을 매주 두툼한 섹션으로 발행해 미디어현상을 파헤친다. 이에 견주면 우리 진보언론의 미디어 관련 보도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미디어오늘이 상당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터이다.

그러나 미디어오늘이 언론사 취업 또는 저널리즘스쿨과 관련해 기획보도한 17일자 기사 두 건은 실망스러웠다. ‘언론사 입시학원으로 전락한 저널리즘스쿨’이라는 기사 제목이 사실이라면 나는 그 책임자 중 한 사람이어서 더욱 그랬다. 저널리즘스쿨을 바라보는 관점에도 동의할 수 없지만 ‘취재가 제대로 안 된’ 팩트의 문제도 곳곳에 있었다.

우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은) 학생 중 40%가 장학금을 받는다지만 2년간 매학기 3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감당할 수 있는 지원자들만 다닐 수 있다’는 대목은 오보다. 우리 스쿨 학생은 40%가 아니라 100%가 장학생이다. 우리 대학원은 학생 전원에게 기숙사 숙식무료의 장학금 혜택이 주어지는 기숙학교다. 그 밖에도 등록금 감면 장학생이 70% 정도 된다. 2학년인 7기생을 예로 들면 입학정원 27명중 19명이 전액(2)·반액(1)·40%(16)의 등록금 감면 장학생이었다. 3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이 고지된 학생은 8명에 불과하다.

이 기사는 또 ‘저널리즘스쿨을 바라보는 지망생들의 시선은 부정적’이라고 단정한 뒤 ‘로스쿨이 도입될 때도 진입장벽이 된다는 비판이 있었다. 현실적으로 (진학이) 불가능한 사람은 오지 말라는 것이다’라는 예비언론인의 발언을 실었다. 한 학기 등록금 1천만원이 넘는 로스쿨의 진입장벽을 저널리즘스쿨로 확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는 셈이다.

학생 등록금 총징수액과 비교한 스쿨운영경비(대산농촌재단장학금, 교수진기부금 포함)는 1:3 정도다. 학생들은 자신이 낸 등록금의 평균 3배에 이르는 교육서비스를 받고 있으니 공짜 이상의 혜택을 입는 셈이다. 세명대재단과 저널리즘스쿨이 한 해 수억원씩 적자를 감수하면서 유례없는 장학제도를 유지하고 있는데도 등록금이 진입장벽이라 한다면 할 말이 없다.

한겨레21이 저널리즘스쿨과 연계해 ‘좋은 기자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대해서도 ‘또 다른 갑질’이라고 보도했다. 비판은 받겠지만 좀 더 좋은 기자를 길러내려는 작은 시도들을 평등주의 시각에서 좌절시킨다면 좋은 기자와 별 상관없는 학벌 등 스펙 위주로 선발하는 ‘언론사의 갑질’은 영원할 수밖에 없다.

보도에 인용된 한 교수의 말, 곧 “기본적인 소양을 갖춘 뒤 기자의 전문성은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만드는 것”이라거나 “(현재 채용방식이) 저널리즘스쿨을 만든다고 해서 나아질지 의문”이라는 견해에도 동의할 수 없다. 나는 한국 언론의 상당수 병폐들이 저널리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언론사에 입사한 이들이 ‘사스마와리’라는 일제시대 도제교육을 받으며 양성되는 충원·교육과정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객관성과 공정성 등 저널리즘의 표준을 따르기보다는 정파성과 상업성 등 각 사의 논조와 이해관계를 앞세우는 한국 언론의 잘못된 관행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나는 수습기자들이 이른바 ‘1진’과 ‘캡’을 하늘같이 여기면서 ‘까라면 까는’ 식의 전근대적 교육을 받는 것이 창의적 인재는커녕 ‘기레기’를 양산하는 인큐베이터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사건 때 기레기 소리를 들은 일선기자들을 탓해서 무엇하랴? 어떻게 하면 기레기가 안 되는지 가르쳐주는 이도 없고 오히려 기레기가 될 것을 강요하는 게 우리 언론의 취재관행이다.

글쓰기 테크닉만 좀 익혀 입사한 뒤 선배들의 판에 박힌 문장 스타일과 제작기법, 심지어 가치관까지 빨리 닮아가는 사람이 좋은 부서 배치받고 간부로 성장해가는 한 한국언론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언론이 망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무지막지한 영향력을 한국 사회에 휘둘러 민주주의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게 한국언론이 아니고 뭔가?

이런 언론 현실에서 “저널리즘스쿨은 저널리즘을 연구하는 곳”이라는 기사의 지적도 공허하게 들린다. 저널리즘을 연구하는 곳은 110여개 언론학과가 있는 나라이기에 우리는 처음부터 연구기관이 아니라 교육기관임을 자임해왔다. 연구까지 하려면 우리 스쿨 특유의 튜터제도가 불가능하니 ‘가르치는 연구’에만 주력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밤낮없이 지도해도 학생이 20여명을 넘으면 글쓰기 교육은 힘들어지는 딜레마 앞에서 우리는 ‘소수정예교육’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미디어오늘 기사는 ‘미국식 저널리즘스쿨이 해법 될까’라며 의구심을 표했는데, 우리 스쿨은 미국식 저널리즘스쿨과도 거리가 멀다. 미국의 어느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 교양교육에 교육역량의 절반 가량을 투입하는가? 글쓰기와 데이터저널리즘 등 실무교육을 철저히 하는 한편으로 인문사회 교양교육에 중점을 두는 과정이야말로 비판의식과 역사의식은 물론이고 언론윤리를 고양하는 데도 기초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스쿨 졸업생들이 한국기자상과 삼성언론상 등 각종 상을 휩쓰는 것은 좀 오래 걸리더라도 기초를 철저히 다진 교육성과라 자부하고 싶다.

우리 스쿨 학생들은 학벌이라는 점에서만 본다면 해외 명문대학에서 이름없는 지방대 출신까지 양극화해 있다. 그러나 국영수로 줄 세운 대학서열을 거부하는 몸짓으로 지방에 대학원을 세우고 지방대 출신들까지 주요 언론사에 많이 입사시키고 있다. 학교는 스펙이 화려한 학생이 머물다 가는 곳이 아니라 좀 모자라 보이는 학생의 잠재력을 끌어올려주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벌이 장래를 좌우하는 한국사회에서 ‘언론고시’만큼은 학벌을 깨려는 시도가 어떻게 진입장벽인가?

저널리즘스쿨에 대한 기사와 논문이 많이 나오고, 심지어 책까지 몇 권 발간됐다. 그러나 인터뷰나 자료를 요청한 데는 한겨레21과 대학언론사 정도였다. 성과에 대한 주목은 부담스럽지만 비판은 달게 받고자 한다. 다만 평가는 사실에 근거해야 우리 스쿨은 물론이고 한국의 언론교육, 나아가 한국언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기자든 교수든 사실확인에 충실해줄 것을 당부 드린다.


* 이 기사는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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